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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 압박 수위 높이는 정부…화물연대 “끝까지 간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2/06 10:10
  • 수정일
    2022/12/06 10:1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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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미복귀자 행정처분 시작... 1차 불응 30일간 운행정지, 2차 불응시 운송자격 취소

윤정헌 기자 yjh@vop.co.kr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2.11.29. ⓒ뉴시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근거로 총파업 투쟁 중인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반헌법적”이라고 판단한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지속하자, 현장조사를 통해 대대적인 행정처벌 나선다는 계획이다.

5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정부가 예고한 업무개시명령 불응자에 대한 행정처분이 시작된다. 앞서 지난 2일 파업 현장을 찾은 정부는 1차 현장조사 직후 “5일부터 업무개시명령 불응자에 대한 행정처분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국토부는 지난 3일 오전 10시 기준 운송거부가 확인된 운송업체 33곳에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완료했다. 운송거부 화물차주 791명 중 주소지를 확보한 527명에게는 현장 교부 및 우편 송달 방식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했다. 주소지를 확보하지 못한 264명은 현장 교부 및 문자메시지 송달 방식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했다.

이 중 5일부터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는 업무개시명령서를 우편으로 수령한 191명과 문자로 받은 264명 등 총 455명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2차 현장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전날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국토부·지자체·경찰청 합동조사반을 운영해 명령 이행 여부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국토부가 행정처분을 시작하면 현재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고 파업에 동참 중인 화물노동자들에겐 30일간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이후 업무개시명령에 재차 불응할 경우 화물운송자격 취소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정부는 업무복귀 거부 조합원과 노조 집행부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우선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대형 화물차 운전자에게 지원되는 한 달에 70만원 안팎의 유가보조금을 1년간 끊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도 안 해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유가보조금을 끊거나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선 법을 고쳐야 하는 만큼 야당의 동의가 필요해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사실상 정부가 노조 압박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로 풀이된다.

또 노조 집행부에 대해선 사법처리를 언급했다. 국토부는 “운송 복귀 거부자와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교사·방조하는 집행부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전원 사법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2022.11.23. ⓒ뉴시스

정유·철강까지 업무개시명령 확대 예고한 정부

... 수송량을 늘리려 ‘과적 운행’ 허용도

현재 시멘트 분야에 한정된 업무개시명령을 정유와 철강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달 29일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으로 시멘트 물동량이 상당부분 회복되는 효과를 냈다고 판단한 정부가 노조와의 대화보다는 추가적인 명령 발동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4일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과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유, 철강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6일 국무회의에서 추가적인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일일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63%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멘트 수송량도 8만4천t으로 평년 토요일 운송량(10만5천t)의 80% 수준으로 회복됐다.

운송거부자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명령 송달 결과 운송업체 29곳과 화물차주 175명은 운송을 이미 재개했거나,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등 복귀 의사를 표명했다”며 “복귀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만큼 그 수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화물연대 측은 “복귀하는 조합원 없이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정부 여당은 대화를 거부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매일같이 더 강한 탄압을 예고하며 협박에 나서고 있다”며 “더 큰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줄어든 수송량을 늘리기 위해 시멘트 ‘과적 운행’을 허용하기도 했다. 핵심은 지난 2일~4일 과적차량 임시 통행허가를 받은 시멘트 수송용 차량 582대에 대해 기존 최대적재중량을 26t→30t으로 높일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차량 1대당 시멘트 4t을 더 실을 수 있도록 해 운송량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화물연대는 과적으로 인한 대형사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화물연대는 “과적은 제동거리 증가와 도로파괴를 불러오고, 필연적으로 사고로 이어진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운임제를 통해 과로·과적·과속을 줄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화물연대와 화물연대 파업을 막기 위해 과적을 종용하며 탄압에 나선 국토부, 지금 국민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누구냐”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그동안 8톤(t) 이상 일반형 화물차와 견인형 화물차, 유조차에만 허용됐던 자가용 유상운송을 5일부터 곡물·사료운반차도 확대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의 10톤 이상 견인형 화물차(사업용 및 자가용 유상운송허가 차량)와 마찬가지로 자가용 유상운송 허용 차량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과 노조 탄압, 국가인권위회가 나서라! 기자회견 ⓒ화물연대 제공

화물연대 “대화 거부하는 정부, 더 강한 탄압 예고하며 협박”

... 노동3권 침해 업무개시명령 인권위에 진정

이처럼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되자, 화물노동자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대책이나 정부의 입장은 전혀 논의되지 않으며, 오직 ‘화물연대 탄압의 수위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내용만 다루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노조와의)대화를 거부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화물연대에 대한 폭력적 탄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같이 더 강한 탄압을 예고하며 협박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운송자격을 박탈하고, 유가보조금·통행료 지원을 취소하겠다는 압박에 대해서도 “‘화물노동자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살고 싶으면 업계를 떠나라’는 말과 다름없다”며 “그동안 쥐꼬리만큼 쥐여줬던 최소한의 지원마저 끊겠다고 협박하며 화물운송시장이 유지되든 말든 화물연대만 없애 된 된다는 속내가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지금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더라도 화물연대를 화해하고 파업만 멈출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태도”라며 “화물연대는 앞으로도 물류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화물노동자의 삶을 지켜내고, 이를 통해 산업 생태계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했다.

화물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노동3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국토부에 권고해 달라며 진정을 내기도 했다.

5일 화물연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국제민주연대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등과 함께 “(인권위는) 화물노동자 파업에 대한 행정권 발동이 헌법상 기본권과 국제기구의 협약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필 책임이 있다”며 국토부 장관에게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인권위의 권고 또는 의견표명 등을 요청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오남준 화물연대 안전운임추진위원장은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할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20년 동안 요구했다. 이를 외면한 것은 정부였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국제기구의 판단에 따라 화물연대 파업은 정당한 노동조합의 권리 행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에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조사하겠다고 하지만 정확히 어떤 혐의에 대한 조사인지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며 “노동자들에게는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이 적용될 수 없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맞춰 조사를 개시한 것 자체가 정치적이고 부당한 조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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