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물연대 파업 ‘불법’ 규정 잇따라…일부 신문은 ‘파업 동력 약화’ 강조
윤석열 대통령실 ‘가짜뉴스’ 대응 주장하며 조직개편 검토, 언론관 논란 지속
화물연대 파업에 엄정대응을 강조해온 정부가 ‘운송방해행위’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화물연대본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요청을 받아 한국 정부 당국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시멘트 분야에 이어 정유·철강 분야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총파업을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 결과와 관련해 “가용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 24시간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하여 불법행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운송방해행위에 대해 종사자격을 취소하고 재취득을 제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정부의 이 같은 강경일변도 대응은 운송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법개정 사안은 국회 과반을 점한 야당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관련한 3면 기사에서는 “대통령실은 1970년대 거대 노조와 대립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노조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30%대 초반 국정 지지율이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해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전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화물연대 총파업 등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국토교통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문자로 명령서를 보낸 화물기사 중 66%, 전화통화까지 연결된 기사 중 95%가 파업을 풀고 운전대를 다시 잡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국토교통부는 2500여 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그 중 455명에게는 등기, 264명에게 문자 후 전화를 걸었다. 이 신문은 전화를 받은 185명 중 175명이 복귀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어 ‘문자 받은 기사의 66%가 복귀하겠다고 밝혔다’는 제목을 썼다.
동아일보는 “6일 예고된 전국 동시 총파업·총력투쟁대회의 파급력도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채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내부 결집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시멘트 분야 수송량도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 세계일보는 정유, 철강, 석유화학 등 업계에서 피해가 확산 중이라는 데 방점을 둬 보도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국제사회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즉시 정부당국에 개입했다”며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과 감시감독기구 입장을 (한국 정부에) 상기시켰다”고 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 서한을 ‘외교문서’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국제노동기구는 사안이 심각하고 긴급한 경우, 사무총장 직권으로 협약 내용과 해당 정부에 대한 기존 권고 등을 바탕으로 정보 및 의견 제출을 요청하는 ‘개입’을 한다”며 “특히 이번 국제노동기구 개입은 지난해 정부가 결사의 자유 협약(제87·98호), 강제노동 협약(제29호)을 비준해 올해 4월 발효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과거 개입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에 이어 5일 총파업 관련 현장조사를 시도한다. 서울신문은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파업 동참을 강요해 운송을 방해한 것이 일종의 ‘파업 담합’이라는 것”이라며 “화물연대 측은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볼 수 없고, 화물연대 조합원은 모두 개인 차주로 사업자가 아니므로 부당한 공동행위 등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며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계속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짜뉴스’ 대응 강화한다는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이른바 ‘가짜뉴스’ 대응에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추가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은 2일 천효정 부대변인을 홍보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령했다. 같은 홍보수석실 산하에 있는 뉴미디어비서관실과 대변인실에 소속된 20대, 30대 행정관 맞트레이드 형식의 일부 인사이동도 이뤄졌다”며 “이는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만큼이나 인터넷상 가짜뉴스에 대한 신속한 조치도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전날 온라인 기사에서 관련 사안을 보도한 바 있다.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하는 대통령실이지만 정작 앞서 불거진 언론관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뉴욕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문제삼아 최근 동남아시아 해외순방 때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았고, 이에 대한 MBC 취재기자의 질문 태도를 이유로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이라 표현)도 중단한 상태다. 김윤덕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은 칼럼에서 공영언론이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몹시 섭섭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권력 감시가 본분인 언론은 태생적으로 권력과 갈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경향신문 기고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특징만이 있을 뿐이지 권위주의 타파를 보증하지 않는다. 도어스테핑을 하는 정치인의 특징은, 도어스테핑을 하는 거”라며 “(윤 대통령은) 전 정부와 비교하라고 으름장만 놓았지, 무엇이 특별한지는 증명하지 못한다. 특정 언론을 고립시키고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악의적인’ 프레임만 남발한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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