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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얼굴 ‘먹칠’한 국정원, 진선미의원 고소

 
 
 
사법부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제기할 자격 없어”
 
耽讀 | 등록:2013-07-06 08:58:27 | 최종:2013-07-06 09:05: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달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이유를 "국정원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명예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대한민국은 정보기관이 정보 유출자"라는 비판을 받아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다.


국정원, 진선미 의원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

'국가정보원 부정선거'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29)씨는 지난 5일 민주당 진선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습니다. 진 의원이 지난 1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여직원이 오빠라는 사람을 불렀는데 알고 보니 국정원 직원이었고, 그 두 사람이 안에서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가며 증거들을 인멸했다"고 말했습니다.

▲ 진선미 의원 ⓒ 유성호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씨 측은 "진 의원의 근거 없고 터무니없는 악성 주장으로 인한 고소인의 심리적 피해가 크다"며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이라도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또 진 의원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국정원도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은 당시 여직원이 불러 오피스텔에 찾아간 사람은 친오빠가 맞고, 그는 민주당 관계자들의 제지로 오피스텔 내부로 들어가지도 못했으며, 음식물을 전해주려던 여직원 부모조차 출입하지 못했다"며 진선미 의원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국정원은 이뿐만 아니라 "'좌익효수' ID를 사용한 국정원 직원이 특정지역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주장과 관련, 이 ID 사용자는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좌익효수'ID 사용자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거짓 내용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정원은 앞으로도 무책임한 거짓 주장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한홍구 "국정원은 지켜야 할 명예 없어"

정말 두렵고, 떨립니다.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검찰에 고소부터하고, 경찰에는 수사 의뢰를 그리고 거짓 주장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입니다. 그리고 국정원은 명예가 있을까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국정원은 지켜야 할 '명예'가 없어요. 불평도,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는 게 정보기관의 숙명"이라고 했습니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명예를 훼손 당했다며 고소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있을 때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문제삼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습니다. 박 시장은 지난 2009년 6월 <위클리경향> 830호 <"이명박 정권, 내년 하반기엔 레임덕 올 것"> 인터뷰 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은 기업 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후원이 끊기거나 줄어)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라며 "명백한 민간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민간인 사찰 의혹'을 주장했었습니다.


국정원은 '고소원'(?)...박원순·이석현·표창원·<한겨레>고소

그러자 국정원은 같은 해 9월 '국가'를 원고로 삼아 "국정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며 박원순 상임이사를 상대로 2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그럼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서울중앙지법 민사 14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지난 2010년 9월 15일 "국가는 기본권의 보장 의무를 지는 존재이지, 누리는 주체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비판에 소송으로 대응하려 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언로가 봉쇄될 우려가 있다"며 "국가의 청국을 기각"한다고 박원순 시장에게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국가나 국가기관이 업무를 정당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여부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국가는 당연히 이를 수용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놀라운 판결입니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국민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국정원이 국민의 명예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사법부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제기할 자격 없어"

국정원이 손해배송 소송을 냈을 때 대한변협은 "국정원이 개인을 상대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이 국가기관의 잘못을 비판할 자유가 헌법상 보장돼 있다"고 했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사법부가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더 이상 명예운운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지난 2012년 1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을 역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2011년 6월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2009년 4~7월 20명 규모의 전담 사찰팀을 구성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집중 사찰했다"고 말했고, 같은 해 12월 국회 현안질의에서 "국정원장이 유럽과 베트남에 갔다 오면서 과일 3박스를 사오다 세관에 걸렸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국정원, 이석현 "국정원, 박근혜 사찰" 고소...검찰 "국회의원 면책특권"

이에 대해 국정원은 2012년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의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원 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일방적 허위 주장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또 "당시 베트남 정부 측이 수행원에게 선물로 과일을 건넸고, 수행원은 반입불가 물품인 열대 과일을 원장에게 보고 없이 폐기처분했으며 세관통과를 시도하지도 않았다"며 이 의원을 고소했습니다.

국정원은 이번에는 아예 재판까지도 못갔습니다. 검찰이 지난 2012년 2월 11일 "이 의원을 직접 소환하진 않았지만 서면답변서를 제출받았다"며 "이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소권이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석현 의원은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한 발언이고, 진선미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 한 말이기 때문에 발언 당시 상황은 다릅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이 정말 진 의원을 고소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시국특강 - '자유시민 표창원, '국정원게이트' 최전선에 서다' 특강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국정원은 위기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첫째, 정치관료가 국정원을 장악해 정보와 예산, 인력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의도적 정치화가 아니라면 국제 첩보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다. 어떤 경우든 대수술이 필요하다. 생명은 살리되 뇌 속 암세포는 제거하는 정밀하고 체계적인 대수술만이 국정원을 살려내 국민이 신뢰하는, '한국의 007'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다.-2013.01.08 <경향신문> [표창원의 단도직입] '풍전등화' 국정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지난 1월 8일 쓴 글입니다. 국정원 한 직원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같은 달 18일 고소했습니다. 표 전 교수는 "슬픈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소식"이라며 "'허위인줄 알면서 악의적으로 피해를 입힐 의도로 행한 표현'이 아닌한 국가나 고위공직자는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칙이며 우리 판례로 확립된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언론도 국정원 고소에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1월 31일 김씨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오늘의 유머' 정치적인 내용의 글 91건을 직접 작성해 올렸다고 단독보도했습니다. 바로가기 국정원 여직원, 대선 글 안썼다더니 야당후보 비판등 91개 글 올렸다

<한겨레> 보도는 묻힐 뻔한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을 물 위로 끌어올린 보도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민의 알권리가 아니라 이런 보도가 바로 국민의 알권리입니다. 당시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는 이랬습니다.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2012.11.20

"어제 (대선)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국가보안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중략)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2012.12.05

"김영환 고문사건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에 반대가 4표나 있었다. 진상규명을 하지 말자는 국회의원이 정상이냐?"-2012.09.05

"이번이 자그마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 MB는 진짜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스타일인 듯"-2012.11.06

국정원 <연합뉴스>

하지만 국정원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보도 다음 날인 2월 "직원 김씨의 인터넷 아이디를 불법으로 기자에게 제공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인터넷 누리집 관리자 또는 경찰 관계자를, 이 아이디를 이용해 불법으로 누리집에 접속해 기록을 열람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한겨레> 기자를 김씨 명의로 고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진선미 의원을 고소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정원(국가)가 직접 고소를 한 것이 아니라 직원(개인)이 했다는 점입니다. 박원순 시장때 사법부가 "국가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제기할 자격 없다" 고 판시한 것을 염두한 것 같습니다.

누리꾼 "적반하장,공범임 자인하는 것"

하지만 직원이든, 국정원이든 시민과 언론 나아가 국회의원까지 고소에 힘쓴다는 점입니다. 국정원이야 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훼손했습니다. 대화록을 공개했습니다. 이 정도면 자중하면서 반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만 고소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국정원이란 이름보다는 '정권안보원', '댓글원'에 이어 이제는 '고소원'이 될 모양입니다.

누리꾼이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국정원의 반격인가요? 국정원 댓글녀가 뻔뻔하게 진선미 의원을 고소했습니다. 박근혜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무관하다면 현 국정원장은 오히려 원세훈에게 미루고 이런 싸움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정원의 이런 적반하장의 태도는 공범을 자인하는 것입니다."(@mett****)

"국정원 여직원은 자신을 감금했다며 민주당 당직자를 고소하더니, 국정원은 여직원 감금했다며 진선미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불의가 정의를 고소하는 나라, 불의가 더 당당한 나라, 지금 정권의 모습이다."(@__ho***)

"말세 군! 말세여! 국정원 불법 댓글사건의 주인공인 자체 잠금녀가 국정원 부정선거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을 허위사실 공포 명예훼손으로 고소 했다네요! 검찰이 찾은 댓글 내용을 보니 국정원 댓글녀가 되려면 무개념,적반하장"(@yw***)

"국정원 여직원의 진선미 의원 고소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쇼에 불과하다 그직원은 자신이 해온 어처구니없는 댓글 놀이에 대한 책임은 뒷전으로 하고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고소를 한다 방귀 뀐 놈이 더 큰소리 낸다더니 그 모양일세"(@Legen*******)

국정원이 진선미 의원을 고소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 명예를 훼손했다고 국정원을 고소할 사태입니다. 국민을 '물'로 보는 국정원, 이번에 제대로 개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데 가장 앞장 설 권력기관입니다. 이참에 다시는 민주주의를 훼손하서도 오히려 더 당당한 국정원이 되지 못하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보호는 정보기관으로서 거듭나게 해야 합니다. 국정원은 국정원이지, '정권안보원', '댓글원', '고소원'이 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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