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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날’ 휴가기간에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숨졌다

 

김민주 기자 kmj@vop.co.kr
발행 2020-08-19 18:29:32
수정 2020-08-19 19: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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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터미널 내 택배 분류장에 택배가 가득 쌓여있다. (자료사진)
CJ대한통운 터미널 내 택배 분류장에 택배가 가득 쌓여있다. (자료사진)ⓒnews1  
 
지난 14일 첫 ‘택배 없는 날’을 시작으로 택배노동자에게 주어진 휴가 기간에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과로사로 추정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19일 경북 예천지역에서 배송하던 CJ대한통운(엠케이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이모(46)씨가 지난 16일 터미널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씨는 일요일임에도 출근해 터미널 주변 잡초 제거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일요일이라 터미널에 사람이 거의 없어, 이씨는 쓰러진 후 한참 동안 방치돼 있다 발견됐고 119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져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평소 큰 지병이 없었으며 약 4년간 택배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한 달에 1만개를 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도심 지역에서 한 달에 1만개나 배송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노조는 이씨가 매일 밤 10~11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동료들이 전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많은 물량을 밤늦게까지 배송한 이유는 건당 수수료가 낮아서였을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이 씨의 배송수수료는 600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는 700~900원 하는 다른 택배기사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씨는 CJ대한통운 물량 이외에도 롯데·한진택배의 물량까지도 일부 배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일요일에 출근해 잡초 작업을 했던 것이 대리점 소장이나 지점의 지시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선전국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보통 7~8천개 해도 많이 한다고 생각하고 8-9천개 하면 진짜 많이 하는 거고, 만 개가 넘어가면 터미널 별로 한 두 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며 “면 단위에서 만 개를 배송한 건 엄청나게 많이 하신 거고, 구역도 엄청 넓으셔서 밤늦게 까지 일하신 거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또 김 선전국장은 “수수료는 보통 도시가 배송지 간 거리가 가까워 낮고, 시골이나 농촌 같은 경우 구역이 넓으니 수수료가 도시보다 높다. 그런데 도시에서도 600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고인의 경우 대리점 소장이 가로챘을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수수료가 단가표로 정해져 있는데 대리점에서 택배 기사들에게 줄 때 대리점 소장이 수수료를 마음대로 떼고 준다. 원청은 묵인한다. 그런 게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여러 택배회사의 물량을 배송한 것에 대해선 “택배 회사 규정상 여러 회사 물량을 배송하는 게 금지돼 있는데 농촌이나 시골 같은 경우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 대리점 소장이 영업으로 다른 회사 물량을 가져와서 택배 기사에게 시키는 경우가 있다. 사측은 이를 일정 정도 묵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회사는 고인과 유가족에 대해 깊은 애도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대리점에서는 고인에게 정상적인 수수료를 지급해 왔으며, 휴일에 혼자 출근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어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건강검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택배종사자 건강증진 프로그램 및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는 코로나19 이후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이씨를 포함해 6명이며, 이중 CJ대한통운 소속이 4명이라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에 대해 정부와 택배사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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