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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에 '윤사모' 회원 등용하겠다"…'대통령 친구' 사무처장 발언 파문

석동현 사무처장, 윤사모 회원들 자문위원으로 대거 등용 약속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2.12.05. 17:54:33 최종수정 2022.12.05. 18:04:38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윤사모) 회원들을 사무실로 따로 불러 민주평통 자문위원에 윤사모 회원들을 많이 중용하겠다고 말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석 사무처장이 '친 윤석열'의 민주평통을 만들려 한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했다.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석동현 사무처장은 지난 10월 29일 윤사모 회원들이 민주평통 사무처장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민주평통 자문위원에 윤사모 회원들을 많이 등용하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질문에 "그런 취지로 이야기했다. 두루 (자문위원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민주평통을 '친윤' 단체로 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석 사무처장은 "그렇지 않다. 균형있게 위원을 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연합뉴스

석 사무처장이 균형있는 자문위원 구성을 언급했지만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자문위원들에 대한 이른바 '물갈이' 시도로 이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석 사무처장은 지난 10월 14일 취임식에서 자문위원들을 현 정부의 기조와 맞는 인물들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몇몇 분과위원장들은 석 사무처장 취임 이후 민주평통으로부터 계속 자리를 유지할 것이냐는 연락을 받았고, 이 때문에 일부는 스스로 분과위원장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석 사무처장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민주평통 미주부의장을 비롯해 지난 11월14일~16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주최로 열린 '2022 KOREA PEACE CONFERENCE'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 경위조사를 실시하면서,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1)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2) 한반도 영구 평화를 위한 로드맵 작성 (3) 미국과 북한에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4)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을 골자로 미 하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법안' (HR 3446)을 지지하고 보다 많은 미 의원들에게 공동 발의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여기에는 브래드 셔먼, 앤디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등 미 연방의원 12명, 김경협·임종성·김민철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등 대한민국 국회의원 3명 등 한미 정계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과 맞지 않는 행사였기 때문에 조사를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에 석 사무처장의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인사들을 민주평통에서 도려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어 왔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석 사무처장의 경위조사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석 사무처장은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민원이 제기됐고 그래서 사무처에서 주어진 권한에 의해 경위조사를 한 것"이라며 "경위 파악도 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통의 미주지역 최고 직책(미주 부의장)에 있는 사람이 그런 행사를 개최하려는 취지를 알기 위한 것"이라며 "본인이 관여돼 있는 민간단체 활동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부의장이라는 직책에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라고 경위조사 이유를 설명했다.

석 사무처장은 또 "(경위조사는) 민원에 의해 제기된 내용을 공개적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비공개로 했다면 오히려 사찰 등의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바뀐 상황에서 대통령 자문 기구의 미주기구 최고 책임자라는 신분으로 활동한 내역이 부의장으로서 처신에 합당한가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대통령의 철학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로만 재편하겠다는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의 지적에 석 사무처장은 "반드시 대통령에 충실한 사람들로만 구성돼야 하지는 않지만, 현재 위원 구성은 전 정부의 통일 정책에 친숙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다음 기수에서 균형 맞추자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석 사무처장의 말대로 민주평통은 대통령에 대한 자문기구다. 그러나 민주평통의 기관 설치 목적 및 운영에 관한 근거법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조에 따르면 민주평통은 통일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며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어, 자문위원 역시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

그럼에도 석 사무처장이 윤사모 회원들의 대거 자문위원 등용,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자문위원에 대한 사퇴 종용,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자문위원들에 대한 경위조사 등을 벌이면서 이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석 사무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여당 소속인 윤재옥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석 사무처장에게 "민주평통 자문위원들 간 의견이 다르다. 생각이 다른 위원들 간에 어떻게 갈등을 없앨 것인가를 찾아보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며 균형있는 기관 운영을 주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균형있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각별히 균형을 맞추도록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올해 핵실험을 안하는 것 아니냐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예단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 필요성에 대해 "핵 자체는 개발 완료됐다고 볼 수 있지만 소형화‧경량화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라도 (핵 실험) 수요는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자신의 딸인 김주애를 동반한 배경에 대해 권 장관은 "후계구도를 말하기는 좀 이른 것 같다. 미사일이 공격이 아닌, 방어용임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주간조선>이 남북 고위급 인사가 10월 홍콩에서 담대한 구상을 두고 막후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권 장관은 북한과 막후접촉이 "전혀 없었다"면서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접촉에 나선) 해당 기관(국정원)도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물밑접촉이나 제3국 접촉 등의 노력이 있었냐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권 장관은 "저희들이 비밀 접촉 시도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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