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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사 넘어 야당 정치인에 검사까지, ‘김봉현의 입’ 화약고 되나

전방위로 불똥 튀는 라임 사태...김봉현의 ‘혐의 물타기’ 시도 지적도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10-18 16:29:58
수정 2020-10-18 16: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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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경찰에 붙잡힌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04.24.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경찰에 붙잡힌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04.24.ⓒ뉴시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건(라임 사건)이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정·관계 로비 의혹 때문이다.

특히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 인사에 대한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을 하면서 파장이 커지는 양상이다.

‘라임 사건’ 무마하려 정·권계 로비 시작, 청와대 행정관 등 여권 인사들 연루

당초 라임은 사모펀드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곳이다. 그러다가 라임이 속칭 좀비기업(한계기업)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대로 투자를 하다가 부실한 부분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대형 증권사와 공모해 투자자를 속였다는 것이다.

의혹이 커지자 지난해 7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이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라임에 대규모 환매를 요청했다. 하지만 라임은 이를 거부하고 그해 10월 환매를 중단했다. 그 규모만 1조6천억여 원에 달한다.

 

이처럼 환매 중단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정·관계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 중심에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은 라임의 ‘전주(錢主, 사업에 밑천을 대어 주는 사람)’로 실질적인 작전세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라임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600억원을 투자했는데 김봉현 전 회장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결탁해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을 스타모빌리티를 이용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봉현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 중 51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종필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이후 스타모빌리티의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5개월간의 도피 행각을 벌이다 올해 4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남겨졌다.

여기서 김봉현 전 회장이 인맥을 이용해 라임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건의 여파는 정치권으로 번지게 됐다.

실제 검찰의 수사 결과 김봉현 전 회장이 금융감독원 팀장 출신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인 김모 씨에게 금품을 주고 라임과 관련된 금감원의 내부 문서를 전달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김봉현 전 회장과 같은 고향 친구로 알려진 김 씨는 뇌물 5000만원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 조사 계획서를 빼돌린 혐의로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라임의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해 준것으로 의혹을 받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6월 19일 서울 남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06.19
라임의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해 준것으로 의혹을 받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6월 19일 서울 남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06.19ⓒ김철수 기자

‘정치권 연결 다리’ 이강세 통한 로비 정황

김봉현 전 회장을 정치권에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 사람으로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이 지목된다. 김봉현 전 회장이 이강세 대표를 자기 회사로 영입한 것은 그가 기자 출신으로 광주 MBC 사장까지 지낸 만큼 정치권과의 관계를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의 소개로 옛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 정치인 김모 씨와 만났고, 김씨를 통해 ‘원조 친노’로 꼽히는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과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이상호 위원장은 김봉현 전 회장에게 8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국회 정무위 소속 김모 의원 역시 이 대표를 통해 김봉현 전 회장과 연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김봉현 전 회장 측으로부터 로비 혹은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기동민 의원의 경우 검찰 소환 조사도 받았다. 다만 이들은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연루설까지 나오면서 파장은 더 확산됐다. 그 전까지는 하나의 사기 사건에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정도로만 알려졌는데 자칫하면 청와대 전체로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기정 전 수석의 연루설은 김봉현 전 회장이 지난 8일 이강세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직접 주장한 것이다. 참고로 이강세 대표는 올해 1월 김봉현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사자금 192억원을 횡령하고 지난해 7월에는 금감원의 라임 조사 무마를 위한 청탁을 명목으로 김봉현 전 회장에게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은 공판에서 “5만원짜리 현금으로 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이강세 대표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강세 대표는 (당시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고 했다”며 “금품이 잘 전달됐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기정 전 정무수석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시 이강세 대표를 청와대 안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고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 이강세 대표 역시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로, 강기정 전 수석은 아직 검찰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자료사진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자료사진ⓒ뉴시스

김봉현의 또 다른 폭로, 분위기 반전되나

하지만 야당은 ‘권력형 비리’라며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에 터진 또 다른 금융사기 사건인 옵티머스 사태와 맞물리면서 정국의 최대 이슈로 커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김봉현 전 회장의 또 다른 ‘폭로’가 여권이 궁지로 몰렸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이 지난 16일 옥중서신을 통해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을 통해 로비를 하고 현직 검사를 대상으로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는 그런데도 검찰이 여당 유력 인사에 대한 수사만 진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로 인해 불똥은 여권을 넘어 야권으로까지 튀고 있다. 공수가 순식간에 뒤바뀌어 이제는 여당이 로비를 받은 야당 정치인과 검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야당 정치인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법무부는 자체 조사 결과 검찰의 수사가 미비한 것을 확인했다며 별도 수사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법무부는 “검찰총장이 라임 사건 수사검사의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야권 정치인과 검사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검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검찰총장은 ‘라임 사건’ 수사 전반에 대하여 수차례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으로 라임 사태가 번질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김봉현 전 회장의 ‘입’이 정국에 그야말로 ‘화약고’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대형 사기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김봉현 전 회장의 말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검찰 수사 등을 통해 가려야 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김봉현 전 회장이 자신의 혐의에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봉현 전 회장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몰려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지자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자 새로운 의혹 제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봉현 전 회장은 옥중편지에서 자신이 라임 ‘전주’이거나 ‘몸통’이 절대 아니라며 “실제 라임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고 실제 몸통들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거나 국내 도주 중”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강기정 전 수석은 지난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봉현 전 회장을 “사기꾼”으로 규정하면서 “제가 알아보니까 과거에 무슨 사건에 연루돼서 이름도 바꾸고 얼굴도 바꾸고 이랬다더라. 참 복잡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봉현 전 회장이 평소 남에게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을 아는 척하고 자신에게 돈을 줬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제가 볼 때는 마치 질이 아주 나쁜 사기꾼 느낌이 든다. 야당에 내부 고발자, 소스 제공자처럼 돼 있는데, 이런 걸 노리면서 자기의 사기꾼 느낌을 희석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야당도 김봉현 전 회장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야당 정치인 로비’를 주장한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서신에 대해 “잘 짜여진 시나리오 냄새가 진동을 한다”며 역으로 여권과 검찰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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