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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에도 미스터리 서클? 복어에게 물어봐

 

해저에도 미스터리 서클? 복어에게 물어봐

조홍섭 2013. 07. 04
조회수 15605추천수 0
 

일본 남부 아마미-오시마 섬 해저에 지름 2m '비행접시 무늬' 조형물 잇따라

복어 일종 수컷이 만든 산란장 드러나, 둥지용 미세 모래 공급받을 정교한 장치

 

puffer0-1.jpg » 일본 남부 해저 모래밭에서 발견되는 '미스터리 써클'. 사진=요지 오카타, <사이언티픽 레포츠>

 

일본 남쪽의 아마미-오시마 섬이 있는 아열대 바다에서 다이버들은 1995년부터 신기한 모습을 가끔씩 관찰했다. 바다 밑바닥 모래밭에 지름 2m쯤의 원형 무늬가 곳곳에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가장자리에서 중앙을 향해 방사상으로 빗살 무늬가 선명한 이 무늬는 마치 비행접시를 눌러 찍어놓은 것 같기도 해서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미스터리 써클’이라고 불렸다.
 

이 괴상한 무늬의 정체가 일본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졌는데, 이를 만든 주인공은 작은 복어의 일종이었다. 히로시 가와세 일본 지바 자연사박물관 연구원 등은 이런 내용을 <사이언티픽 레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사이언티픽 레포츠>는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학술지이다.

fuffer1.jpg » 지느러미로 '미스터리 써클'을 만드느라 열심인 참복과 복어의 일종. 사진=키미아키 이토, <사이언티픽 레포츠>

 

연구진이 수중에서 관찰했더니, 참복과 토르퀴게너속의 이 신종 복어 수컷은 산란용 둥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조형물을 빚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복어는 원의 바깥에서 안쪽으로 헤엄치면서 가슴과 배, 꼬리지느러미를 총동원해 바닥의 모래를 헤집어 고랑을 만들었다. 이렇게 형성된 빗살 모양의 고랑이 가운데 만나는 곳이 신부를 유인할 둥지이다. 둥지에는 조개나 산호 조각을 뿌려 장식했다.

 

해저 '미스터리 써클'을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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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ffer2-4.jpg » a. 둥지 제작 초기 b. 중간 단계. 오른쪽에 작은 복어의 모습이 보인다. c. 완성. d. 산란 뒤 골이 무너져 가는 모습. 복어가 알을 지키고 있다. 사진=요지 오카타, <사이언티픽 레포츠>

 

길이 12㎝인 이 물고기가 지름 2m의 이런 조형물을 만드는 데는 7~9일이나 걸렸다. 암컷이 둥지에 알을 낳은 뒤에도 수컷은 6일을 더 머물며 알을 지켰다. 이러는 사이에 조형물의 고랑은 물살에 차츰 무너져 평평해졌다.
 

복어는 왜 이런 조형물을 만드는 걸까. 연구진은 모래의 미세한 입자가 한가운데 둥지에 쌓이도록 유도하는 구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복어가 골을 팔 때 일어난 미세 입자는 흩어지지 않고 골 표면에 쌓이는데, 골이 방사상이어서 조류와 무관하게 미세 입자는 중앙에 위치한 둥지로 이동했다. 따라서 복어의 미스터리 써클은 폭신한 둥지의 원자재인 미세 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복어는 이렇게 힘들게 만든 구조물을 재활용하지 않고, 번식 때마다 새로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어렵게 만든 둥지이지만 모래에 포함된 미세 입자를 모두 써 버린 상태여서 다시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le of Huge Geometric Circular Structures in the Reproduction of a Marine Pufferfish
Hiroshi Kawase, Yoji Okata & Kimiaki Ito
SCIENTIFIC REPORTS | 3 : 2106 | DOI: 10.1038/srep0210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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