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밤을 새운 건 처음이에요. 정말 힘드네요. 빨리 이 모든 일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2시간여 앞둔 4일 아침 9시, 한세영(24)씨는 서울 안국역 6번출구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철야집회에 참여해 밤을 지새웠다. 한씨는 “이렇게까지 많은 시민들이 고생할 정도로 나라가 기울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무대 위 다른 시민들의 발언을 듣는 매순간은 참 좋았다. 소수자 목소리, 몰랐던 사정들, 노동자들의 투쟁 등 광장에 없었다면 듣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 이야기 듣는게 참 좋았다”고 했다.
전날부터 밤새 이어진 비상행동 철야집회에는 이날 아침에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버틴 시민 2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자리를 지켰다. ‘다음역은 징역입니다’ ‘민주주의 네버다이’ ‘역사적 현장에 그만 있고 싶음’ 등 해학을 담은 손팻말을 쥔 채로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시민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 빵과 커피를 나누어 먹으며 12·3 내란사태부터 이어진 123일 광장의 기억을 이야기 나누는 시민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하모니카, 트럼펫, 플루트를 부르며 장애 인권을 이야기하는 노래 ‘열차 타는 사람들’을 따라 부르는 이들의 노랫 소리가 탄핵 심판 선고 당일 아침, 광장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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