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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산 넘은 ‘문재인표 권력기관 개혁’, 어디까지 실현됐나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12-14 23:14:40
수정 2020-12-14 23: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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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권력기관 개혁 공약, 어디까지 실현됐나
문재인 대통령 권력기관 개혁 공약, 어디까지 실현됐나ⓒ민중의소리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큰 진통 끝에 조만간 출범한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였던 ‘권력기관 개혁’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고 강조했다. 이런 취지에 맞게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3대 권력기관의 개혁이 큰 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견제 장치 미흡 등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미완의 권력기관 개혁 과제도 남아있다.

■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완성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속속 이뤄져

문 대통령의 숙원이자 검찰개혁이 상징으로 꼽히던 공수처는 우여곡절 끝에 이르면 내년 초 출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공수처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야당의 비토권 남용을 막을 수 있게 되면서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약 7천3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까지 해당되며,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판·검사, 장성급 장교와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와 가족 등이 수사대상에 오른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공수처에 이양해 검찰의 정치권력화를 막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내 식구 감싸기’ 수사로 늘 논란이었던 검사가 독립된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게 된 점이 주목된다.

공수처 설치와 함께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주어지고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부패범죄 등 일부에 국한된다. 법무부는 2019년 사건 기준으로 이들 대통령령이 시행되면 검사 직접수사 사건이 5만여 건에서 8천여 건으로 84% 이상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 개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적극 이행되고 있다. 일단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3명 모두 검찰 출신이 아니었다. 검사만 보임하던 범죄예방정책국장에 일반 공무원 출신을 임명하는 등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 실·국·본부장에서 검사 수를 대폭 줄여나가기도 했다.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억제’ 공약도 이행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0개 기관 64명에서 35개 기관 51명(올해 2월 기준)으로 5개 기관 13명을 감축했다.

나아가 검사인사위원회 심의·의결 사항으로만 존재하던 검사 인사에 관한 기본 원칙을 2018년 법제화함으로써 검찰인사위원회 심사를 내실화하고, 2019년 검사징계법 개정으로 검사 징계 실효성을 확보했다. 대검 고위간부 감찰을 위해 꾸려진 특별감찰단도 직제화되면서 올해 감찰부에 추가된 것도 주목된다. 최근에는 검사징계의 ‘공정성’을 위해 법무부 장관의 징계위원 임명권을 제한하는 대신, 외부 인사들에게 징계위원 추천권을 나눠주는 검사징계법 개정안도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모두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연결된다.

반면 문 대통령이 검찰 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의 일환으로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 권력개입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법무부에 두고 법무부 장관이 위원과 위원장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어, 9명 가운데 과반수인 5명이 장관의 의중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입법은 이뤄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공약은 추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7월 발간한 ‘2020~2024년 성과관리 전략계획’ 보고서에서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법제화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 전반을 감독하면서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한 정부조직법, 검찰청법의 취지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의 외부 견제기능 강화는 미완
검찰 수사에 대한 권력기관 방해는 견제

검찰의 외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내세운 공약들도 있지만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정신청 대상을 현행 고소사건뿐만 아니라 고발사건까지 확대 적용하고, 공소유지변호사 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인데, 국회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신청 제도는 고소인이나 형사소송법이 정한 일부 범죄의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로써 기소독점권을 지닌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다. 지난해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률은 단 0.32%에 불과했는데, 재정신청을 인용해도 재정신청 사건 공소유지검사가 구형의견을 제출하지 않거나 무죄를 구형하는 경우가 많아 제도 개선이 요구됐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공소유지변호사 제도의 부활이다. 공소유지변호사 제도는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인 1954년부터 도입됐으나,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재정신청 대상을 일부 확대하며 검사가 공소유지를 하도록 변경돼 사라진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하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불기소를 통제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법제화한다는 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소법정주의란 법률에 규정한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것으로, 검사에게 기소·불기소의 재량을 허용하는 기소편의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입법이 필요한 건데 아직 안 된 것으로 안다”며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담당하도록 한다든지, 검찰의 기소 기간을 규정한다든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나 기소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로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검찰시민위원회는 현재 대검찰청 예규를 근거로 5개 고등검찰청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검찰시민위원회가 검찰 소속에 있어 위원들의 판단이 검사의 입장에 귀속돼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에 검찰시민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회 결정에 대한 구속력 부여 등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이 발의된 적도 있었지만, 이 역시 처리되지 못했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공약은 권력기관의 수사방해 행위를 제어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등 국가비밀 보유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부당 거부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때에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2월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청와대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공무상 비밀이 있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거부 규정이 명시된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불승인한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특검에 제출하면서다. 법원도 청와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협조를 잘 하는 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14일 옵티머스·라임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며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만 법적 제재 등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정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 등이 항의하고 있다. 2020.12.08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 등이 항의하고 있다. 2020.12.08ⓒ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 경찰 개혁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입법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는 미흡

내년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법 개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뤄지면서 경찰 개혁의 핵심 공약도 달성됐다.

자치경찰제는 검찰로부터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되면서 강화·집중된 국가경찰 권력을 지역적으로 분산하는 경찰 개혁 방안으로 제시돼왔다. 국가경찰은 경찰청장, 자치경찰은 각 지자체에 소속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수사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경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 민주적 통제 장치 강화와는 거리가 멀어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일단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한 지붕 아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자치경찰 조직을 따로 신설하지 않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일원화한 것이다.

게다가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의 경우 경찰청장이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게 한 것도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천여 명에 달하는 정보경찰을 그대로 뒀을 뿐만 아니라, 정보경찰의 권한 역시 축소되지 않아 권력분산이라는 개혁 취지와는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역시 미흡하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경찰위원회를 총리 소속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해 인사권 및 감찰요구권 등을 부여해 실질화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재 국가경찰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기존 경찰위원회에 ‘국가’란 명칭만 추가됐을 뿐 현재의 자문기구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그외 문 대통령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실질수사권을 강화해 사실상 ‘노동경찰’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근로감독관은 노동 관련 문제를 다루는 특별사법경찰로, 형사소송법 및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16개 노동 관련법령을 위반한 범죄에 대해 수사권한을 가진 공무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근로감독관 수가 빠르게 증가하긴 했지만 근로감독청 등 전담부서 신설이나 근로감독관의 현장 불시점검 의무화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근로감독관과 사용자 간 유착관계 근절과 법에 포함돼있지 않은 노동 사각지대에 대한 수사권 등도 요구된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11.27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0.11.27ⓒ정의철 기자

■ 국가정보원 개혁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 전면 폐지와
국정원의 수사기능 폐지 및 대공수사권 경찰에 이관 입법화
반쪽 개혁에 그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해 권력을 분산하는 국정원법 개정안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 정보’, ‘대공’, ‘대정부전복’ 등 불명확한 개념을 삭제하면서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폐지한 것도 특징이다. 그 대신 ▲국외·북한에 관한 정보 ▲방첩(산업경제정보 유출,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침해 등 포함),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정보 ▲내란·외환죄 정보 ▲사이버 안보와 위성자산 정보 등으로 직무 범위를 재규정했다.

이를 두고 ‘반쪽 개혁’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권의 원만한 이관과 안보 공백 방지를 위해 대공수사권 이관에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이다. 대공수사권이 남아있는 가운데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 등을 수집하도록 하면서, 정치개입이나 민간인 사찰의 명분이 되어온 ‘국내정보 수집 근절’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보안법과 테러방지법 적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여지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치개입 등을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을 강화한 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 부합한다. 문 대통령은 ‘불법 민간인사찰, 정치와 선거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 범죄에 연루·가담한 조직과 인력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 및 처벌 형량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번에 개정된 국정원법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절하기 위해 정치 관여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을 수집·분석하기 위한 조직 설치를 금지하도록 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 정치인을 위한 기업의 자금 이용 행위를 금지하는 등 정치개입 금지 유형도 7가지로 확대했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검찰과 비교하면 국정원의 경우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국정원의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해 국정원 직원의 불법 감청 및 불법 위치추적 등 행위를 금지토록 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근거도 신설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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