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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정성 강조하더니 이런 인물에게 공영방송 맡기려 한다"

  •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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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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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다수 신문 ‘여권 우세 구도로 이사진 역전 전망’

한겨레 1면 머리에 ‘방송장악용 이사’…경향 “윤석열 정부 당장 멈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KBS 보궐이사로 추천하고 차기환 변호사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에 임명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을 내고 이를 “방송장악 신호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방문진) 보궐이사에 각각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과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 및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이 안건은 야권에서 추천한 김현 상임위원이 반발하며 불참한 가운데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 2인의 의결로 이뤄졌다.

서 전 재판관이 임명되면 총원이 11명인 KBS 이사회는 여야 4 대 7 구도에서 5 대 6 구도로 바뀐다. 남영진 KBS 이사장까지 해임되면 이사회 구도가 여야 6:5로 바뀌게 된다. 총원이 8명인 방문진 이사회는 여야 3 대 6을 유지한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방송과 방문진 보궐 이사 추천과 임명에 관한 의결 안건이 일언반구도 없이 보고 절차를 생략한 채 상정됐다”며 안건 철회를 주장했다.

▲10일 한겨레

▲10일 아침신문 1면

방문진 보궐이사에 임명된 차기환 변호사는 극우적인 언사와 행보로 수차례 논란을 불렀다. 차 변호사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의힘(한나라당) 추천으로 두 차례 방문진 이사를 지내며 MBC 노사 단협이 규정한 국장책임제 등 공정방송을 위한 견제 장치를 제거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그는 세월호 참사 유족을 비하하고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유포하기도 했다.

KBS 이사 당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실도 드러나, 방통위가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는 주된 사유로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국민권익위 조사’를 제시한 데 비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BS 이사 후보인 판사 출신 서기석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추천으로 2013년 4월부터 6년간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왕 실장’으로 불리던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과 함께 ‘경남고 동문’ 인맥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청주·수원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냈다.

▲10일 서울신문

윤석열 정부에서 방통위는 남영진 한국방송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김기중 이사의 해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검사·감독 중이고, 감사원은 대검찰청에 ‘방문진 감사 방해’ 혐의로 수사참고자료를 보냈다. 머잖아 검찰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수 신문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도가 여권 우세로 역전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여권 인사인 이들이 합류하면 KBS 사장 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회와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회 구성에서 여야 구도가 역전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신임 이사 의결에 더해 기존 이사장과 이사 해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야권 우위였던 KBS와 방문진 이사회 구도는 여권 우위로 재편된다”며 “정치권은 김 직무대행의 임기 만료(8월23일) 이전에 공영방송 이사진 재편을 마치기 위해 방통위가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방통위 의결이 절차 없이 긴박하게 강행됐다고 했다. “통상 방통위 회의 안건은 금요일에 사무처가 보고하고, 월요일에 위원 간 비공개 간담회를 연 뒤, 수요일에 전체회의를 여는 순서로 진행된다. 지난 4일 사무처가 보고한 전체회의 안건에는 KBS, 방문진 보궐이사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 7일 오후 5시쯤에야 안건을 추가했다”고 했다.

▲10일 경향신문

서울신문은 “방통위가 야권 추천 위원(김현)이 빠진 채 가결”했다며 “방통위는 상임위원 5인으로 구성된 합의제 독립기구다. 하지만 지난 3월 임기가 끝난 안형환 전 부위원장의 후임 인선이 지연되고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 처분된 뒤 줄곧 최소 정족수인 3인만 채운 채 주요 결정들을 의결해왔다”고 했다.

▲10일 서울신문

한겨레는 1면 머리에 <‘방송장악용’ KBS·MBC 이사 임명 강행> 기사를 배치했다. 한겨레는 “정부·여당 방통위원들은 남영진 한국방송 이사장의 해임 제청안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김기중 이사의 해임안 처리 강행을 벼르고 있어, 두 이사회의 여야 구도가 각각 6 대 5, 5 대 4로 뒤집힐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사회 구도 변경이 현실화하면 김의철 한국방송 사장과 안형준 문화방송 사장 교체가 시도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10일 한겨레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한겨레는 “비공개회의였던 만큼 속기록도 공개되지 않았고 브리핑 자료에선 인선 배경 및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두 사람의 이름과 직업만 소개됐다”며 “방통위는 그동안 KBS와 방문진 이사를 추천하거나 임명할 때 서류심사와 면점 심사를 거쳤다”고 했다.

한겨레는 새로 추천된 차 변호사에 대해 “이동관과 호흡을 맞춘 방송장악 경력자”로 소개했다. 차 변호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문진 이사를 지내며 MBC 노사 단협상 공정방송 견제 장치를 제거하라고 요구한 점을 언급하면서 “2017년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등 언론장악 문건을 보면 단협 개정은 당시 국정원이 ‘문화방송 정상화’를 위해 설정한 ‘당면과제’였다”고 했다. 그가 세월호 참사 유족을 비하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했던 사실도 언급했다.

▲10일 한겨레

한겨레는 “서 전 재판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며 “언론·방송 분야 경력은 전무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현재 방통위는 3인 체제로 여야 2대1 구도다. 이로써 KBS와 MBC의 경영 및 인사 결정권을 쥔 이사회 구도가 여권 우위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며 “언론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고 했다.

국민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날 지면에 방통위의 KBS와 MBC 이사진 교체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10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사설 ‘공영방송 이사 교체 속도전, 그 이유가 이동관인가’에서 “오는 23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에서 여권 추천 방통위원들이 ‘긴급’ 사유라며, 운영 규칙조차 무시하고 밀어붙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18일 인사청문회와 임명 전에 ‘반쪽 방통위’가 군사작전하듯 방송 장악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라며 “막무가내 재편을 밀어붙인 건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가 취임하기 전 ‘방송장악 길 닦기’로 풀이했다.

▲10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정권이 KBS·MBC 이사장을 동시에 해임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갈아치우는 것은 유례가 없다. 모호한 해임 근거와 절차적 타당성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폭거”라고 했다.

이어 “방통위가 여야 추천 이사 구도를 역전시켜 공영방송 이사회 장악에 무리수를 연발하는 이유는 뭘까. 권 이사장과 야당 추천 김현 방통위원이 지적했듯이 ‘이동관 후보자가 피를 묻히기 전에 사전 정지작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는 눈이 많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탄압의 대명사’로 불린 이 후보자가 방통위 수장이 되면 벌어질 일의 예고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탄압을 위한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방문진 보궐이사로 임명된 차 변호사의 극우 사이트 ‘일베’ 게시물 유포와 세월호 참사 특조위 활동 방해로 인한 직권남용 혐의 피고발 이력, 5·18 북한군 개입설 유포 등을 언급하며 “말로는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인물에게 공영방송을 맡기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공정성이란 도대체 뭔가”라며 “방통위가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외면한 채 속도전을 펴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가 취임하기 전에 ‘경영진 물갈이’를 마무리해 ‘방송장악’으로 가는 꽃길을 깔아주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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