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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언론

강기석 | 2020-08-20 08:36:0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56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기자 653명을 대상으로 기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각 언론사 신뢰도와 영향력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선일보가 신뢰도(10.1%) 영향력(32.5%) 1위를 꿰찼다. 신뢰도 부문에서는 경향(7.4%)-한겨레(7.4%)-연합(7.2%)-JTBC(6.3%)가 뒤를 이었으며 영향력 부문에서는 KBS(18.4%)-연합(11.0%)-JTBC(8.2%)-MBC(3.9%)가 뒤를 이었다.

이 여론조사에 대한 내 해석은 다음과 같다.

1. 신뢰도에서 조선일보 1위가 놀랍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신뢰도 1위는 지역일간지, 특히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기자들의 높은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이것은 여론조사를 수행한 여론조사기관 책임자의 발언이다.

2. 지난 3년 간 압도적으로 신뢰도 1위를 차지했던 JTBC가 몰락했다. 언론사 신뢰도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3. 그나마 JTBC를 제외하고 다른 종편(채널A TV조선 MBN 등)은 순위에도 못들었다. 아마도 기타(7.9%)에 옹기종기 들어가 있을 것이다. 종편들을 언론으로 안 본다는 건 대구·경북 기자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차라리 원조 조선일보에 몰아줬다.

4. SBS도 6위(6.1%), 중앙일보도 9위(3.6%)에 랭크됐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들여다봐도 조중동의 일원인 동아일보가 안 보인다. 그러고 보니 2016년 딱 한 번 10위에 랭크됐을 뿐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동아일보가 없다. 심지어 한국일보조차도 2017년 이래 명단을 지키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리 김순덕 같은 분이 열심히 칼럼을 써도 동아일보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언론인 것 같다.

5. 대신 KBS 규모의 1/100도 안 되는 뉴스타파가 10위로 들어갔다. 소수정예다. 언론은 덩치와 쪽수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정신으로 하는 것이다.

6. MBC가 돌아왔다. 지난 10여 년 바닥을 쳤고 2014년, 2016년에는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올해 비록 3.4%, 11위로 겨우 명단에 들었지만 지난해 0.8%, 재작년 1.0%에 비하면 놀라운 비약이다. 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MBC는 그 재기의 길을 성공적으로 가는 듯하다.

7. 공영언론(KBS 연합뉴스 MBC YTN 등)의 각성과 분전이 요구된다. 단순히 조선일보나 SBS 같은 사영언론(족벌이 소유한 언론)에 밀린다는 뜻이 아니다. 끼리끼리 그런 언론을 신뢰하는 꼴통 기자들은 언제나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떤 언론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무려 24.8%가 ‘모른다’거나 무응답했다는 점이다. 기자들 중 무려 1/4이 아무 언론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 한심한 상황에서 공영언론이 그 빈 곳을 채워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8. 이번 여론조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은 조선일보의 신뢰도 1위 보다 영향력 1위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언론 지형은 사영 족벌 수구가 수적으로 압도적이다. 그중에서도 대구·경북, 혹은 다른 수구언론 종사자들에게나 신뢰(10.1%)받는 신문이 전체 기자들에게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32.5%)으로 비친다는 의미는? 기자들이 신뢰하지도 않는 신문에 휘둘리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 언론이 여전히 조선일보 헤게모니에 신음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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