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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극한 가뭄 때 기증 받은 '생명수', 뜯지도 않고 폐기한 강릉시

강릉시 홍제정수장에 쌓여있는 생수병들. 지난해 '극한 가뭄' 당시 전국으로부터 기부받은 것들이다. 앞에 검은 봉지는 물을 정수장에 쏟아붓고 난 뒤 남은 생수병을 모아둔 것. ⓒ 김남권

강원 강릉시가 지난해 가뭄 재난 당시 기증받은 구호용 생수 1천 톤을 배부하지 않은 채, 정수장에서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릉시는 최근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강릉홍제정수장 야적장에 2리터 생수통 약 1천 톤을 쌓아둔 채 폐기 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생수는 지난해 강릉 가뭄 사태 당시 각계각층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현재 포장도 뜯지 않은 미개봉 상태다. 유통 기한도 남아 있다.

정수장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쌓여 있는 생수병 속 물을 정수장 침전지로 흘려보내고, 빈 물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 처리하고 있다.

강릉시 "봄 가뭄 대비해 비축했다"지만... 여름 동안 방치

강릉시 홍제정수장 야적장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적재되어 있는 생수. 강릉시는 지난해 가뭄 재난 당시 전국에서 기증받은 생수를 그동안 보관해오다가 최근 폐기를 결정했다. ⓒ 김남권

지난해 강릉시는 극심한 가뭄으로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24일간 재난지역으로 관리 됐다. 당시 전국에서 답지한 구호용 생수는 지난해 9월 16일 기준 총 800만 병(1만2474톤)에 달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를 '생명수'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강릉시는 "198만 병은 1차로 시민들에게 제공됐으며, 잔여 재고 600만 병도 2차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배부를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최근 당시 기증받은 생수 중 일부가 그대로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강릉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받은 구호용 생수 중 일부를 봄 가뭄 등을 대비해 비축해뒀다"라며 "오는 8월~9월 사이 유통기한이 만료가 되어 정수장을 통해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폐기하지 말고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유통기한이 한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걸 나눠주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릉시는 올해 봄 가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통기한 만료가 다가오기 전에 서둘러 배부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구호물품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아까운 생수를 정작 물이 없을 때는 나누어 주지 않고 왜 저렇게 폐기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지역 식당에 나누어줘도 모두 가져갈 텐데, 어디에 두었다가 버리는 건지 참 한심하다"며 "생수를 기증한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강릉시는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김홍규 시장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중남 시장 체제로 바뀐 상태다.

강릉시 홍제정수장 야적장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적재되어 있는 생수. 강릉시는 지난해 가뭄재난 당시 전국에서 기증 받은 생수를 그동안 보관해오다 최근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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