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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중간보고서 왜곡한 국내언론과 정치권

“도쿄전력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 신뢰할만하다” 평가 없었다

일본 오염수 방류 관련 IAEA 4차 보고서 ⓒ국제원자력기구
지난 6일 대다수 국내언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감시체계에 대해 “신뢰할만하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보도를 쏟아냈다. 여당은 이 국내언론 보도를 근거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거나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보도내용은 다소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IAEA의 이번 4차 중간보고서에서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감시체계에 대해 “신뢰한다” 또는 “신뢰할만하다”라고 평가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 도쿄전력의 ‘환경 모니터링’에 대해 “더 잘 이해했으며, 포괄적이라는 데 동의했다”라고 밝혔을 뿐이다. “신뢰할만하다”는 표현은 방사선으로부터 도쿄전력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대목에서 등장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도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확대 해석된 것 같다”라며, IAEA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감시체계를 신뢰한다고 밝힌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자료사진 ⓒ뉴스1

 

IAEA, 일본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 “포괄적”
“신뢰할만하다” 또는 “신뢰한다” 어디에 있나?


“IAEA는 후쿠시마 현장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일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대응단’(오염수대응단)의 방일 일정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유 대변인의 말만 보자면, IAEA라는 국제기구가 일본의 방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신뢰한다고 결론 내린 것처럼 보인다.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4월 5일 날, 올해이다. IAEA의 후쿠시마 현장 조사 보고서에서 방류 신뢰 가능하다(고 했다)”라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했다.

여당 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6일 IAEA 중간보고서에 관한 언론보도에서부터 시작됐다. 주요 통신사를 시작으로 대다수 언론은 “일본 당국의 오염수 방류 감시체계가 ‘신뢰할만하다’는 IAEA 보고서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일본에 힘 실어준 IAEA”라는 표현도 등장하는가 하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관한 여러 후속기사에서도 이 같은 취지의 서술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포털을 도배한 IAEA 중간보고서 국내언론 보도 ⓒ포털 네이버 검색 화면 갈무리

이에, IAEA가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한 4차 보고서를 살펴봤다. 보고서는 IAEA가 현재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IAEA 보고서 바로가기)

해당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IAEA 테스크포스는 “도쿄전력의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더 잘 이해했으며 ‘포괄적’이라는 데 동의했다”(the Task Force better understands TEPCO’s environmental monitoring programmes and agrees that it is ‘comprehensive’)고 보고서 내용을 요약했다. 일본 당국의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대해 “더 잘 이해”(better understands)했고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했지, “신뢰한다”(trust)라거나 “신뢰할만하다”(reliable)고 적진 않은 것이다.

“신뢰할만하다”(reliable)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대목이 있긴 하다. “IAEA 테스크포스는 도쿄전력이 필요한 헌신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방사선 보호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The Task Force is able to confirm that TEPCO has a reliable and sustainable radiation protection programme with the necessary commitment and ownership)라는 문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된 ‘방사선 보호 프로그램’은 도쿄전력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 오염수 방류 감시 체계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이 부분은 IAEA가 4차 보고서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더 분명히 나타난다. 보도자료에서 IAEA는 “도쿄전력 직원들을 위한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방사선 보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The Task Force confirmed that TEPCO has a reliable and sustainable radiation protection programme for its employees)라고 보다 분명한 문장으로 적었다.

 

 

 

4차 보고서에 대한 IAEA 보도자료 ⓒ국제원자력기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와 관련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민주당 오염수 대응단 방일 활동 보고 자리에서 “몇 번씩 봤지만 ‘신뢰할만하다’거나 ‘신뢰한다’는 표현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오히려 “투명성 등을 위해 추가 설명 및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실제 보도된 것과 뉘앙스가 다르게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에 ‘신뢰하고 있다’고 보도한 언론사가 무엇을 보고 그런 보도를 했는지 밝히는 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서균렬 교수 또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라며, ‘포괄적’이라는 말과 ‘신뢰할만하다’는 표현은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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