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8일 배차 내역’이 판단 기준으로 합당하냐는 점이다. 운송업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시간과 장소가 일정한 여타 직종과 달리 운송업은 그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충북 제천의 운송사 임원은 “시멘트사 발주가 많았던 올해 중순에는 한 달 100대 이상 기사들과 거래했다. 하지만 최근엔 40대 정도만 거래했는데, 그럼 평시는 70대인 거냐 아니면 40대인 거냐”라고 했다. 최근 두 달여 간 배차를 받지 못한 기사들이 있고, 반대로 배차가 늘어난 기사들이 있는데, 업무개시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냐는 물음이다.
조연민 변호사는 “정부가 송달한 업무개시명령서에는 복귀 시점만 적혀 있을 뿐, 복귀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며 “처벌 기준으로 삼겠다면 적어도 명령서에 기입했어야 한다. 사전 고지 없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세운 기준이 효력을 가질 거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애림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8일이 아니라 30일이라고 해도 공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화주가 물량을 내려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게 물류 노동자들인데 ‘일이 없어 배송을 못했다’고 하면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냐는 뜻이다. 윤 책임연구원은 “하다못해 ‘배가 아파 일을 못했다’고 하면,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겠나. 업무개시명령 사건이 법원으로 가면 판사도 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법적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압박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윤애림 책임연구원은 “국토부에 명령 위반 여부 확인, 적발 및 처벌 의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는 비조합원들을 압박하는 효과를 얻고 ‘화물연대에 밀리지 않았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은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 것인지 법적 기준이 없다. 명백한 명확성원칙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유, 철강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시멘트 운송종사자 명령에서 발생한 혼란이 정유·철강 등 다른 물류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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