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달려갈 평화 통일의 길을 상상한다. 사진은 평양개성고속도로. [통일뉴스 자료사진].
통일부가 달려갈 평화 통일의 길을 상상한다. 사진은 평양개성고속도로. [통일뉴스 자료사진].

통일부는 멈출 수 없는 페달위에 몸을 실은 것 같다. 스스로 정쟁의 늪에 빠지지 말기를 바라는 안팎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도대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오전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 서해공무원TF가 통일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내용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며, 3년전 정부 결정을 번복한 최근 통일부의 발표를 합리화했다.

말인 즉 전날 민주당 TF가 발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데, 장황하지만 핵심은 이렇다. 

설혹 송환된 북한 어민 2명이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하더라도 남한에 남겠다는 '자유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살인범인 그들을 사지(死地)라고 할 수 있는 북으로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세한 입장을 더 들어보자.

이 당국자는 "통일부는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측 지역에 들어온 북한 주민이 북한 주민의 송환과 귀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당사자의 '자유 의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사자의 자유 의사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귀순인지 송환지 여부는 기존에 통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만 가지고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다. 따라서 합동 정보 조사 결과 보고서 등 다른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는 통일부 의사 결정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탈북민 관련 정부 정책의 핵심은 '자유의사'에 의한 귀순 여부이며, 설혹 그가 흉악 살인범이라도 그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타 기관의 보고서는 보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는 주장이 놀랍다.

그렇다면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한미 정보당국의 특수정보(SI)와 당사자의 자필 진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당국자는 "어제(19일) 면담에서 통일부 장관은 단지 합동 조사 결과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TF에서 통일부 장관이 인정했다고 과장 발표한 데 대해서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하면서 "법원을 제외한 누구도 흉악 범인 여부를 인정 또는 판정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북송 어민 2명이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조사 결과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그 문제에 대한 판단을 확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매우 모호한 태도이다.

송환 어부 2명이 흉악 살인범이라고 보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묻는 거듭된 질문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하기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하면서 "사실이다,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지 않겠다"며, 매우 무책임하한 입장도 내놓았다.

통일부가 3년전 정부 결정을 번복한 것은 내부의 투명한 회의, 보고 절차도 없이 장관 개인의 의견에 따른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민주당 TF의 지적에 대한 해명도 내놓았지만 실은 더 두서가 없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장관의 대외적 입장 발표는 내부적인 검토과정과 회의를 거쳐 장관의 최종 결정을 거쳐 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주먹구구 행정이라는 민주당TF의 지적은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을 번복하는데 따르는 절차적 정당성, 투명성 등을 입증할 보고서나 회의 절차 기록 등은 없었느냐는 거듭된 지적에는 '충분한 검토가 있었다'는 추상적인 동어반복이 계속됐다.

결국, 통일부는 귀순의사를 밝혔다는 북송 어민 2명에 대한 합동심문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고, 외부 기관의 심문결과보고서를 검토하지도 않은 채 구체적 실체를 공개할 수는 없는 자료를 토대로 내부검토와 회의를 거쳐 '자유의사'에 의한 귀순자임을 확신하고 3년전 정부의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강조하는 것은 '자유의사'에 의한 귀순이라는 전제에서 정부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것. 자유의사임이 확인된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해야 하며,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 가치에 따라 그들을 수용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통일부는 연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의문은 있다.

'자유의사'에 따른 거주 이전의 자유가 어떤 경우에도 존중되어야 할 보편타당한 국제적 규범이고 인류보편의 가치라면 우리는 적지 않은 탈북자가 북송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처결할 것인가.

앞서 권영세 장관은 이들 북송 어민 2명의 '자유의사'에 의한 송환을 언급한 지난 5월 12일 제397회 국회(임시회) 제1차 외교통일위원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인권문제에 대한 평소의 관심을 피력하면서 '깊이 들여다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태 의원은 "상호주의를 떠나서 가족 상봉이라든가, 고향방문 요구로 북한에 가보겠다든가, 북한으로 돌려보내달라든가, 라는 신청자가 있으면, 장관으로서 일시적, 혹은 일회성 차원의 방문형식으로 행정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권 장관은 "자유의사에 따라 남측으로 탈북해 왔는데 남쪽에 살기 싫어하고 북쪽으로 가려고 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거냐는 부분에 대해서 사실 동서독에서는 허용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동서독과는 차이가 많이 있지만 중요하고 철학적이기도 한 문제이기 때문에 바로 깊이 들여다 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가 불변의 원칙이자 기준으로 삼는 '자유의사'라는 화두는 분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분명 철학적 고뇌를 동반한다. 분단 극복의 시대,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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