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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못넘는 여성 필진…성소수자는 소수점 아래

필진 남성 편중 ‘중앙일보’ 87.6% 최다…한겨레가 가장 적어
남성·여성 아닌 성소수자 필진은 0.1%…1117건 중에 단 2건
 
 

 

국내 ‘중앙일간지’로 꼽히는 9개 신문 가운데 성소수자 필진은 단 2명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성비는 ‘7대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를 비추는 언론이 여전히 특정 집단을 과잉 대표한다는 지적이다.

신문의 필진 구성은 해당 매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창구 중 하나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7일 15명의 기명·테마 칼럼 필진을 공개하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와 한국 정치·경제·사회의 도전적 과제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엔 중앙일보가 “진보, 보수, 중도의 대표적 학자·연구자가 대거 합류한다”고 알렸다. 비슷한 시기 경향신문은 “노동·여성·인권·청년 분야”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주요 신문의 필진 구성이 변화하는 연말과 연초에 걸쳐 외부 필진 구성을 분석했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해 1월30일까지 5주 동안 9개 아침신문(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이 대상이다. 고정 필진 뿐 아니라 시론 등 일회성 외부 기고를 함께 살펴봤다. 해당 기간 필자가 중복되더라도 한 건의 글을 개별 횟수로 측정했다.

▲2020년 12월28일부터 2021년 1월30일까지 5주 동안 주요 일간지의 외고 필자 성별 분류
▲2020년 12월28일부터 2021년 1월30일까지 5주 동안 주요 일간지의 외고 필자 성별 분류

전체 신문 필진의 성비는 ‘76대24’로 나타났다. 성별 편중이 가장 심한 곳은 중앙일보로 대략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113건의 기고 중 남성 필자는 87.6%(99건), 여성 필자는 12.3%(14명)로 집계됐다. 중앙일보에 고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전속 칼럼니스트 대부분을 남성으로 꾸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국민일보(80.8%), 조선일보(79.8%)는 필진 10명 중 8명이 남성이었다. 국민일보의 외부 기고 73건 중 59건은 남성, 14건은 여성 필자가 작성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134건 중 107건이 남성, 27건이 여성 필자다. 조선일보가 지난달 28일 새해를 앞두고 추가한 필진 8명 중 여성은 단 한명, 그마저도 시(時)를 소개하는 연재 코너였다.

한국일보(75.2%)·서울신문(74.5%)은 남성 필진이 70% 중반대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7월 “여성 필진 30%로 늘렸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고를 낸 바 있다. 창간 116주년을 맞아 필진 구성에 변화를 주면서 “남성 지배적 사회에서 남녀 균형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최근 한달 동안에는 여성 필진 비율이 25.4%에 그쳤다. 다음은 동아일보(72.3%)와 세계일보(72.1%) 순이다.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대부분 신문이 필진을 새로 꾸린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선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서울신문은 지난해 7월 여성 필진 30% 구성을 알려 함께 배치했다.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대부분 신문이 필진을 새로 꾸린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선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서울신문은 지난해 7월 여성 필진 30% 구성을 알려 함께 배치했다.

‘7대3’은 신문에만 국한되는 비율이 아니다. 최근 서울YWCA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9월 22개 시사·보도 프로그램 출연자를 조사한 결과 남성이 78.2%, 여성이 21.3%로 나타났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생방송 심야토론’은 조사 기간 여성이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KBS ‘시사직격’ ‘더 라이브’, SBS ‘그것이 알고싶다’, JTBS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등은 남녀 성비가 10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여성 필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한겨레는 아슬아슬하게나마 남성 필진 비중이 60%대(69.2%)로 나타났다. ‘부부 건축가’로 한겨레에 기고 중인 노은주·임형남 건축가의 경우 기타 성별로 분류했다. 경향신문은 남성 71.5%, 여성 27.9% 수준이다.

특히 이들 신문은 유일하게 성소수자 필진을 두고 있다. 경향신문엔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로 알려진 박한희 변호사(희망법), 한겨레에는 본인을 레즈비언으로 밝힌 한 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가 글을 연재하고 있다. 다만 이 두 인물이 전부다. 결과적으로 분석 기간 9개 신문에 실린 1117건의 글 가운데 성소수자 필진의 글은 단 2건, 0.17%다. 한국은 성소수자 인구통계조차 없는 나라지만, 흔히 해외 사례에 비춰 전체 인구 3~7% 정도를 성소수자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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