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7차당대회가 제시한 목표 달성에 미진했다라는 평가를 내린 북한이 2021년 8차당대회 '정비 보강 전략'을 채택한 이후 올해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연내 정비보강 대상공사 완공을 중점 목표로 강조하는 한편, 단기 과제로 제시한 '12개 중요고지'는 '올해에 국가적력량을 집중하여 반드시 점령해야 할 핵심사항'이자 '올해에 5개년계획 완수의 결정적담보를 구축하고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하여 반드시, 결단코 수행해야 할 목표들'이라고 독려를 거듭하고 있다.

중·단기 목표의 지향점은 2030년대 중반까지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도달하겠다는 장기 구상과 맞닿아 있다.

북한 경제의 현 상태는 어떠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4일 겨레하나 평화통일교육장에서 진행한 '코로나 이후, 북 경제는 어디로'라는 주제의 제3회 겨레하나 평화포럼 발표에서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라는 3중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능력을 단계적으로 키워나가고 있으며, 국제환경은 이같은 노력에 다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만 국제협력없이 스스로 위기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4일 겨레하나 평화통일교육장에서 진행한 '코로나 이후, 북 경제는 어디로'라는 주제의 제3회 겨레하나 평화포럼 발표에서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라는 3중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능력을 단계적으로 키워나가고 있으며, 국제환경은 이같은 노력에 다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만 국제협력없이 스스로 위기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소장 변학문)는 탈세계화의 여러 전망과 대안 모색의 일환으로 지난 14일 겨레하나 평화통일교육장에서 '코로나 이후, 북 경제는 어디로'라는 주제로 3회 겨레하나평화포럼을 개최했다.

북의 공식자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경제현상을 분석해 온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변학문 소장이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발표는 크게 다섯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코로나19 이전 대북제재 상황속 북한 경제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대북제재의 복합적 영향을 받는 북한경제 △2021년 8차 당대회 발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주요내용-중기계획과 당 직접 관리 경제정책(육아정책, 지방공업 강화 등)을 중심으로 △북한 경제의 장기 구상 △북한 경제정책과 제도의 특징, 성과와 과제, 대응 등이다.

북 경제에 직접적 충격, '제재'

최은주 연구위원은 먼저, 코로나19 이전 북한경제의 대내외 여건을 살필때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강화되어 온 제재가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경제의 변화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북한경제의 변화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주목하는 것은 북한의 대응.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국가들이 대개 선택하는 대응방식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①제재의 목표인 핵무기 개발 자체를 달성함으로써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전략 ②제재의 완화를 위해 전통적인 우호국가, 또는 갈등을 빚어왔던 국가들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우회전략을 매 시기에 맞춰 구사해왔다.

그런 점에서 2018년은 김정은 시대에 있어 중요한 시기였다.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가 발생했던 시기였다.

내부적으로는 당 7기 3차 전원회의(2018.4.21)에서 기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했다. 사실상 1960년대 이후 북한이 경제에 온전히 집중하겠다고 말한 첫번째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이같은 전략적 노선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은 국가 자원을 경제 분야에 우선 투입하겠다는 지향을 밝힌 것. 동시에 이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었던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이 시기에 북한은 5차례에 걸쳐 시진핑을 만나 다양한 협력사업을 합의하고 푸틴도 한차례 만나는 등 우호적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또는 강화에도 나섰다.

일단 북한은 제재안에서 경제를 운영하고 그러면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든 제재를 타개하려는 지속적인 모색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회담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영변핵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6개 제재 중 민생에 직접 영향을 주는 5개 제재를 완화 내지 해제를 교환하려던 북의 시도는 무산됐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김정은 집권 이후 다양한 제도적 변화가 나타났던 2013년 이후로 큰 틀에서는 기존 병진노선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핵무력건설을 강조했지만, 북 내부적으로는 국영기업의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들여서 국가주도적인 경제운영방식을 강화시키는 과정으로 경제제도를 세팅하고 정책도 변화시켜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핵무력완성을 선언한 후에 이제 경제에 주목해서 가겠다는 생각이 2018년의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재가 일정하게 해제되면 경제를 좀 더 빠른 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북 나름의 시간표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제동이 걸린게 바로 2019년 하노이 회담의 결렬이다. 이후 북한은 그해 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오면 협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두고 1년을 기다렸지만 트럼프 정부가 호응하지 않자 당 7기 5차전원회의(2019.12.)에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게 된다.

정면돌파와 코로나19로 가중된 충격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서 제재를 완화시키고 경제운영에 활력을 가져 오려고 했던 기존 방식에서, 제재 장기화를 전제하고 현재 조건에서 어떻게든 경제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정세인식이 바뀌고 결국 주어진 난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2020년부터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국경봉쇄와 함께 완전히 내부 자원만 가지고 경제를 운영하는 상황에 돌입하게 됐고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맞게 됐다. 

경제영역을 중심으로 보면 2018년에 시도했던 우회전략은 다시 강대강전략으로 돌아섰고, 자력갱생 기조를 더욱 강화하면서 최대한 버텨내면서 경제를 원활하게 운영할 방안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갈등관계에 있던 국가들과의 관계개선 시도는 접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 특히 중국과의 관계는 보다 집중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것도 코로나로 인해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10년간 중요한 개혁과 개방, 다시 말해 북이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를 추구해 왔고 이를 외부에 어떤 방식으로 개방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개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사이 북 경제 내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변화의 핵심은 국가가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과 농장에 경영상 필요한 권한을 주고 그 권한을 통해 스스로 경영전략을 세우는 대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이른바 '분권화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 

과거에는 계획수행이라는 책임만 져야 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 수행에 대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인데, 기존 국가지원은 많이 줄었지만 대신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열어줬다고 볼 수 있다.

기업과 농장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대두된다. 국가 차원에서 기업과 농장에 대한 직접 관리도 하지만 금융기관을 활용해서 기업과 농장이 필요한 자금을 활용하도록 해서 은행의 역할이 과거보다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국가는 여전히 각 은행에게 스스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요구조건을 걸거나, 무방비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다시 되돌려받을 수 있는 범위에서만 대출을 하도록 허용하는 등 정책적으로 제한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기업과 농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등 분배를 원칙화한다. 

사회주의 분배의 핵심인 평균주의적 분배가 아니라 기여한 만큼 분배받는 차등분배이며, 이를 통해 노동 열의를 높일 수 있다는 걸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과학기술을 중시하지만 이론적인게 아니라 큰틀에서는 좀 더 경제성 있게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서 실제 생산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걸 강조한다.

경쟁력 강화위한 '차등분배' 원칙화

국가가 원하는 바는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런 경쟁에 과학기술적 지원만 보태지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읽힌다.

김정은 시대 이전부터 경쟁과 혁신의 중요성은 강조해 왔다. 지금 북의 모습은 기업이나 농장들이 좀 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할 수 밖에 없는 틀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요한 분야의 생산역량과 주민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국산화 역량을 강화하면서 생산력을 확대하고, 외부적 관계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자력갱생'을 구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물론 국산화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걸 스스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일정한 외화수급이나 수입·수출이 필요하다.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막을 수 없는 관광분야를 활성화를 시키거나 소위 '밀무역'이라고 하는 일부 비공식 교류를 통해서 외화 수요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결국 김정은 시대, 집권 이후 지금까지 약 10년은 처음에 제재완화를 통해 구상했던 '단번 도약'이나 빠른 성장은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제제 충격속에서도 크게 경제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럭저럭 버티기'를 해 온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앞으로 변화는 이런 방향으로 지속될 것이다.

다만, 대외 관계가 열리지 않으면 경제에는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북이 처한 현실이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2000년 이후 당 대회 뿐만 아니라 전원회의 등도 정례화하여 의사결정과 정책 집행과정에 대한 총화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

특히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매년 12월과 6월에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당 차원에서 중요한 사업들을 검토·토론하는데, 그에 앞서 정치국회의를 열어 핵심 안건 등을 정리하고 있다.

또 내각에서는 이같은 당의 결정을 수행하기 위해 내각 전원회의를 하는 등 회의가 정례화되어 외부에서도 북한이 어떤 분야에 주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해 6월 5차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를 선언한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코로나가 핵심 관심사일 수 밖에 없는 시기였고 하반기에 들어 코로나보다 좀 더 많이 논의된 사안은 자연재해였다.

2020년 한 해동안 특히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태풍이 상륙하면서 피해가 컸기 때문에 코로나에 대한 대응과 함께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 복구사업으로 1년을 보낸 바 있었다.

대북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 환경과 북의 대응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대북제재, 자연재해, 코로나19 환경과 북의 대응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의 3중고

대북 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 19는 북한의 인민 생활 개선에 큰 장애를 조성했다.

북한은 2021년 유엔에 제공한 '자발적 국가보고서'(VNR, Voluntary National Review)에서 "지속적인 제재와 봉쇄, 매년 북을 강타하는 심각한 자연재해, 2020년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건강 위기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민생을 개선하려는 (북)정부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해 SDGs의 여러 지표에서 범주를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3중고를 토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쉽지 않았던 상황이란 걸 알 수 있다.

다만, 대북제재는 예측 가능한 요소였기 때문에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내부자원을 동원하고, 같은 자원을 쓰더라도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일단 제재가 발생하면 수출을 중심으로 무역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또 효과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을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이 일부 막히기 때문에 사실상 효율성 제고에는 일정한 한계가 노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분명하다.

대중수출이 2017년부터 현저히 줄어드는데, 중국은 2017년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좀 더 엄격하게 지키겠다고 하면서 자체적인 조치를 꾸준히 발표한다.  

실제 그 여파는 2018년부터 드러나는데, 대중 수출이 80% 가까이 감소하게 되는 제재의 충격이 있었다. 결국 제재의 핵심은 북으로 외화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자연재해인데, 이건 언제든지 올 수 있고 그 규모와 종류를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북은 이에 대해 2014년 긴급재난대응국가위원회를 구성하여 그후부터 국가 및 지역단위에서 재난위험을 경감하는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스스로 밝힌대로 덜 체계화된 부분이 남아있고 지원도 아직은 미비한 구석도 있어 재난대응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량 문제나 자원 문제에 있어서 늘 아슬아슬한 선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직접적인 피해가 속출하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 재난피해를 예방하고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만큼 국가재원을 사용하는데 좀 더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북의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건 코로나19상황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고 지금까지 최대한 경계하고 있는 영역이다.

2020년 1월 말부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국경봉쇄를 선언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방역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국경지역을 봉쇄해야했기 때문에 농장과 기업소에는 최대한 생산 활동을 보장하는 방식이 병행되어야 했다.

그래서 단위별로, 대개는 기업단위별로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생산현장의 방역을 고강도로 강행하는 일이 지금까지 3년째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초에는 재정지출 조정을 통해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해 추가로 재원 분배를 하고 최우선 사업으로 방향을 잡는데, 그해 3월 평양종합병원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평양종합병원에 대해서는 아직 북에서 완공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외관은 다 만들어졌지만 내부에 들어가야 할 첨단 의료장비의 수급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국경봉쇄는 물론이고 무역이 급락할 수 밖에 없고, 이동도 매우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지역단위, 생산단위별로 격폐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아예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들어서 아무래도 거래나 유통이 위축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다보니 제재하에서도 유지되었던 수입이 상당 부분 중단되고, 그중에서도 수입에 의존했던 소비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설비나 부품을 사용하던 공장들은 점차 가동에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수입이 급락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수입이 급락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수입이 급락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정하게 수입을 활용해 오던 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지면서 경제 운영과정에서 좀 더 많은 제약이 발생했다.

자연재해와 대북 제재라는 전통적인 제약에 더해서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그리고 북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확인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라는 3중고는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2021년 1월 8차당대회에서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한축과 장기적으로 생산력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또 한 축으로 하여,  단기계획(12개 중요고지)과 중기계획(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 정비보강전략), 긴 호흡으로 구상하는 장기계획을 동시에 발표했다.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 역할, 지도 아닌 지원으로 선회

우선 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부터 살펴보자.

핵심은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이지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그 안에서 우선 순위를 정리하고 있다.

원자재 국산화 실현이 최우선 과제이고 대외 경제활동은 자립경제를 보완하는 역할로 자리매김된다.

한동안 대외경제나 수출입무역을 강조하던 정책이 조금 완화되다가 8차당대회를 기점으로 관광을 제외한 대외경제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현재 제재국면에서 내부적인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고 그게 맞추어 정책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심과업이라면 결국은 국가가 해야 될 역할, 국가 중앙단위의 역할, 지역단위 역할로 조금 더 면밀하게 나뉘게 된다.

산업별 정책 현황
금속, 화학산업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금속, 화학산업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일단 금속과 화학산업은 국가가 중점투자를  해서 그 성과가 내부적으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금속과 화학이 발전하면 기계 및 부품 제작용 소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고, 비료와 화학제품 생산을 통해 협동농장과 경공업 생산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 자제 역량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민생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런 매커니즘 아래서 국가가 전 과정을 모두 주도하는 게 아니라 금속과 화학공업의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것.

협동농장과 경공업 공장들은 각자의 권한을 활용해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생산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8차당대회 논의라고 할 수 있다.

8차당대회이후 금속과 화학산업에서 주목할만한 성과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아연 강재나 질소비료 등 일부 성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전력, 석탄, 기계, 철도운수산업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전력, 석탄, 기계, 철도운수산업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전력산업은 작년에 40년만에 어랑천 발전소가 완공되는 등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 안정적인 보장에는 미치지 못하고 그동안 부족분을 채워나가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8차당대회에서 주목받았던 '핵동력공업' 창설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진 않지만 북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준비해 나갈 요인이 충분하다.

석탄 채취분야에서는 기술선진화를 강조하고, 기계산업 분야에서는 기업별로 부분적 성과를 내고 있으며, 철도운수 산업에서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을 확충해 지역간 교통망을 좀 더 촘촘하게 하려는 계획이 북측 언론을 통해 확인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건설건재, 경공업, 방송통신, 상업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건설건재, 경공업, 방송통신, 상업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유일하게 구체적 수치가 발표된 건설 건재분야에서는 2021년부터 매년 평양에 1만세대 살림집을 짓고 이미 하고 있던 계획까지 포함해 2025년이 되면 7만세대 살림집이 건설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초에 착공해 다음해 연초에 준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검덕지구에 2만5,000세대 살림집 건설이 계속되는 등 지방의 기본 건설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건설산업에 기반이 되는 시멘트 생산과 공급능력. 시멘트보장법에 따르면, 기본과업으로 매년 80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해서 따로 기한을 정하지 않고 공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방건설 사업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멘트와 철강 외의 다른 건재에 대해서는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국산화를 위한 노력과 지방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도 앞으로 눈여겨 볼 지점이다.

나름대로 꾸준히 성과를 냈던 부분이 경공업이다. 핵심은 국산화와 재자원화. 특히 주민들의 달라진 기호에 부응할 수 있는 각종 가공제품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만큼 이를 담당할 지방공업공장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신 방송 통신산업의 경우에는 통신 인프라를 갱신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로 넘어간다고 밝혔지만 이동통신법을 제정한 것 외에 추가적인 제도정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고 있어 어떤 경로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지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다만 지역내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상업 분야에서 아직 뚜렷이 드러난 바는 없지만 8차당대회 전후로 국가 상업망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국영상점이나 각종 백화점과 같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영역을 통해서 유통과 거래를 권장하겠다는 것. 시장은 그대로 두되 주민들이 시장 대신 국영상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영상업을 발전시켜 상업봉사활동 전반에서 국가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고 조절통제력을 회복하려는 차원에서 국영상점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기본적인 생산이 어느정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통활성화, 효율성 제고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이를 뒤집어서 '시장을 위축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농업, 수산업, 임업, 대외경제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농업, 수산업, 임업, 대외경제 정책현황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수산업에 대해서는 기본이 많이 잡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선 과학기술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양어와 양식이 강조되고 있다.

임업 분야는 특히 12개 중요고지에 통나무 생산을 넣을 정도로 강조하고 있는데, 건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 경제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는 관광사업이다. 북은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자체 일정표대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금강산의 경우에도 이미 철거 작업이 시작되어 남북간 분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북측은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및 에츅문화지구 건설 등 연차별·단계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북은 2021년 8차당대회 이후 3년동안 8번의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당대회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서 정책적 전환이나 새로운 문제제기 등 두드러진 사안은 없었고 매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가 주로 논의됐다.

북이 원하는 경제 지향은 무엇이고 현실은 어디쯤에 있을까?

사실 두가지 모두 우리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 시기에 북의 경제 상황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자료들을 검토해서 북이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그 답을 찾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선 북 경제의 규모에서 국가예산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예산의 비중은 40~60%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북은 민간 경제영역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작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여력이 아주 중요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예산 수입 및 지출 증가율 추세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김정은 집권 이후 예산 수입 및 지출 증가율 추세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위에 공개된 수치는 재정 규모 자체가 아니라 전년대비 예산과 지출의 증가분, 즉 전년에 비해 올해 재정여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증가 수준을 잘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김정은 집권과 집권 이후인 2014년도부터 보면 대략 5% 안팎에서 증가세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고 제재가 강화된 2017년에도 재정적 타격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재정운영의 여력이 다소 있었다고 파악할 수 있는데 오히려 심각한 타격은 코로나19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예산 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2021년부터는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에서 예산을 운영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올해 약간 증가하긴 했지만 과거의 증가 추세와 비교하면 지금은 사실상 경제 규모가 더 커지지 못한 상태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그만큼 재정 압박은 좀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재보다는 오히려 코로나가 북한 경제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에 좀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게 확인된다.

쌀 수급 불안정하지만 '식량난'은 아니야

주요 농산물의 시장 가격 추이를 보자. 조금씩 수치가 다른데, 농촌경제연구원에서 1일 발표한 자료를 업데이트한 자료이다.

주요 곡물 및 농산물의 시장가격 추이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주요 곡물 및 농산물의 시장가격 추이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전통적인 양대 곡물이라고 할 수 있는 쌀과 옥수수 가격대가 중요하고, 빨간 점선 이후가 코로나 이후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등락폭이 커지고 있다. 이건 물가가 불안정해진다는 징후여서 경제안정성 측면에서 좋은 신호는 아니다.

쌀 1kg에 6천원 이상 뛰면 그때부터 급등 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지만 장기화되는 추세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같은 추세가 안정화 추세로 가지 않을 때 등락폭이 심화되는 것은 분명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럼 코로나때문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단 코로나 이후 2년동안 북이 쌀 수급을 관리해서 가격안정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다만 코로나 시기에 북이 영농물자와 비료 수입을 많이 줄였기 때문에 북 내부생산으로 완전 대체할 수 없었다면 농사 조건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곡물생산량이 다소 감소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옥수수 가격이 급등해야 하는데 가격 추이가 쌀과 비슷하게 가고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말하는 쌀 부족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식량난 현상으로 판단할 근거도 찾기 어렵다.

북이 작년 후반기부터 쌀 수매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회주의에서 원칙적으로 쌀은 시장에 풀리면 안되는 것이지만 과거에 암묵적으로 존재해 온 여러 편법을 없애가는 과정에서 시장을 통한 쌀 거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긴 하다. 또 이미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밀 생산이 유의미하게 증대되어야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결국 북 내부에서 생산이 가능한 곡물의 경우에는 외부적 요인인 코로나, 제재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은 것 같다.

좀 더 드라마틱한 지표는 밀가루, 콩기름, 설탕가루(설탕), 맛내기(조미료)에서 볼 수 있다. 북한이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인데, 이중에서 콩기름만 중국산과 국내(북)산이 시장에 같이 유통되고 있다. 

주요 수입품의 시장가격 추이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주요 수입품의 시장가격 추이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콩기름은 가격 상승세가 있긴 하지만 가파르지 않은 반면, 북에서 가장 골치 아파하는 설탕과 조미료의 가격 급등은 현저하다.

수입을 봉쇄하면서 수급이 원만하지 못했고, 시장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올라 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북은 설탕 국산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당을 설탕으로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코로나 시기에도 간혹 수입을 했지만 높은 내부적 수요를 충당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가루 역시 가격이 상승하지만 급등하지 않은 것은 꾸준한 내부 수요를 일부 수입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며,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 가격 추이가 어떤 관계가 있을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북 경제운영에 있어서 제재보다는 코로나가 좀 더 강한 충격을 주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본 식량의 수급 문제에 있어 불안정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당장의 수급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주요 가공식품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가시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필수품이지만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 원재료 수급과 가공기술의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당장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정세변화는 북 경제에 긍정적..위기대응능력이 관건

북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은 7월부터 마스크 착용 조치를 해제하는 등 유연한 방역정책으로 전환하고 8월부터는 국경을 개방해 전면적인 인적교류가능성도 흘러나오는 등 정책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재는 여전히 굳건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자연재해는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것이어서 이 세가지 요소는 여전히 북한 경제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재가 예측가능하다면 코로나와 자연재해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라는 차이가 있을 뿐.

여기에 북이 '신냉전과 다극화'로 인식하는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라는 국제정세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 하방압력이 강했던 코로나19는 풀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제정세의 변화는 북,중,러의 경제적인 이해관계 안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이 경제분야에서 계획했던 많은 정책을 추진하는데서 지난 3년에 비해서는 남북관계를 뺀 대내외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북 경제에 미칠 영향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북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북 경제에 미칠 영향 [사진-최은주 연구위원]

국제환경의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북의 경제에 반영될까?

북은 경제운영에 있어 인민생활향상에 대한 실무적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의 역할을 명료하게 하고 지역, 농장, 기업소의 역할을 강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수입의존이 불가피한 산업분야, 특히 주민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는 여전히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코로나 봉쇄 상황을 겪으면서 자체 역량과 한계를 모두 확인한 바탕위에서 '국산화'에 대한 현실적 경험과 판단을 축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북이 예측불가능하면서 가장 크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자연재해, 보건의료 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한 국가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국제협력이 가능해진 조건에서는 이 분야의 협력을 좀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북이 변화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과제를 설정할 것인지 하는 위기대응능력이야말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장기적 안정성 뒷받침할 정비보강 전략

주목할 점은 북이 강조하고 있는 '정비보강 전략'이다.

"2025년까지 정책을 잘 추진하고 나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생산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단기과제와 중기과제(경제발전 5개년계획)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기적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되어야 할 역량과 자원을 소모적으로 '당겨쓰는' 현상을 질타하는 등 장기적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단기와 장기의 상충관계'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그러면서도 1년 과제로 12개 중요고지 점령을 제시하고는 기술력과 각종 설비보강을 하여 정비보강도 달성하라는 아주 큰 2개의 과제를 동시에 제기한 것은 불안한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4일자 [노동신문]은 상반기 계획 발표를 하면서 12개 중요고지인 △알곡 △전력 △석탄 △압연강재 △유색금속 △질소비료△세멘트 △통나무 △천 △수산물 △살림집 △철도화물수송 중 곡물, 시멘트, 살림집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고지의 상반기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우선 단기계획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재원조달이 녹록하지 않은 조건에서 중장기 정책인 정비보강전략을 올해 어떻게 수행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장기구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이 정비보강전략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과제는 산적해 있고 해야 될 일들은 많으며, 정책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문제는 인적 및 물적 역량이 얼마나 빠르게 이를 충족시킬 것인가에 있다"는 것.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정책적 변화나 제도적인 큰 폭의 변화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쫓아갈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알차게 조성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외경제 상황이 완화되면 단기적으로 당장의 문제들은 숨통을 트일 수 있겠지만 인민생활향상과 경제발전을 중단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핵심은 결국 제재환경에서 이같은 장기성을 가진 기반을 최대한 만들어 내는 것에 달려있는 것이다.

지방강화노선

8차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장기 구상의 등장과 시군강화노선'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당대회에서 당규약 개정을 통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을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로 규정하고 '앞으로의 5년을 강국건설을 위해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연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토대 구축기간으로 삼아 2030년대 중반까지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도달하겠다는 장기 구상을 밝혔다. 

당대회 이후인 2021년 4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 당은 앞으로의 5년을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에서 획기적발전을 가져오는 효과적인 5년, 세월을 앞당겨 강산을 또 한번 크게 변모시키는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려고 작전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련속적으로 전개하여 앞으로 15년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륭성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자고 한다"고 한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이 장기 구상의 초점은 시군강화노선에 있다고 풀이했다. 이는 다시 지방공업발전과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으로 구체화된다.

시군강화노선은 '모든 시와 군을 문명부강한 사회주의 국가의 전략적 거점, 고유의 특색을 갖춘 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역적 특성과 현실성을 반영한 전망 목표 수립 △새로운 농촌혁명 강령 관철 △지역내 원자재 활용한 지방공업 발전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정하고 세부과제로는 △지방공업발전 △농촌경리발전을 제시했다. 

지역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나 경공업발전을 위한 방안으로서 지역경제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공장 현대화에 관한 논의는 8차당대회 이전에도 나왔지만 하나의 과제로 뚜렷하게 정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 경제의 발전이 경제 수치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생활문화 환경개선과 직결될 수 있도록 되어야 하며, 특히 삼지연시가 10년에 걸쳐 3단계 개발사업을 끝내고 산간마을의 모범단위로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런 모범단위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

장기 구상은 '전면적 발전론'으로 표현되는데, 사회주의강국 건설론의 내용과 같이 '정치, 국방, 경제, 문화에 걸쳐 두루 강국이 되어야 한다. 모든 부문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와 국방 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와 문화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 계급(도농격차 해소), 산업(금속·화학의 선도적 발전으로 다른 산업분야의 발전 견인), 지역(시·군강화)간 격차를 없애 균형적으로, 동시적으로 발전해야 전면적 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데 중점이 있다. 

시·군강화 정책은 우선 당차원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고 지방 특성에 맞게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각 지역 단위 간부들이 자기 지방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재 역량을 확인한 뒤 발전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맞춰서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1년 12월에 발표된 '새로운 농촌혁명 강령'은 대부분의 지역단위가 군 중심으로 되어 있는 북한의 지역적 특성상 먹는 문제의 기본을 해결하는 농촌을 발전시키고 생산되는 원료를 활용해서 공업을 발전시켜 최소한의 삶의 요구를 지방내에서 충족한다는 것으로, 김일성 시대부터 계승되어 온 중요 목표로 볼 수 있다.

제도적 보완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2021년에는 당 산하 지방인민회의와 내각 산하의 지방인민위원회의 역할을 구분한 '지방주권법'을 개정하고 당 중앙의 특례조치가 가능한 '시,군발전법'을 채택했으며, 2022년에 김정은 시대 '농촌발전전략'이 법제화된 '사회주의농촌발전법'이 채택되고 전국의 시,군 단위에 매년 1톤씩 시멘트를 제공하는 것을 법제화한 '시,군건설세멘트보장법'이 채택되는 등 지방발전전략의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모든 내용의 종합 정리는 시,군발전법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을 '지도'보다는 '지원'으로 규정하고, 지방공업과 농촌문제 뿐만 아니라 국토환경, 건설, 운수, 상업 및 무역 등 부문별로 역할과 권한이 정리되어 있다. 

전면적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시,군 강화노선이 제기되고 그 안에서 중요 과제로 제기되는 농촌지역의 발전이 중점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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