취임 후 안보 분야 투톱인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을 교체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박지원 전 의원의 발탁은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문 대통령에 '맞수'로 나선 데다, 이른바 '비문 진영'의 대표격 인사로 민주당을 탈당, 선거 때마다 호남에서 맞붙었던 박 전 의원을 정권 핵심 자리에 내정한 것은 '소협치'의 신호로도 읽힌다. '남북 대화'의 상징적 존재인 박 전 의원을 '대북 접촉'의 최전선에 배치한 것도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주요 이유로 '협치 약화', '북한 리스크 관리 실패' 등이 꼽히는 가운데 이뤄진 인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 오랜 정보위 활동 등으로 박 전 의원이 국정원 수장 자리에 제격이라고 평가했다.
강 대변인은 박 전 의원에 대해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 판단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18·19·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여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했다. 또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였으며 현 정부에서도 남북 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라고 했다.
아울러 "오랜 의정활동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정치력, 소통력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본연업무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국가정보원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靑 "서훈, 대외 네트워크 구축", "박지원, 정보력 탁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진용도 새로 갖춰지게 될 전망이다. 정 실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서 외교 안보 분야 공약을 설계한 인물이다. 현 정부 들어 판문점 선언과 남북정상회담 등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하나로, 대북 접촉 경험이 풍부한데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차기 안보실장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 대변인은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평생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국정원 출신 외교 안보 전문가"라며 "국정원장 재직 시절에는 국내 정보담당관 제도를 폐지하는 등 국정원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일본의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현안을 성공적으로 기획 및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외교안보 분야 풍부한 정책 경험과 전문성, 국정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강한 안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국제협력 주도 등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구현이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달 18일 김연철 전 장관의 사퇴로 공석이 된 통일부 장관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의원인 이 의원은 당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일찍이 차기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 올라왔다. 청와대는 이미 지난주 초 이 의원으로부터 인사 검증 동의서를 제출받아 사실상 단수 후보로 검증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현장과 의정활동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 상태의 남북관계를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남북 간 신뢰 회복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등 남북 화해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돌아온 임종석, 정의용은 물밑 지원 역할로
정의용 안보실장은 안보실장 역할을 내려놓고 비교적 부담이 덜한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자리로 이동했다. 정 실장은 그간 수차례 사의를 밝혔지만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반려했다. 취임 때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데다 미국 백악관 핵심라인과 직접 소통이 가능해 대미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앞으론 전면에 나서는 대신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서 물밑에서 지원 사격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국제 감각과 식견이 뛰어나며, 특히 현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어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축에 기여하는 등 복잡한 외교․안보 현안에 슬기롭게 대처해 왔다는 평가"라며 "오랜 기간 국내외 외교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정 실장과 함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아 1년 6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로 돌아오게 됐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난 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제도권 정치에 거리 두기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창작과비평>과 한 인터뷰에서 "남북문제에서의 어떤 변화와 함께 정치적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그게 꼭 제도정치여야 한다면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그걸 할 것"이라며 다시 제도권 정치권에 진입할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임 전 실장에 대해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현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하여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정무 역량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라며 "국정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깊이 있는 식견을 바탕으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통령 자문역할을 내실 있게 수행하여 우리나라의 국익 수호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의 경우 당초 국정원장, 통일부장관 등 여러 자리의 적임자로 거론됐다. 그러나 국정원장과 통일부장관의 경우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임 전 실장에 대한 야권의 집중포화를 우려해 임명직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자리에 발탁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대해 오는 6일 임명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번 대북·안보 라인 교체를 계기로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 이전에 북·미회담 성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EU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간에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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