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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까지 한걸음 남은 ‘김진숙 희망 뚜벅이’…“국가폭력 35년, 대통령 어디에 있나?”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1-02-06 17:52:27
수정 2021-02-06 17: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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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의 복직 투쟁을 끝장내러 부산부터 청와대까지 한 달 넘게 걷고 있는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6일 서울에 진입했다.

청와대에 가까워질수록 김 지도위원과 함께 걷는 시민들이 늘어나 이날 참가자 수는 역대 최고인 500여 명을 기록했다. 내일이면 청와대 앞 농성장에 도착하는 이들은 “국가폭력 35년, 단식 46일! 대통령은 어디에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김진숙과 함께 걷는 해고 노동자들

‘김진숙 희망 뚜벅이’는 이날 오전 11시 인덕원역을 출발해 남태령역, 사당역을 지나서 오후 3시 흑석역에 도착했다.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은 정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복직 촉구를 위한 도보 행진에 나섰다.

김 지도위원을 선두로 해고 노동자들이 뒤따랐다. 김 지도위원의 아픔에 누구보다 공감하며, 도보 행진 출발 때부터 함께했던 이들이다. 이날은 코레일네트웍스, 아시아나KO, LG트윈타워, 아사히글라스, 쌍용자동차,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새해 LG트윈타워에서 집단해고돼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소노동자 A 씨는 “김 지도위원 복직시켜달라고 빌면서 걸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35년간 세월을 어떻게 견뎠는지…김 지도위원이 오래 힘들게 투쟁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투쟁하며 “사 측이 교섭을 거부하고 꼼짝도 안 하는 게 제일 힘들다”라던 A 씨는 한진중공업에서 김 지도위원에게 해고 기간 밀린 임금 대신 위로금을 제시한 데 대해 “해고 노동자들은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돈 필요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고용 승계를 언급하며 “김 지도위원 복직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대통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김 지도와 문 대통령은 옛날 동지라고 하더라. 지금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김진숙이 가는 길, 그냥 따라 걷고 싶었다”

개개인의 시민들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염원하며 함께 걸었다. 강릉에서 왔다는 50대 초반 이 씨는 “김 지도위원이 병원을 나와 부산에서 걷기 시작할 때부터 마음이 덜컹했다. 엄동설한에 하루라도 함께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까지 오게 됐다. 저는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머릿수라도 보태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이 2011년 85호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 처음 그를 알게 됐다. 한평생 정의로움과 옳다는 것에 자신의 삶을 받치지 않았나. 평소 함께 할 수 없지만, 그 마음과 뜻에 동조하고 연대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50대 중반인 B 씨는 “김 지도위원이 한 달 넘게 걷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김 지도위원은 씩씩하게 걷고 있더라. 그냥 그의 길을 따라서 걷고 싶었다”라며 “보통은 정부든 기업이든 거대 권력에 좌절하지 않나. 하지만 김 지도위원은 35년째 투쟁하고 있다. 늘 이래저래 눌려 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참가 이유를 묻자 “김 지도위원 일인데 당연하다”라는 30대 중반 장 씨는 “그가 연대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않나. 각종 투쟁 사업장 이외에도 모든 소수자 의제까지 결합했다. 그렇다면 김 지도위원 복직에 우리가 똑같이 결합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노조했다고 빨갱이로 고문…국가가 나서야”

김 지도위원이 복직을 촉구하며 청와대까지 걷는 이유는 국가가 그의 부당해고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6년 2월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안내 글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3차례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사 측은 이 기간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그해 7월 그를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이들이 병원에 실려 가고, 김 지도위원을 비롯한 희망 뚜벅이가 청와대 코앞까지 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노사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태도인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의 주채권자로 사실상 정부가 사 측인 상황이다.

국가가 김 지도위원 복직에 나서야 한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B 씨는 “김 지도위원 해고에 남북 대립상황이 작용했다. 노조 대의원을 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고 고문당한 뒤 해고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40대 양 씨는 “잘못된 부분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가 있는 것이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40대 박 씨는 “김 지도위원 복직을 손 놓고 구경하는 정부의 태도는 친기업 반노동이 확실하다. 김 지도위원이 선례로 남을까 봐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 복직의 의미에 대해 양 씨는 “우리 모두 노동자다. 누구는 안 당하고 누구는 당하는 게 아니다. 해고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김 지도위원이 복직하면 큰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6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달려온 희망뚜벅이와 서울 흑석역까지 현대중공업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 39일차 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 도착 하루를 남기고 있다. 2021.02.06ⓒ김철수 기자

이날 보도 행진은 오후 2시 사당역에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희망 뚜벅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에서 서울로 넘어오면서부터 경찰이 대오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희망 뚜벅이는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키며 9명씩 10m 간격으로 이동했는데, 경찰들이 앞뒤로 따라붙으면서 간격이 4~50m가량 벌어졌다. 이 때문에 보도 행진이 한 줄로 연결되지 못하고 참가자들이 산발적으로 걷는 모양새였다.

현장을 통제하던 금속노조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옆으로 이탈하면 그만이다. 경찰의 의미 없는 조처 때문에 힘을 못 받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찰의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행진 신고했는데, 범법자 취급하며 빙 둘러싸서 시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력을 배치한 이유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한 참가자는 “경찰 때문에 걷기가 멈춰져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게 안 느껴져서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흑석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김 지도위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내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희망 뚜벅이는 오는 7일 11시 흑석역에서 출발해 남영역의 한진중공업 본사를 지나 오후 3시 청와대 농성장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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