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출범 D-1, 내각 인선 대치 주목
“검수완박 할 힘으로”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촉구한 신문들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둔 9일 아침신문들은 내각 인선 향방에 주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을 부적격이라며 낙마 방침을 정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임명 강행 뜻을 비쳤다. 이에 보수 신문은 ‘반쪽 내각’이란 단어를 강조했지만 일부는 정호영·한동훈(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사퇴 또는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사설을 내기도 했다.

윤 당선자 측은 7일 정호영·원희룡·이상민·박보균·박진(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9일까지 재송부할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현재까지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이다. 신문들은 “윤 당선자가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라고 풀이했다.

▲9일 한국일보 1면
▲9일 한국일보 1면
▲9일 아침신문 1면
▲9일 아침신문 1면

현재까지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는 추경호(기획재정부)·이정식(고용노동부)·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화진(환경부) 등 4명뿐이다. 민주당은 6일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정호영 보건복지부·원희룡 국토교통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부적격하다”며 지명 철회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도 민주당이 저지할 방법은 없다. 다만 총리후보자는 국회 본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만큼 국회 과반 의석(168석)을 점한 민주당 동의가 필요하다.

신문들은 이들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한덕수 후보자 국회 인준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인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호영 등의 임명을 강행하면 인준 표결을 (의원) 자율로 한다 해도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 말을 전했다.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도 “민주당이 진작부터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낙마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최대한 많은 낙마를 이끌어내려는 카드라는 해석이 많다”고 전한 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도덕적 결함을 알면서도 동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줄다리기는 한동훈 청문회 이후 여론 추이에 달렸다는 관측이 많다”며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저조하고 일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태도를 ‘새 정부 발목잡기’ ‘대선 불복’으로 규정했다. 세계일보와 서울신문, 동아일보 등 신문은 “반쪽 내각”을 우려하는 보도를 냈다.

조선일보는 8면 상단기사 밑에 내각과 인선 관련 기사 “오늘 한동훈 청문회···검수완박과 딸 스펙이 쟁점”을 1건 실었다. 한편 3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1일 출범하지만 눈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중고’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무역 환경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을 다루는 보도는 없었다.

▲9일 조선일보 8면
▲9일 조선일보 8면
▲9일 조선일보 3면
▲9일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선 민주당이 6명 후보자이 부적격 판단한 데에 “대선에서 승리한 게 어느 쪽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라며 “민주당은 2년 전 치러진 총선 때 얻은 의석을 무기 삼아 각종 꼼수를 동원해가며 자신들이 계속 집권 세력으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9일 조선일보 사설
▲9일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을 내고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하지 못하게 된 데는 청문회 일정을 지연시킨 더불어민주당 책임도 있지만, 기초적 검증조차 부실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자료 제출을 기피한 후보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청문회에 선 정 후보자는 두 자녀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며 “윤 당선인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정 후보자에 대해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에 추가의혹, 중앙 “해명에 국민 납득 어려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9일 열린다. 신문들은 ‘자녀 스펙쌓기’ ‘아파트 편볍 증여’ ‘농지법 위반’ 등 여러 의혹 검증 과정에서 여야가 격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자녀 스펙쌓기 관련 추가 의혹을 내놨다.

한겨레는 1면 하단에 한 후보자의 딸이 국외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논문에 대필 작가가 조력한 의혹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의 딸이 지난 2월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4쪽짜리 논문의 문서 정보에 지은이가 ‘벤슨 아무개’으로 적혀있다고 한 뒤,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벤슨에게 접촉한 결과 자신이 2021년 11월 작성한 논문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9일 한겨레 1면
▲9일 한겨레 1면
▲9일 한겨레 6면
▲9일 한겨레 6면

한 후보자 쪽은 한겨레에 “후보자의 딸이 작성한 논문이라고 보도된 글은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한동훈 후보자 딸과 조카들이 ‘스펙 공동체’와 다름없이 대입 준비를 함께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한 후보자의 딸과 조카 2명이 각각 쓴 논문을 살핀 공과대학 교수 3명과 박사후 연구원 2명은 모두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박사과정생이 쓰는 ‘리뷰페이퍼’를 고교생이 썼고, 외국 소재 대학 재학 중인 석사과정생이 공저자이며, 돈만 내면 게재할 수 있는 ‘약탈적 학술지’나 수준 낮은 콘퍼런스 학회에 제출한 점 등을 들어서다.

▲9일 한국일보 4면
▲9일 한국일보 4면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이 “한 후보자 딸과 조카들이 ①논문 작성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인맥을 활용해 부정하게 저자로 등재했거나 ②의도적으로 약탈적 저널(predatory journal)이나 공신력이 낮은 학술지·학회에 발표”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교육 전문가들은 아직 입시에 활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 후보자의 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처의 핵심가치인 정의와 공정 이슈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했다.

이외에 신문들은 한 후보자의 다른 의혹으로 △어머니로부터 아파트를 편법 증여받은 의혹 △한 후보자 일가는 강원 춘천시와 경기 용인시의 농지를 상속·증여받고 장기간 소유하다 매각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9일 중앙일보 4면
▲9일 중앙일보 4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필작가 조력 의혹에 “한 후보자가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해명하며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이 또한 공정의 문제”라며 “더욱이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했다”며 “일부 보도에 대해 사법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정호영 후보자를 임명하는 건 잘못”이라며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원장·부원장으로 있으면서 자녀들을 같은 대학 의대 편입학 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자체가 낯뜨거운 일이다. 엄청난 이해충돌”이라고 했다.

▲9일 중앙일보 사설
▲9일 중앙일보 사설

단식 29일째, 다수당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엔 그동안 미뤄온 차별금지법 등 개혁 입법 처리에 속도 낼 것을 촉구하는 보도들도 나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1면 기사와 사설로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을 주문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국가인권위원회 송두환 위원장이 8일 성명을 내고 “국회는 여야가 합의한 평등법(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조속히 개최하고 법안 심사 진행을 위한 입법 절차를 지체 없이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9일 경향신문 11면
▲9일 경향신문 11면

인권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등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09%포인트)를 보면, 응답자들은 “차별 해소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는 데에 75%가 동의했다고 했다.

▲9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9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21대 국회에는 4개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차별금지법안 공청회 계획을 채택했지만 개최 시기 등 세부 일정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회 앞에는 지난달 11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 집행위원이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5월 중순까지는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비협조적이지만 무턱대고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구체적인 공청회 개최 시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민주당의 태도가 미심쩍다”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이은주 정의당 신임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을 위한 공청회 일정부터 서둘러 잡자’는 그의 말에 즉답을 피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한국갤럽이 지난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7%로 반대(29%)를 크게 앞질렀다. ‘사회적 합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신교 내부 여론도 바뀌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설문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개신교인 비율은 42.4%로 반대(31.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더 이상 보수 개신교계를 입법 지연의 핑계로 삼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9일 경향신문 사설
▲9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제는 국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조속한 시일 내 당론으로 확정하고 입법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입법을 추진하던 수준의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1면에서 “아울러 방송법 개정안 등 언론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막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2일에야 이사회 대신 25명 규모의 각 분야 전문가가 사장을 선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