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이재명 정부 자본시장 정책의 한계

1.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 금융으로 자본시장 선진화’(코스피 5,000 로드맵)를 목표로 내세우고 자본시장 개혁과 코리아 프리미엄을 천명하였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상법 개정(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와 주주까지 확대) ▲자사주 소각(주주가치 제고) ▲불공정거래 근절(주가조작, 주식시장 교란) 등으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또한 국민성장펀드 도입 및 소득공제 확대로 자본시장에 모인 자금이 AI, 반도체 등 미래 성장산업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였다.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증시 부양책을 넘어, 부동산과 단기 투자에 머물던 자금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흘러가게 하며, 이를 통해 기업 성장과 국민 자산 증식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자금 순환 정책이다.
현재 국내 주식 투자자는 1,500만 명(미성년자, 노인 제외)이 넘는데, 이전 상층 부자들의 시장인 증시가 국민 자산과 직결되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정부는 ‘자본시장 정책이 큰 효과를 보았다’고 자평한다.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은 주식시장 호황, 국민성장펀드 가동 등으로 현실화하였고, AI 산업 성장과 대규모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
AI 열풍으로 AI 모델, 반도체, 휴머노이드, AI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가 넘쳐, 해당 산업이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은 HBM(초고속 데이터 전송 메모리), D램(휘발성 저장장치), 낸드 플래시(비휘발성 저장장치)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독보적인 1위이다. 이러한 성과는 반도체 기업의 천문학적 영업이익과 수출 최대치 경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증시도 제도개선과 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9,000선을 돌파하였다. 목표했던 5,000선까지 상승은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실적 등 현재가치에 기반하였으나, 9,000선까지 상승한 것은 2028년까지 AI 반도체 호황이라는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래가치 추정은 신기술, 과잉투자와 거품, 금리, 과도한 경쟁 등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코스피는 거시경제 상황과 빅테크 기업의 수요·투자·실적·경쟁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7월 초 코스피는 AI 과잉투자와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8,000선을 오르내리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 안정적 투자와 자산 축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빅테크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 한국도 반도체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되어 주가가 오른다.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다른 회사에 판매하겠다고 하자, 메타의 AI 투자 감소가 우려되어 주가가 급락하였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미국 증시가 충격을 받고 이후 한국 증시로 그대로 전이된다. 반면 한국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 발표 날, AI 연산 자원 공급 과잉 우려로 미국 주가가 하락하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미국의 산업 발전과 고용 측면에서 보면, 미국에 투자하면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한국에 투자하면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AI 기업들의 천문학적 영업 실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은 불투명하다. 한국 기업의 실적에 기반한 상승분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태이며, 미래가치는 미국 거시경제와 빅테크 기업의 조건에 따라 좌우된다. 코스피의 41.4%, 초우량 기업의 약 50%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유입·유출에 따라 한국 증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실적과 국내 기관·개인의 역량으로 우리나라 증시를 좌우할 수 없는 것이다.
2. 이재명 정부 자본시장 정책의 한계
미국에 종속된 금융시장 환경에서, 코스피 상승으로 한국경제가 성장하고 서민들의 자산이 증식되기는 어렵다.
먼저 주가 상승과 실물경제가 괴리되어, 주가 상승의 이익은 외국인과 슈퍼 부자들이 독식하고, 서민들은 ‘포모 증후군’과 ‘코스피 블루’로 근로 의욕 상실과 무력감에 빠지고 있다. 다음으로, 생산적 금융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주가 상승)하고, 이를 미래 첨단산업 투자로 연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주식 발행시장(유상증자 등)은 투자한 돈이 기업 자본금으로 들어가지만, 주식 유통시장 거래는 투자자 사이에서 주식 소유권과 현금이 바뀔 뿐 자금이 회사로 흘러가지 않는다. 따라서 코스피·코스닥 주식거래에서 돈을 버는 것은 투자자뿐이다. 한국의 주가 상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초대형 수출 대기업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들 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한 외국인과 소수 상위 자산계층이 이익을 독식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둘째, 주가 상승으로 기업가치가 제고되면, 기업은 신주 발행 시 더 많은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기업의 신용도가 올라가므로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때도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간접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주식 유통이 활발해야 주식 발행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주가 상승의 간접효과와 수출 증가 등으로 수출 대기업이 돈을 모아도 낙수효과가 사라져 협력업체, 비정규직, 지역경제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에서 보듯이 수출 대기업의 슈퍼 이익은 주주와 임직원이 배당과 성과급 등으로 독식한다.
셋째, 서민들이 보유한 종목에서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도, 이는 장부상 금액이므로 팔아서 현금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은 주식가격이 조금 상승했다고 해도 계속 보유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제활력이 되지 못한다. 주가가 상승해도,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 공공요금,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돈을 소비하기 어렵다.
넷째, 이란전쟁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한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장기화 환경에서, 수출 대기업과 자산 보유 상류층은 수출 증가로 인한 기업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의 과실을 누릴 수 있지만, 수입 물가상승으로 인해 노동자·서민과 자영업자는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부채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경제 발전과 민생을 위해서는 수출과 주식가격 상승만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실질소득 상승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코스피 증가분의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천문학적 수출 성과는 수출대기업 주주와 임직원들이 독식하는 양극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해법의 하나는 산업·금융적 대외 의존성을 줄이는 것이며(기술·자본·시장의 자립화), 다른 하나는 수출 대기업의 성과를 조세·기금·펀드 등을 제도화하여 노동자·서민에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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