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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본소득, 유토피아 아닌 현실'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①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파리정치대학 정치학박사
▲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파리정치대학 정치학박사

 

 

재산이나 노동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대선 길목에선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토마스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정부차원의 기본소득은 핀란드가 효시다. 코로나 시대 대안으로 도입을 추진중인 복지 선진국 프랑스를 시작으로 핀란드, 미국 알래스카, 일본, 브라질의 기본소득 실태를 전문가를 통해 점검해 보는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Covid19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마스크가 필수인 생활을 연출하고 여럿이 모여 식사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디 이뿐이랴. 기존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심한 균열로 몰아가고 있다.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Elon Musk)처럼 통 크고 미래비전을 설계하는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 억만장자가 되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끼니를 걱정하는 신세가 될 지경이다. 많은 이들은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날을 학수고대하지만 이제 그 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해가는 세상에 맞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빨리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일 아니겠는가.

 

코로나시대 대세로 떠오른 프랑스 기본소득 

 

일단 이런 비전을 가졌다면 기본소득은 더 이상 소모할 논쟁거리가 아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확대하자고 제안하자 그의 정적들은 이를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라는 네 단어로 이를 매도만 할 것인가. 지속되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우리 국민의 생존을 위한 보급품은 필시 기본소득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차라리 문제 삼으려면 기본소득을 보다 구체화하라고 다그치는 편이 낫다.

 

프랑스는 그 동안 기본소득을 유토피아(Utopia)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2017년 대선 때 사회당 후보인 브누아 아몽(Benoit Hamon)이 기본소득을 빅이슈로 쟁점화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이 된 뒤 이 이슈는 점차 잊혀져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작년부터 세계가 코로나 격랑에 휩싸이자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재정이 어디 있어 기본소득을 실시하느냐며 펄쩍뛰던 반대자들이 하나씩하나씩 기본소득 옹호자로 돌아서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기본소득 말고는 달리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전진하는 공화국의 발레리 쁘띠(Valérie Petit) 하원의원은 코로나시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취약하다는 것과 국가의 안전망이 완전하지 않고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고백한다.

 

따라서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4월 일용직과 임시직, 자영업자들 중 자택격리로 인해 수입이 끊어진 극빈자 가정과 학생들에게 지원금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뒤범벅인 프랑스 사회보장제도를 수술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의 일종인 활동기본소득(revenu universel d'activité, RUA)을 신설하기 위한 작업도 착수했다. 그러나 쁘띠 의원은 “이 활동기본소득이 단지 구직자들에게 주는 수당들을 통합한 것이지 사실상의 기본소득은 아니다”라고 비난한다.

 

그러므로 쁘띠 의원은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같은 금액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진짜 기본소득을 “시민의 주춧돌(Socle citoyen)”로 이름붙이고 이를 실현할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2021년 정기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 국민 71% 기본소득 찬성 

 

프랑스는 기본소득을 시민들의 가난과 불안정을 타파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시대 직장을 잃고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해법으로 보고 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3월 옥스퍼드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을 포함한 유럽인 71%가 기본소득에 찬성했다. 이는 2018년 1월 조사에서 63%가 반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위기의 시대 인류의 평화공존을 위한 해법이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시민들은 알게 된 것이다. 로마의 프란체스코 교황도 마찬가지다, 그는 작년 4월 공개서한을 통해 기본소득을 옹호하고 나섰다.

 

우리도 이제 더 이상 기본소득을 선거용이라 매도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프랑스에서 보았듯이 코로나위기에 경제도 살리고 국민도 살리려면 기본소득이 해법이다. 정치인들은 지금 여·야 가릴 것 없이 앞 다퉈 기본소득을 쟁점화하고 재원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더 이상 기본소득은 선택지가 아닌 필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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