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뒤 ‘추석민심’에 대한 언론들의 분석과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인’ 건,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추석 연휴 이전보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60.9%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69.5%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불과 열흘도 안 돼 8.6% 포인트나 지지율이 하락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휴대전화 임의걸기(RDD) 자동응답조사로 진행됐다. 표준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중앙일보(온라인판)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이석기 의원 사태와 G20 정상회의로 상승세를 거듭해 11일엔 지지율 70%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사퇴하며 하락세로 반전됐고 16일 3자회담 결렬 뒤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외교·경제에 집중할 땐 지지율이 높아졌지만 여야 정쟁의 중심에 뛰어들면서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지난 11일과 비교해 8.6% 하락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MBC가 지난 20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집전화와 휴대전화 임의번호걸기 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인스닷컴 화면갈무리
 
MBC는 21일 <뉴스데스크> ‘추석민심은 … 긴급 여론조사’ 리포트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는 66%로 지난 8월23일 취임 6개월 때 65.8%와 비슷했다”고 보도했다. MBC의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 격차는 추석 전이나 후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서치앤리서치가 추석 전인 지난 11일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 보면 하락 폭이 다소 커 보인다. 동아일보는 22일자 <“추석 민심 따끔”… 與도 野도 대치정국 풀 카드없어 고심>(5면)에서 MBC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66.0%로 11일 조사 때에 비해 6.7%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MBC가 취임 6개월 때 조사결과를 근거로 삼으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다고 보도한 반면 동아일보는 추석 전 민심을 기준으로 삼았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도 MBC와 동아일보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심을 모으는 건,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한 언론의 전망과 분석이다. 22일 신문을 발행한 전국단위종합일간지(경향 동아 조선 한겨레) 가운데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실은 곳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3곳이었다.
 
동아일보도 우려한 ‘꼬인 정국’ … “국정 공백, 결국 정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향신문 2013년 9월22일자 4면
 
경향은 22일자 4면 <‘국민 저항’ 누구에게… 박 대통령 ‘판정패’>에서 “야당의 장외투쟁을 지적하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불통을 문제 삼는 여론이 눈에 띄게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향은 “견제와 비판이 야당의 의무다. 야당이 지나치더라도 국정을 이끄는 것은 여당이므로 여당의 불통이 더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여론이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이나 외교 문제는 일관된 원칙을 갖고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의도 정치에 대해선 그런 통 큰 모습이 잘 안 보여 아쉽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것”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내부 비판 목소리에 비중을 실었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을 좀 더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한겨레는 22일자 <“전략적 판단이라기보다는…” 박대통령 제 스타일 고수탓>(5면)에서 △70%에 육박하는 국정운영 지지도에 따른 착시 현상 탓 △대북 정책의 성공 경험을 국내정치 분야에도 기계적으로 적용하려는 오류에 빠져 있을 가능성 △대통령 주변에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참모가 없다는 점 등을 ‘불통정치’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겨레는 “이런 불통 정치는 결국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전했다.
 
   
한겨레 2013년 9월22일자 5면
 
이례적인(?) 건 동아일보의 분석과 전망이다. 동아는 22일자 <“추석 민심 따끔”… 與도 野도 대치정국 풀 카드없어 고심>(5면)에서 추석민심이 여야 정치권 모두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청와대 책임론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보도태도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동아는 “청와대도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라면서 “자칫 박 대통령이 ‘일방주의 정치’ ‘불통’ ‘정치력 실종’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 안팎에선 모든 국정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박 대통령이 대화와 협상, 양보의 정치를 좀 더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특히 정기국회 파행이 민생법안 표류로 이어질 경우 ‘경제 살리기’라는 박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라면서 “경제 활성화가 가시화되지 않고 공공기관장 공백의 장기화 등으로 국정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결국 정부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13년 9월22일자 5면
 
이와 관련,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정 운영에 대통령의 말과 생각만 보이는 동맥경화증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이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국을 꼬이게 만드는 원인으로 부각이 되면서 벌써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MBC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긴 했지만 채동욱 검찰총장과 관련한 부분만 발췌해 보도했다.
 
JTBC “시험대 오른 청와대 정무라인 … 추석 이후 여야 전면전 벌일 것”
 
문제는 새누리당 내부와 보수언론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여야가 극단적인 대치상황에 놓여 있을 때 청와대 정무기능이라도 제대로 역할을 하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3년 9월20일 JTBC <뉴스9> 화면갈무리
 
관련해서 JTBC는 지난 20일 <뉴스9> ‘시험대 오른 청와대 정무라인’에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의 한계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JTBC는 “박준우 정무수석이 부임한 이후 여의도를 자주 찾아가고 실제 민주당 지도부와 식사도 자주하는 등 노력을 했다”고 강조한 뒤 “문제는 박준우 수석의 재량권이 크지 않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JTBC는 “과거 MB 정부에서는 이재오 전 장관, 주호영 전 특임장관과 김효재 정무수석 등 실세들이 정무라인을 담당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외교관 출신에, (박준우 수석이) 또 친 박근혜계 실세 인사도 아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갖고 물밑 협상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추석 이후 여권과 민주당은 다시 한 번 ‘전면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