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국민의힘 때문” 조선일보 “아내 김미경 교수 영향”
한국일보·동아일보 “대장동 ‘그분’ 대법관 의혹, 검찰 조속히 규명하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철회를 밝혔다. 지난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안철수 후보가 대선을 17일 남겨두고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저는 구체제 종식이라는 시대적 요구,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결론 또한 단일화 경선을 통한 정면 돌파였다”며 “그런데 제 제안을 받은 윤석열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기자회견으로 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의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노컷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노컷뉴스.
▲21일자 아침신문들 1면.
▲21일자 아침신문들 1면.

안 후보는 이어 “가짜 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렸고 일부 언론들은 더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심지어는 저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상중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트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며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갈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야권의 단일화 기대가 무산된 만큼 21일자 아침신문들은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다루고, 안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한 배경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한겨레 “국민의힘 때문” VS 조선일보 “아내 김미경 교수 영향”

한겨레는 안 후보가 국민의힘 측의 ‘백기 투항’ 압박과 조롱 등의 복합적 요인들 때문에 단일화를 철회했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야권 단일화 제안 공식 철회한 배경엔 국민의힘의 ‘백기 투항’ 압박과 시간끌기, 모욕적 언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무반응,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도발, 국민의힘 안팎의 모욕적인 반응 등으로 자신의 진정성이 훼손됐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안 후보 설명이다. 단일화 논의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힘 쪽으로 돌리면서, 남은 선거운동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21일자 한겨레 3면.
▲21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두 사람은 지난 16일 국민의당 유세차 사고 사망자 빈소에서 20여분, 기자회견에 앞서 전화로 1~2분 정도 직접 대화를 나눴지만, 단일화와 관련한 윤 후보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그간 윤 후보의 무반응은 상승세를 탄 자신의 지지율을 기반으로 안 후보의 ‘백기 투항’을 압박하기 위한 최적의 시점을 기다리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원색적 비난도 한몫했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안 후보를 ‘원색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도 단일화 결렬 선언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안 후보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연일 쏟아내 단일화 결렬을 사실상 도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안 후보가 윤 후보 측이 그간 반응이 없었다고 했으나,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안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윤 후보와 통화를 하며 단일화와 관련해 각자 대리인을 통해 먼저 논의하자는 취지로 얘기를 나눴다. 그랬던 안 후보는 윤 후보와 통화한 지 3시간여 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제안을 철회하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21일자 조선일보 5면.
▲21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이어 “그간 윤·안 후보 측 인사들은 윤 후보로 단일화하고 안 후보가 새 정부의 총리직을 맡거나 국민의힘과 합당하는 방안 등을 두고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은 ‘지난 주말 사이 안 후보의 심경 변화가 감지됐는데,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그때쯤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추측했다.

아내인 김미경 교수가 기자회견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국민의당 측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안 후보의 이날 회견에는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말이 국민의당 안에서 나온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김 교수가 지난 18일 퇴원한 후 안 후보의 완주 의지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평소 안 후보 완주를 주장해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제안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나무랐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다수 국민이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것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지만 두 후보는 변변히 협상조차 하지 않은 채 단일화 카드를 깨 버렸다”며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윤 후보는 안 후보의 결렬 선언 직전에도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지만 단일화 얘기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공식 협상팀을 꾸리지도 않았다.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은 안 후보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러니 안 후보가 ‘제 진심이 무참하게 짓밟혔다’고 하지 않았겠나”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원치 않았다면 국민의힘은 안 후보 측과 협상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조선일보는 “하지만 안 후보가 스스로 주저앉기를 바라며 시간만 끌었다. 이건 단일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협력 없이 권력을 독차지하겠다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안 후보의 결렬 선언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단일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윤 후보가 진심을 보인다면 안 후보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50% 넘는 국민들은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동아일보 “대장동 ‘그분’ 대법관 의혹, 검찰 조속히 밝혀라”

지난 19일자 한국일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을 A대법관으로 특정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야권에서는 ‘그분’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 후보 측을 공격해왔다.

▲지난 19이자 한국일보 1면.
▲지난 19이자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지난 18일 자신들이 입수한 2021년 2월4일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을 분석해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두 사람은 ‘그분’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부분이 나온다”며 “경기 성남시에서 정영학 회계사를 만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원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며 A대법원을 입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저분’과 ‘그분’ 부분에는 검찰이 직접 A대법관 이름을 메모한 흔적이 있었다. 검찰 역시 ‘그분’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영학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그분’이 A대법관으로 밝혀지면서 ‘그분이 이재명 후보가 아니냐’라는 논란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몸통으로 지목해온 국민의힘은 사과하라’고 반격했고, 국민의힘은 ‘천화동인 실소유주는 여전히 미궁’이라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분의 실체는 대선 이슈를 떠나 국민적 의혹인 만큼 검찰 수사로 밝히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선거용 공세를 자제하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21일자 한국일보 사설.
▲21일자 한국일보 사설.
▲21일자 동아일보 사설.
▲21일자 동아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어 “문제는 ‘그분’은 정영학 회계사의 검찰 제출 녹취록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걸 다 알지 않느냐.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분은 대장동 특혜의 배후이자 700억원 배당금의 주인으로 추정돼 정체를 놓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장동 관련 녹취록의 발언자들은 대부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라며 “그 내용은 물론 발언 배경까지 따져야 하는 만큼 검찰이 나서 진위를 규명하는 수순이 맞다. 대선 정국에서 어쩔 수 업는 측면이 있다 해도 의혹부터 제기해 놓고 공세를 벌이는 것은 무분별한 일이다. 검찰도 최근 김씨 등 대장동 3인방을 불러 그분 의혹을 조사했다고 하니 실체를 조속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대장동 사건에는 정영학 녹취록 말고, 또 다른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의 녹취록도 등장한다. 여러 버전의 녹취록이 있다 보니 김씨가 현직 대법관을 ‘그분’이라고 불렀다는 것만으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대선 후 특검이 나서서 ‘그분’의 실체와 김씨 일당의 로비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