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는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는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3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발의되었다가 '셀프특혜'논란에 휩싸이면서 자진 철회했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이 다시 추진된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6월항쟁 정신계승 및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6월항쟁을 비롯한 수많은 민주화운동이 제대로 기억되고 평가될 때, 이들의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우리의 역사와 사회 속에 확고하게 지켜내낼 수 있을 것"이라며, 21대 국회가 즉시 '민주유공자법' 심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유가협은 기자회견문에서 "민주제단에 바쳐진 희생자들을 국가유공자로 하여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은 민족민주 유가족들의 마지막 바람"이며 "이들의 죽음과 희생을 제도화하여 후대에 교훈으로 삼자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전통을 반석위에 새기는 일"이라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05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국가보훈기본법'은 국가보훈의 적용 대상을 △일제로부터의 조국의 자주독립 △국가의 수호 또는 안전보장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국민의 생명 또는 재산의 보호 등 공무수행에 해당하는 희생·공헌자로 정의하고, 독립유공자·전쟁유공자·민주유공자로 구분하여 관련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나 이중 '민주유공자법'만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1994년 제정)과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2000년 제정)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과 달리 민주유공자 관련 법률은 지난 15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계속 발의는 되고 있으나 2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4.19혁명 유공자에 대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5.18민중항쟁 유공자들에 대해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로 인정하는 것과 달리 6월항쟁 열사들을 비롯하여 노동자·농민·학생열사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국가유공자로 예우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21대 국회는 지난해 9월 발의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8개월이 지나도록 변변한 논의조차 못하고, 지난 3월 말에는 민주당 설훈 의원을 비롯한 73명의 의원이 민주화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교육·취업·의료·대출 지원을 하는 내용의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철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86운동권 국회의원들의 셀프 특혜 논란이 배경이 되었다. 

유가협은 "국회의원 자신들보다 민주유공자로 등재되어야 할 국민들이 수없이 많다"며, "이 해괴한 논리 때문에 국회가 '보다 나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고령이 된 민족민주 유가족들에게는 금전적 해택이 거의 없고 대부분 자녀가 없던 미혼인 열사들에게도 '혜택'이라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으며, 자녀가 있더라도 이미 다 성장하여 교육·취업 등 실질적인 혜택도 무의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명예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이제 남은 유가협 부모들도 1/3 정도 생존해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지난 1998년 4월부터 422일간 국회앞 농성을 통해 2000년 제정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등에 관한 법률'에서 열사 136명과 부상자 700~800명을 비롯해 수감, 해직, 학사징계 등 9,000명의 대상자들이 제한적인 이 법의 대상이 된 바 있으나 그 뒤 한번도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라는 명칭 자체부터 당시 정치권에서 유가족들의 요구를 우회하여 일시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사회적 평가가 유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협은 민주화 관련 열사(사상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민주유공자법을 만들고, 현재 논란이 되는 명예회복에 관한 문제는 추후 개정을 통해 접근하자는 입장이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장 회장은 "이미 유가협 부모들은 고령으로 1/3정도만 생존해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급한 사정을 알렸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인 김남주 변호사는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만들어진 헌법의 전문에 3.1운동과 4.19이념은 계승한다고 되어 있으나  5.18과 6월 항쟁 민주이념은 여전히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민주유공자법은 단순히 금전 보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적을 잊지 않겠다는 사회적 평가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보상법에 대해 '운동권 셀프 보상법'이라고 반대한 세력은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1987년체제, 6공화국에 대한 의도적 폄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박인기 수도권 추모연대 의장과 장원택 서울대민주동문회 회장, 이종문 전국민중행동(준) 집행위원장 등이 각 단체의 입장으로 민주화보상법 추진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6월항쟁 정신계승과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문 [전문]

이제 며칠 있으면, 1987년 6월 항쟁 국가기념일이 다가온다. 올해는 34주년 기념식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자식을 비롯한 자신들의 피붙이들을 민주제단에 받친 우리 민족민주유가족들은 맘 편히 그날을 기념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나라에서는 국가유공자를 ‘국가보훈의 주요 영역인 독립⋅호국⋅민주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의 세 기둥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국가유공자 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국민들과 함께 기억하고 보답하며, 보다 나은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통합시대를 여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민주유공자의 경우 4.19혁명과 5.18광주민중항쟁과 관련된 유공자들만 인정하고, 6월 항쟁 열사들을 비롯하여 노동열사, 농민열사, 학생열사 등 우리사회의 여러 곳에서 민주화 활동을 하다가 희생당하신 분들은 아직도 국가유공자로서의 예우를 못 받고 있다.

민주화운동유공자법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15대 국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국회는 예산타령을 하면서 법안을 받아드리지 않았으며,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9월에 발의된 법안은 8개월이 지나도록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지난 4월 보궐선거 기간에 제출된 법안은 셀프법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하루 만에 법안이 폐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속담처럼 국회의원 자신이 혜택 받는 법안을 국회에서 만들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보다 나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는 국민의 대변자이다. 자신들보다 민주유공자로 등재되어야 할 국민들이 수없이 많다. 게다가 우리 민족민주유가족들은 이제 고령의 나이가 되어 받을 수 있는 금전적 혜택도 거의 없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녀들은 이미 성장하여 일가를 이루고 있으며, 의료보험을 비롯한 기타 사회적 지원도 그리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명예회복이다. 현재 사회적 위상이 전혀 없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라는 명칭은 과거 정치권이 유족가족들의 전적인 동의 없이 편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나라의 민주제단에 받쳐진 희생자들을 국가유공자로 하여 기리자는 것은 가족들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죽음과 희생을 반석에 새겨 후대에 교훈으로 삼자고 하는 것이다. 6월항쟁을 비롯한 수많은 민주화 운동이 제대로 기억되고 평가될 때만이 이들의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우리의 역사와 사회 속에 확고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제출된 법안에서 문제점이 있으면 유가족들과 당사자들과 협의하여 해소하면 된다. 재정이 부족하다면 부족한대로 지원을 하도록 논의하면 될 것이고, 소위 일부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셀프법안이라면 셀프법안이 되지 않도록 논의하여 법을 제정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민주유공자법이 발의만 되고 30년이 다돼가도록 국회 해당 위원회의 담당 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6월 항쟁 34주년을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21대 국회는 당장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심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벌써 많은 유족들이 사망하고 말았다. 더 이상 법제정을 미룬다면 자신의 피붙이를 민주제단에 받친 유족들이 한을 다 풀어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결과를 맞닥뜨려야 하며, 유족들의 원망은 대한민국이 존속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나라가 진정 국민을 위한 나라가 맞는다면, 우리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

 

2021. 6. 7.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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