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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로 확인된 허위 이력, 대선 정국 한복판에 떠오른 ‘김건희 의혹들’

논문 표절 의혹으로 시작해 허위 이력 논란으로 치명타, 사법 리스크도 여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자료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에 제기됐던 '사법 리스크'는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데다가 '논문 표절'에 이어 '허위 경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윤 후보가 정치적 명분으로 삼는 공정과 상식이란 기치도 흔들리는 형국이다.

윤 후보는 김 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여권의 공작설을 주장한다. 하지만 왜 유독 김 씨에게만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배우자 두둔한 윤석열
"학위 취소될 정도인지 의문"

시작은 '논문 표절' 의혹이었다. 김 씨가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1건과 학술지에 게재된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대한 연구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관상·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등 총 4건의 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논문표절 검증 서비스인 '카피킬러'를 통해 이 논문들의 표절률을 조사한 결과 보통의 논문보다 높은 수준의 표절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각종 비문과 출처 표기 없는 무단 발췌, 잘못된 참고 문헌 표기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특히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는 제목의 '회원 유지' 부분을 'member Yuji'라고 표기한 것으로 드러나 대표적인 부실 검증 의혹이 제기된 논문이다.

김 씨 논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국민대학교는 내년 2월 15일까지 논문 4편에 대한 검증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당초 윤 후보 측은 김 씨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결혼 전"일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과잉검증'으로 몰아갔다. 동시에 여당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더 엄격히 검증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물타기성 입장도 내놨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학문적으로 표절이고 학위로 인정되기 곤란하다면 당연히 취소돼야 하고 취소 전에 (학위를) 반납해야 한다"면서도 "표절이 학위가 취소될 정도로 심한지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두둔했다.

임용 이력서마다 '허위 경력' 기재
'단순 실수' 아닌 '경력 부풀리기' 의심도

논물 표절 의혹 이후 곧바로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졌다. 김 씨의 과거 대학교에 제출한 임용 지원서에서 사실과 다른 이력을 다수 적어 넣은 것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이 의혹은 최근까지도 뒷받침할 추가 증거 자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김 씨 역시 일부 의혹에 대해 시인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 측 해명처럼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경력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김 씨는 ▲2001년 한림성심대학교 시간강사를 시작으로 ▲2004년 서일대학교 시간강사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원 ▲2013년 안양대학교 겸임교원 ▲2014년 국민대학교 비전임 교원으로 임용됐다.

문제는 임용 과정에서 제출한 이력서에 모두 허위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한림성심대를 지원하며 자신의 경력에 서울 대도초등학교 실기 강사로 근무했다고 적었지만, 정작 해당 학교에서는 김 씨가 근무한 이력이 없었다.

서일대학교 지원 과정에서는 서울 대도초등학교에 더해 서울 광남중학교, 서울 영락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학교에서도 근무 이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김 씨가 서울영락고가 아닌 영락여상(현 영락의료과학고)에서 미술강사로 재직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직전 이력서에 적은 '서울 광남중학교 교생실습' 이력은 '서울광남중학교 근무'로 바뀌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2013년 안양대학교에 제출한 이력서.ⓒ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당시 작성한 이력서에는 허위 경력뿐 아니라 허위 수상 내용도 다수 기재돼 있었다. 최근 YTN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의혹 역시 수원여대 임용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씨는 2002년 3월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했지만, 정작 협회가 설립된 건 2004년 6월이었다. 윤 후보 측은 협회가 설립 인가를 받기 전에 김 씨가 비상근 무보수로 일했다고 해명했으나 협회 관계자는 김 씨와 함께 일한 기억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적었지만 김 씨의 이름으로 응모된 출품작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받았다는 대상특별상 수상 이력 역시 논란이다. 출품업체 대표는 이미 작품 제작을 마친 뒤 김 씨가 입사했기 때문에 그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전 이력서에 기재됐던 '서울영락고' 근무 이력은 '영락여고 미술교사 정교사'로 바뀌었다.

안양대와 국민대 임용 과정에서도 조금씩 이력을 고쳐서 제출한 부분이 확인됐다. 이 시기는 윤 후보와 결혼한 이후다. 김 씨는 한국폴리텍1대학교 서울강서캠퍼스에서 '산학겸임교원'으로 일했지만, 이력서에는 한국폴리텍1대학미디어콘텐츠과 '부교수(겸임)'이라고 허위로 작성했다. 산학겸임교원은 교수 직책과 구분되는 기간제 교원이다.

추가로 드러난 의혹도 있다.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한림성심대에 낸 이력서에 1995년 5월 '미술세계대상전입상(우수상)'이라고 수상 내역을 기재했다. 하지만 당시 수상자 명단에는 김 씨의 이름은 없었다. 김 씨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씨가 2003년 작가로 출품했던 전시회 도록에 '삼성미술관 기획전시'에 참여했다는 이력도 '허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김 씨는 '한겨레'를 통해 "당시 성남 분당에 있는 '삼성플라자(현 AK플라자 백화점 분당점)' 건물 내부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말끔히 해소 안 되는 사법 리스크
'코바나콘텐츠'와 '도이치모터스'

김 씨의 '사법 리스크'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코바나콘텐츠 불법 협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코바나콘텐츠 불법 협찬 의혹이란 일부 협찬사들이 수사와 재판 관련 편의를 바라고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 씨에게 협찬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시민단체 등이 지난해 9월 윤 후보와 김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6일 공소시효가 임박했던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2019년 6월 윤 후보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시기와 맞물려 대기업 협찬이 크게 늘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도 남아 있는 리스크 중 하나다. 특히 지난달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구속되고 재판이 시작되면서, 김 씨에 대한 수사 역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김 씨의 연루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윤 후보 측은 경선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김 씨의 증권 계좌 내역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공개한 자료에는 2009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매수 주문을 한 내역이 담겨 있었다. 김 씨가 이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정필 씨에게 주식 계좌를 맡긴 시점(2010년 1월 14일)부터 계좌를 회수한 시점(2010년 5월 20일)을 감안했다는 게 당시 윤 후보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주가 조작이 이뤄진 시점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거래 내역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윤 후보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사건의 단서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다 공개했고, 지금 검찰에서 1년 반 동안 계좌를 전부 다 열어봤다"며 "이걸 (전부) 공개하라는 건 제가 볼 때는 억지"라고 거부했다.

윤 후보는 배우자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과잉수사라고 반발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의혹에 모두 부인하며, "26년간 검사 생활했지만 상식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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