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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난방비 공방 따라 ‘누구 탓’ 찾는 언론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대재해법 처벌 1년, 조선 “아무 실효 없어” 한겨레 “무력화하고 효과 없다니”

법무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에 ‘특정 지역 쏠림’ ‘실효성 한계’ 지적도

정부가 26일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대란’ 대책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바우처 지원금 상향과 도시가스 요금할인 폭 확대 계획을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며 “국민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들이 각각 1면에 배치한 정부의 난방비 대책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불난 민심’에 깜짝 난방비 지원 ‘찔끔’

동아일보: 취약층 난방비 긴급지원 에너지바우처 2배로 확대

서울신문: 취약층 ‘난방비 쇼크’ 급한 불 끈다

세계일보: 난방비 쇼크에 취약층 지원 ‘긴급 처방’

조선일보: 160만 취약 가구 난방비 2배 지원

한겨레: ‘난방비 민심’ 들끓자 “취약계층 가스비 지원 2배”

한국일보: 118만 취약가구 에너지바우처 15만원→30만원

▲1월2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산업통상자원부는 난방비 관련해 기초생활수급 가구 중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등 약 118만가구 대상의 겨울철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을 현행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장애인(3급이하), 국가·독립유공자, 생계·의료급여 등 기초생활 수급자 등 약 160만가구 대상 가스요금 할인액(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가스요금 할인액은 현행 9000원~3만6000원에서 2배가량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실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고려하면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불난 민심’에 깜짝 난방비 지원 ‘찔끔’> 기사는 “약 30만원의 에너지바우처는 지난해 10월12일부터 오는 4월30일까지 약 7개월에 걸쳐 사용해야 할 금액이어서 지원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에너지 빈곤층을 소득의 약 10%를 난방비로 지출하는 가구로 규정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 규모는 약 200만가구로 추정되는데, 이는 현행 난방비 지원 대상(118만가구)보다 약 80만가구나 많다. 이마저도 난방비 지원 규모가 오는 5월부터 줄어든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도 사설을 통해 난방비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세계일보(빈곤층 난방비 지원 확대, 신속 집행하되 사각지대 없어야)는 “당정협의를 서둘러 신속하게 지원하되 대상자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터넷에 취약한 고령층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용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액·대상을 늘리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난방비 충격, 지원 확대하고 고통도 감내해야)는 “이번 겨울만 넘기려는 일시적 대책보다는 수혜 계층을 서민으로 넓히고 장기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원 대상을 중산층 이상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에너지 과소비’ 체질의 문제점을 되짚는 계기로도 삼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논의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네 탓 공방’ 중심으로 전해지고 있다. 27일자 신문 지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난방비 관련 기사가 여야 간 이견, 갈등에 치우쳤다. <與 “文정부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 지금 터져” 野 “尹정부가 대책 마련 못한 것…남 탓 말라”>(동아일보), <與 “빈곤층 우선” 野 “국민 80%”…셈법 다른 ‘난방비 폭탄’ 대책>(서울신문), <野 “에너지 지원금 7.2조원 지급” 총공세 與 “文정부 때 가스료 찔끔 올린 탓” 진화>(세계일보) 등이다.

▲1월27일자 동아일보 기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경우 사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횡재세’ 주장을 비판했다. 이 대표가 26일 약 7조2000억 원 정도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 지급과 에너지 관련 기업의 불로소득이나 영업이익에 대한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 부과’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다.

조선일보 사설(국회 다수 黨에 나라 경제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 없다)은 “국가 경제를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공공 요금을 정상화할 수밖에 없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빚내서 돈 뿌리자고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뜬금없는 ‘횡재세’ 주장 대신 초당적 난방비 대책을)은 “최근 석유·가스 가격 급등에 따라 정유업계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선 구매 물량에서 발생한 잠정적 흑자일 뿐이다. 재고가 떨어지면 즉각 적자로 전환된다. 또 유가가 올랐으니 횡재세를 내야 한다면 유가 폭락으로 정유사들이 2조원대 손실을 냈던 2014년엔 정부가 정유사에 보조금을 줘야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한국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 주요 경제지들도 이날 ‘횡재세’에 대한 비판을 다뤘다.

반면 장인철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횡재세>라는 제목의 논설위원 연재 칼럼(지평선)에서 “횡재세는 좋게 보면 정유사 외에, 금리 인상기의 은행 등에도 적용될 만한 첨단 세제로 개발될 여지가 있다. 진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봤다. 장 논설위원은 “영국에선 석유회사 BP와 셸 등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각각 80억~90억 달러(약 10조~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자, 석유회사와 가스회사 등의 법인세에 추가부담금을 매기는 횡재세를 도입했다”며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유사 세금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에선 폭증 이익을 중소기업 등과 나누자는 취지의 ‘연대기여금’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1월27일자 한국일보 기사

난방비 폭등의 원인에 대한 기사들도 이어지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그 중 하나다. 동아일보 <LNG값 폭등에도 가스요금 7차례 동결…난방비 상승폭 커져>는 “전국 곳곳에서 받아든 ‘난방비 폭탄’ 고지서의 근본 원인은 도시가스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해 가격 인상 요인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도시가스 요금이 단기간에 크게 뛰었다”고 했다.

최근 국제 가스값이 떨어지는데 한국 가스비는 왜 오르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관련 기사 <에너지 확보 경쟁 때 산 ‘비싼 가스’, 겨우내 써야>에서 “유럽의 ‘사재기’를 미리 대응하려고 지난해 하반기 정부 비축량을 늘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며 “정부가 겨울을 앞두고 가스 비축량을 늘렸는데 결과적으로 비싼 시기에 많이 사둔 꼴이 된 셈이다. 유럽 각국이 가스 상한제를 논의하며 러시아와 신경전을 벌인 8월 말, 여러 나라가 가스 확보 경쟁에 들어갔고 국제 가스 가격은 100만BTU당 69달러까지 치솟았다”고 했다. 정부는 “수급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진 <“가스료 급등…에너지 의존도 다각화가 해법”> 기사는 ‘특정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을 전했다. “여름철 전기세 '폭탄'도 미리 점쳐지는 만큼 고비용 체제인 에너지 수급체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을 장기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한다”(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진단이다.

중대재해처벌법 1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년을 맞아 그간의 평가와 의미를 짚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산업재해 생존 노동자의 트라우마를 다룬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민주노총노동안전보건실을 통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산재를 직접 목격한 10명 중 9명이 트라우마를 경험했고, 산재를 목격하거나 알게 된 시점이 1~5년인 경우 10명 중 7명이 트라우마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 트라우마를 경험한 노동자 92명 중 실제 병원에서 상담을 받거나 약물치료를 받은 사례는 25명에 그쳤으며, 이 중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1명에 불과했다.

한겨레는 중대재해법 시행 1년간 이뤄진 기소 11건을 분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27일부터 12월31일까지 중대산업재해 229건이 발생했으나,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11건, 실제 재판이 진행된 사건은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11건의 공소장을 보면 13가지 의무 가운데 한 가지만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없었다. 11건 모두 2~6개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1월27일자 조선일보(위)와 한겨레 사설

일각에선 중대재해법 무용론을 부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무 실효 없었던 중대재해처벌법 1년>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에서 이 같은 관점이 드러난다. 이 신문은 “과학적 분석과 대책 없이 감정적 처벌만 내세우면 산재는 줄지 않는다”고 했다. “법이 사고는 막지 못하면서 기업 부담만 가중시킨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이 현장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보다는 방어적 행동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모호한 법 규정 때문에 수사도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대재해법 시행 1년, 무력화해놓고 효과 없다니>라는 제목의 한겨레 사설은 “입법 전부터 ‘경영자를 피의자 취급한다’거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경영계만 두둔하던 주장은 법 시행 1주년이 다가오자 어느덧 ‘산업재해 사망을 줄이는 효과가 없다’는 무용론으로 진화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취지는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면 더는 사업주가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종 효과에 있다. 실제 효과는 최종 판결들이 쌓인 뒤에 따져도 늦지 않다”고 했다.

한국형 ‘제시카법’

법무부가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교육 보육 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제시카법’이란 명칭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미국 30개 이상의 주에서 성범죄자 거주지가 학교와 공원에서 2000피트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규정된 것을 참고한 것이다.

이를 두고 취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효성이나 부작용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피해자 보호·범죄 예방 효과…특정지역 거주 쏠림 우려도> 기사는 “범죄 예방과 성범죄자 당사자의 주거이전 자유 사이에서 갈등 관계가 생길 수밖에 있는 만큼, 주거를 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보완이 필요하다”(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적용 대상이 모호하고 포괄적인 문제와 더불어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고 법원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법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은의 변호사)는 우려도 있다.

▲1월27일자 세계일보 기사

경향신문 차준철 논설위원은 ‘여적’ <한국형 제시카법>에서 “법이 시행되면 학교가 밀집한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사실상 거주할 수 없게 된다. 법무부는 이들을 어린이·청소년 밀집지로부터 차단하면 재범 방지와 시민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그런데 그들이 비수도권 지방으로 가는 건 괜찮은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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