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세사기, 또 희생자 벌써 네 번째···피해 특별법 합의 불발

  • 김준 기자
  •  
  •  승인 2023.05.11 18:35
  •  
  •  댓글 0

"원희룡 장관도 책임있어"

'25일 국회 본회의 상정'

ⓒ 김준 기자

여·야가 전세 사기 특별법 방안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사이,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11일 경찰은 지난 8일 오전에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3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A씨는 2021년 전세보증금 3억을 들여 목동의 빌라를 전세 계약했다. 이 중 2억 4,000만원이 대출금이었는데 A씨와 계약한 임대인이 1,139채의 집을 보유했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으로 알려졌다.

이번 희생자는 전세사기를 인지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여야는 지난 1일, 3일, 10일 세 번의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선(先) 지원·후(後) 구상권 행사’ 내용이 담긴 야당의 발의안을 정부, 여당이 수용하지 않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전반적인 사기 범죄에 대해 앞으로 국가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선 지원·후 구상권 행사’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23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또한 ‘전세보증금을 혈세로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장은 ‘정부, 여당의 프레임 만들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안 위원장은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고, 비트코인 손해를 구제해주는 것은 세금인데, 우리에게만 혈세냐”며 지적했다. 또한, 현재 거론되는 방안에 대해서 “다양한 형태의 피해자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11일 국회 앞에서 열린 '4번째 희생자 추모,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11일 국회 앞에서 ‘열린 4번째 희생자 추모,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에서도 피해자들은 ‘선 구제 후 회수’ 방안만이 사각지대 피해자들을 포괄할 수 있다고 목소리 높이며 실질적 도움이 되는 특별법 처리를 강구했다.

이들은 “이번 대규모 형태의 전세 사기가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정부가 무분별한 대출확대 정책으로 무자본 갭투기를 가능하게 한 탓”이며 “묻지마 보증, 무분별한 대출, 보증보험 가입의무 대상 관리를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정부, 여당이 제시한 우선매수권은 결국 피해자가 큰 돈을 대출받아야 하고,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피해자들에게만 해당된다며 더 넓은 피해자들이 구제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마이크를 잡은 한 피해자는 2021년 입주할 당시를 회상하며 “근저당도 없고 밀린 국세나 지방세가 없는 깨끗한 집이었지만 입주 일주일 만에 집이 신용불량자에게 팔렸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은행가압류와 건강보험료 압류도 걸려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피해자는 “현재 거론되는 특별법에는 자신이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1년 남아 경매도 진행되지 않았고 수사도 언제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경매를 하더라도 전세금보다 집값이 턱없이 낮아서 대출을 갚으면 10년간 모은 전 재산을 잃은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온 것에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됐지만, 정부·여당의 대책을 보고 예상했다”고 울먹였다. 이어 “계속 이런 식이면 희생자가 또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를 무시한 원희룡 장관도 책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11일 국회 앞에서 열린 '4번째 희생자 추모,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11일 국회 앞에서 열린 '4번째 희생자 추모,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이날 대책위원회와 안 위원장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형태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분명 나라의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규탄하며 “이번 사태는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서는 기자회견장에 마련된 네 번째 희생자의 추모공간에서 헌화한 뒤, 제대로 된 특별법을 기원하는 108배를 진행했다.

한편, 여·야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등을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11일 국회 앞에서 열린 '4번째 희생자 추모,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