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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힘 싣는 여당, 국회 입법 논의 탄력 받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11/04 03:28
  • 수정일
    2021/11/04 03: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표발의자 권인숙·박주민·이상민·장혜영 공동 기자회견, 여야 대선주자에게 ‘입장 표명’ 요구

정의당 장혜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상민, 권인숙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1.11.03.ⓒ뉴시스/공동취재사진

21대 국회에서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4명의 국회의원이 3일 한자리에 모여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을 논의하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은 만큼, 더 이상 국회가 외면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개최되는 정기국회 회기는 오는 12월 9일까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차별금지법을 검토해볼 때가 된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제정 논의에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치권의 기류가 여느 때보다 긍정적인 만큼 국회의 차별금지법 논의도 탄력받을지 주목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여야 대선 주자에게 입장 촉구

정의당 장혜영, 더불어민주당 이상민·권인숙·박주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에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관한 논의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네 의원이 각각 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은 명칭은 다르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는 내용의 골자를 같이 한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연 배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이뤄야 한다”며 “더 이상 법안 논의를 미룰 수 없단 절박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민주당에서 처음 ‘평등법’을 발의한 이상민 의원은 “헌법 규범에 맞게끔, 우리가 바라는 그 이치에 맞게끔 세상을 좀 바로잡아 보자는 것”이라며 “일부 특정 그룹에 속하는 분들은 이 법에 대해서 ‘사회풍속을 저해한다’ 등 말하는데, 그 말 자체가 차별적이고 매우 삐뚤어진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 법의 주무 국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합의가 안 돼 (논의) 안건으로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청회도 잘 안 되고 있다. 정말 부끄러워할 일 아닌가”라며 “법사위에서 빨리해 달라. 해줄 뜻이 없으면 국회의원 전원이 모이는 ‘전원위원회’에다가 회부해 전체 의원들의 토론에 부치자”고 제시했다.

전원위는 주요 의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 전이나 본회의 상정 후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할 때 소집되는 회의체다.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법안을 심사한다. 이 의원은 “사회적 공론화를 해서 이 법이 뭘 막는지, 이 법 때문에 무슨 피해를 주는지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이 여실하게 드러나도록 토론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여야 대선 주자들에게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말했다. 그는 “못할 거 없다 회피하지 마시라”라며 “후보들이 정면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줘서 국민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공약화를 제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 의원은 “아직 이 후보와 얘기는 안 해봤다”면서도 “기회가 되면 그렇게 (공약화 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박주민 의원은 지난 6월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성립돼 법사위에 회부된 사실을 상기하며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내 상황은 거의 변함이 없는 거 같다”고 답답해했다. 박 의원은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국민의힘과 다른 정당들에 법사위에서 평등법 제정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권인숙 의원도 “(발의된) 4건의 법안이 체계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개별법으로 구제하기 어려웠던 차별의 사각지대를 포괄하고 실질적인 평등을 구현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반론을 제기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진작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4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5%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권 의원은 “국민 10명 중 9명이 찬성한 것”이라며 “개신교 안에서도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높다. 이 법에 어떤 합의가 필요하단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첫 발의자 장혜영 “칼자루 쥔 건 민주당”

지난해 6월 21대 국회에서 첫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의원은 “부당한 차별로부터 시민을 지켜낼 책무는 여야 대소를 막론한 모든 정당의 책무”라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스스로 원하는 거의 모든 법안을 야당의 찬반 여부에 관계없이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단 것을 여러 번 보여줬다”며 “국민의힘이 만일 (차별금지법에 대해) 또다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상식적인 법안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면 그 억지를 단호히 돌파해낼 책임은 다름 아닌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있다. 국민의힘의 핑계를 대면서 이 책임을 더 이상 미루는 건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당론으로 굳히는 것엔 소극적인 입장이다. 다만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안에 논의를 공론화하는 작업을 할 생각”이라며 “여야 정책위가 주도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4일 예정된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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