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가 주관한 2021년 북한 당규약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북한이 두개 국가론을 수용해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이 두개 국가론을 수용해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최근 입수된 개정 조선노동당 규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되는 '북한의 통일포기론'을 정면 반박하는 의견이 개진됐다.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2021년 북한 당규약 토론회-북한 노동당 규약개정, 어떻게 볼 것인가' 발표를 통해 "제7차 당규약의 '당원의 의무'에서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적극 투쟁해야 한다'는 대목이 제8차 당규약에서 삭제되었지만, 당 규약 서문에 '통일발전', '조국의 평화통일'이 명시되어 있다"고 하면서 해석 오류를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같은 주장은 북한이 해방 후 혁명적 민주기지노선 단계에서 '남북 총선안'을, 1960년대 지역혁명론으로 이행하는 시기에는 '과도적 연방제'를 제시하고 1980년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설방안'을 1990년대에 '1민족1국가 2제도 2정부에 기초한 연방제'로 전환하는 등 통일노선과 방안을 변화시켜 온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짚었다.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 내부의 역사적 변화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규약의 문구나 조항의 내용이 현실정치, 당의 실제 운영 등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도 꼼꼼하게 분석하는 '역사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이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연방제방식의 통일'을 강조하고,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신년사에서도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을 상기시켰다.

또 다른 발표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북한연구센터장은 당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표현이 삭제된 것은 "남한 국민들의 투쟁을 지원함으로써 '남조선혁명'을 성공시켜 남북한을 통일하겠다는 전략이 북한의 '강력한 국방력'으로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평화통일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수정된 것"이라고 하면서 "북한이 통일에 대한 의지를 사실상 내려놓고 두개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평가"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최은아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통일지향성 포기' 해석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교수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적화통일'로 등치시키는 것은 오류이며, 이를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으로 완화된 표현을 쓴 것은 남북관계 변화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반영한 것이라고 보았다.

무엇보다 '통일'과 '평화공존'이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하면서 북측의 '연방제' 또는 '낮은 단계 연방제', 남측의 '연합제' 어디에서도 '통일'은 '평화공존'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은아 사무처장은 북측이 지난 1월 당 규약개정 결정서 보도에서 통일관련 규약 개정의 핵심은 '강력한 국방력을 통한 안정과 평화적 환경수호'라고 꼽은 것을 '병진노선 승리' 기조가 반영된 것이며, 또 다른 측면에서 북측은 '상대방의 제도와 차이를 존중하고 그 공존을 도모한다'는 연방제 통일방안에 기초한 통일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이번 당규약에도 '연방제 방식의 통일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표현을 폐기한 것은 이를 북의 통일방안인 '적화통일'로 해석하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의 통일 포기' 주장은 오히려 이들이 견지하는 '두개의 한국', '통일보다 평화' 중심의 정책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북의 당규약 개정을 활용하는 측면이 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개정 당규약의 일부 내용을 '통일 포기'로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통일은 당의 핵심과업이자 체제의 존재이유를 구성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통일 포기'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존립근거,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는 일련의 흐름을 '두개 국가'를 지향한다는 근거로 활용하는데 대해서도 "우리국가제일주의는 우리민족제일주의를 대체하는 개념이라기 보다, 국가의 역할과 제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몇 가지 세부적인 지점에서 부분적으로 이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동엽 교수는 민족해방민주혁명 폐기 가능성은 당 규약 개정이 이뤄진 1월에도 여러 사람이 예측한 바 있어 아주 새롭다고 할 수없으며, 이를 두고 '혁명통일론 폐기', '두개 국가' 지향이냐 아니냐로 논쟁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창현 소장은 "두개 국가론을 수용하는 것은 북의 논리적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그러나 현실에서는 북의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민족제일주의보다 우리국가제일주의가 훨씬 와닿을 수 있다. 앞으로 5년, 김 총비서가 사회주의 강국건설 도달 전망을 밝힌 2030년 중반까지는 계속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논리적 흐름속에 진행되는 문제와 현실이 반영되어 진행되는 문제는 갈라서 봐야 한다는 것.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남과 북에 현실적으로 두개의 국가와 정부가 있으니 크게 논란할 일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1민족 2국가라는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같은 형제임을 망각하고 친구로 지내자는 두개 국가론과의 경계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민 연구위원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란 용어를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으로 대체한 것은 좀 더 포괄적이기도 하고 2018년 이후 변화된 상황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추세를 반영하여 유화적으로 적절히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한 해석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적 규모에서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에는 '평화체제,  관계개선, 적대관계 해소'등이 결부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북측이 '국방력 강화를 통해 안정과 평화적 환경조성'을 일차적 목표로 설정한 만큼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성장 센터장은 "최근 [노동신문]엔 남한 비판기사도 없고, 남과 북이 합의한 6.15 등 관련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남북관계 교착이 오래갈 수 밖에 없다는 반증"이라고 하면서 "과거와 달리 남과 북의 이해 대립이 너무 커졌다. 현실적으로 북은 통일을 긴 과정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북이 연방제 통일을 추구한다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했다. '두개 국가' 주장에도 30%의 진실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정창현 소장은 8차 당대회 규약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7차 당대회 규약과의 비교 뿐만 아니라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조선노동당의 체계화 과정, 특히 지난 10년간의 국내정치와 대외환경의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역사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당규약 개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북한이 자체의 사회발전 요구에 맞추어 추구하는 혁명의 발전단계론을 정하고 이를 당규약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사회주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주체혁명위업 수행의 도약기, 우리국가제일주의시대, 주체혁명의 계승기→발전기)→'사회주의 완전승리 이룩 단계'(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공산주의로 이어지는 단계론을 설정하고 거듭 세부 단계를 조정하고 있다. 

그만큼 혁명과업 수행이 어렵다는 것이겠지만 8차 당대회에서 당면 시기를 '주체혁명의 계승기, 발전기'라고 표현한 것은 '보강·재정비 전략'(=계승기)를 설정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았다.

최은아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 단계의 당면목표에 대해 당규약은 "조선노동당은 자력갱생의 기치밑에 경제건설을 다그치고 사회주의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다지며 사회주의 문화를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주의 완전 승리를 앞당기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규정했다.

또 당의 1단계 목표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이 아니라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 건설'로 바뀌었고, 최종 목적은 '인민대중의 자주성 완전 실현' 대신 '인민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건설'로 대체되었다.

김 총비서는 '공산주의 사회'에 대해 "우리가 이상하는 강국, 공산주의 사회는 모든 인민들이 무탈하여 편안하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사회,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이끌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지난 4월 29일 청년동맹 제10차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김 총비서는 "우리 당은 앞으로의 5년을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에서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는 효과적인 5년...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려고 작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세우고자 한다"는 15년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당규약 개정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제1비서 직제 신설에 대해서는 예상이 갈렸다.

정성장 센터장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출하는 제1비서직을 신설하고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으로 규정한 것이 확인된 후 김여정, 조용원 설이 분분했지만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도 아닌 김여정은 아니고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조용원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권한 강화와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 강화, 그리고 군 총정치국의 위상 약화, 위임정치 확대 등도 중요한 변화로 판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반면, 정창현 소장은 '제1비서는 선임비서가 아니라 총비서의 대리인'이라는 점을 들어 조용원은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4~5년간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제1비서직은 그를 염두에 두고 만든 직책이라는 것.

당 결정의 효율화 신속화가 강조되면서 집단적 협의구조가 정착되고 최고지도자의 활동영역, 범위를 축소하는 김정은식 당 운영체계가 공고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이재정·이용선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통일뉴스가 주관했으며, 통일부가 후원했다.

박창일 (사)평화3000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북한노동당 규약개정, 어떻게 볼 것인가?),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김정은시대 10년, 정치적 지향과 당규약의 상관관계)가 발표하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노당당 8차대회 당규약 개정 평가),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북한의 이상과 현실), 최은아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중심으로 본 조선노동당 규약개정의 함의),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내부 결속에 중점 둔 현상유지적 전략)가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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