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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탄압 멈춰라” 대통령실 앞 가득 메운 건설노조 ‘추모 촛불’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억울하다”고 호소하며 분신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가 숨진 2일 하늘에 어둠이 찾아오자 대통령실 앞에 촛불이 물결을 이뤘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추모 촛불을 든 것이다. 동료를 잃은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슬픔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6시 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약 5시간 전에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 모 지대장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분신한 지 하루만에 숨을 거뒀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건설노조가 긴급하게 마련한 추모의 자리였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마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모이더니 이내 전쟁기념관 앞 인도를 가득 메웠다. ‘오는 데 2시간이 걸렸다’고 말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경찰이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구호를 외치지 말라는 등의 경고 방송을 잇따라 내보냈지만,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를 이어나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오광덕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오늘 아침 현장 투쟁을 준비하면서 가족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 동지도 그 억울한 심정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 아침에 법원으로 길을 나설 때는 분명 모두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얘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몸에 뜨거운 불을 붙일 때까지 얼마나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겠나. 그 외로웠던 순간에 함께 할 수 없어서 정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만 든다”고 덧붙였다.

오 사무국장은 “윤석열 정권 들어 건설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질 때, 처참한 마음을 우리 조합원들 모두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랑스러운 건설노조 깃발과 조끼도 이제 건설현장에서 차별당하는 신세가 됐다”고 성토했다.

그는 “우리 동지가 우리한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감히 생각해보건데 오늘 이렇게 모인 것처럼 전국의 조합원들이 모든 건설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고 우리 건설노조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달라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 촛불의 힘과 건설노동자들의 힘을 믿고 고인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동지들이 이어받아 이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을 하고 함께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든 LED 촛불은 과거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집회에서 동료 조합원이 들었던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정명종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사무국장도 “오늘 양 지대장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결국 노동자를 죽이고 마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칼바람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춤을 추며 없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조를 해체하겠다고 한다”며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저 자리에서 끌어내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고 규탄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도 “건설노동자 다 죽이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재승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동부지대장은 “건설노동자는 고지식한 만큼 정직하다. 양 지대장도 그런 사람이다. 건설노동자는 망치가 닳는 만큼, 연장 묻은 손때 만큼 돈을 받는다. 월급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일한 날수 만큼 돈을 받는다”며 “오로지 성실히 일한 만큼만 돈을 받기 때문에 정직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참혹하다. 임금체불은 늘상 있는 곳이 건설현장”이라며 “제발 그런 짓 좀 하지 말라고, 일한 대가는 제때 받자고 건설노조를 만들었는데 윤석열 정권은 이런 우리를 ‘건폭’이라고 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존엄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사람과 단체가 바로 민주노총 건설노조”라며 “지금 우리의 투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허근영 건설노조 사무처장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건설노조를 만들고 싸워왔다”며 “동지의 죽음을 단순히 슬퍼하고 추모만 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계획한 총파업을 성사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또 얼마나 죽어야 이 야만적인 탄압을 멈출 것이냐.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가 결성한 합법적이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윤석열 정권이 매도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의 소중한 양 지대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게 바로 윤석열 정권의 참모습”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국민을 기만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정권의 말로가 어떤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며 “노동의 가치가 빛나고 일한 만큼 희망이 있고 노가다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서 우리의 힘을 발휘하자. 당당하게 싸워나가자”고 격려했다.

건설노조는 오는 4일 용산에서 전국 긴급 확대 간부 상경 투쟁을 시작으로, 5월 연이은 총력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설노조는 “유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향후 계획을 논의한 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노조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노동자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 실질심사)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지대장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성심병원에 이송 치료 중 2일 낮에 끝내 숨졌다. 2023.05.02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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