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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고 불가역적’ 3국 동맹…미국이 청구서 날리면?

등록 2023-08-26 05:00

수정 2023-08-26 09:08

[한겨레S] 문장렬의 안보 다초점

한미일 ‘사실상 동맹’ 후폭풍

한·일 묶어 중국 등 안보위협 대처

미국의 숙원, 윤 정부 들어서 성취

위협엔 신속한 대응 ‘협의’ 약속

하위 파트너에 ‘강요’ 가능한 조항

2023년 8월18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사실상의 동맹’ 결성에 합의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기술 등 다방면에서 북·중·러 3국에 대결적인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체다. 그러나 안보도 평화도 오히려 더 위태로워지는 형국이다.

북한은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고, 지난 21일부터는 한·미 연합훈련이 아닌 ‘한·미·일 연합훈련’이 시작됐다. 훈련 기간 중인 24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재시도해 실패했지만 10월에 3차 발사를 예고했다. 중국은 한·미·일 정상회의 종료 뒤 6시간 만에 다수의 항공기와 함정을 동원해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고 곧이어 베트남 부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후속 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환경 문제도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안보 사안’이다.

제2보병사단 소속 미군 장병들이 지난 23일 경기도 파주시 훈련장에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안보란 상대가 있는 게임인지라 이러한 ‘사태’들은 놀라운 것이 아니고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상 간의 합의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제도화’한 것을 두고 ‘역사적인 날’로 자평했다. 정말 그렇다면 귀국 즉시 대국민 설명회라도 크게 열어 ‘자랑’할 법도 한데 대통령 자신은 국무회의실과 연합사령부 벙커에 들어가 ‘가짜뉴스’ 박멸과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핵전쟁 훈련 ‘지도’에 바쁘다. 참으로 담대함인지 비겁함인지 알 길이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똑같은 ‘협의’ 문구

한-미 관계의 시작점은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 말이었다. 조선은 미국과 일본 두 제국의 ‘처분 대상’이었다. 1905년 7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이 필리핀을 차지하는 대신 일본은 조선을 강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은 일본을 동맹국으로 삼았다. 1951년 9월 미-일 안보조약을 통해서다. 그때부터 미국은 한-일 간의 역사 문제를 무시한 채 양국을 묶은 3자 안보동맹 결성을 추구했으나 초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1953년 10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해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된다. 냉전이 끝나고 중국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북한 핵 문제까지 불거지자 한·미·일 ‘동맹화’는 다시 추진됐다. 1999년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조정 및 감독 그룹’(TCOG)이 만들어져 6자회담(2003) 전까지 운영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2015년 12월)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2016년 11월) 등이 미국의 ‘조정’으로 성사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미·일 정상 회동이 잦아졌다. 스페인 마드리드(2022년 6월), 캄보디아 프놈펜(2022년 11월)에서 안보 및 기타 영역에서의 3국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회동에서는 새로운 수준의 공조체제를 발전시키기로 약속하고 일제 강제징용 문제가 ‘타결’됐다고 했고, 마침내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열렸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행복해 보일 역사적인 날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동맹 전략은 그동안 ‘다 계획이 있었고’ 그걸 이뤘다는 감회가 컸을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 결과 발표된 ‘원칙, 정신(공동성명), 공약’ 문서들에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요구했던 세 가지 방식이 한·미·일 동맹화에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 협력체계의 구축이다.

먼저, 3국 동맹화의 완전성은 위 세 문건 중 단 두 문단으로 이루어진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을 통해 추구된다. 3국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협의할 것을 공약한다.” 핵심어는 ‘협의’(consult)다. 공약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이 표현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2조와 미-일 안보조약 제4조에 명시된 것과 같다. 미국은 하위 파트너와의 합의 문서에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 게 상례다.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의무는 회피하면서 상대에게는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캠프 데이비드 3국 공약은 조약이라는 간판을 달지 않았을 뿐 완전한 ‘거주’가 가능한 ‘동맹의 집’을 지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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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도자도 쉽게 이탈 못하도록”

검증가능성은 인원과 물자(무기)가 실제로 움직이는 군사훈련을 통해 입증된다.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은 2022년 9월과 10월, 지난 2월과 7월 네차례 동해와 남해에서 진행됐다. 주로 일본과 미국의 방어를 위한 대잠수함전과 미사일방어 훈련이었다. 대잠수함전은 북한의 잠수함이 일본이나 미국 본토에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고 미사일방어의 핵심인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8월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은 인태지역 및 전세계 평화를 위한 협력 강화라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확장억제 및 연합훈련 강화라는 ‘정신’에 충실해 한 단계 격상됐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당연시되고 유엔사와 한국전쟁 참전국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유엔사 회원국도 참여한다. 군사작전 측면에서도 우주전과 인지전(cognitive warfare) 훈련도 새롭게 진행된다. 우주전은 미사일방어가 주목적이고 듣기에 생소한 인지전은 미국이 대테러전 과정에서 ‘개발’한 일종의 심리정보전이다. 윤석열 정부는 인지전을 “개전 때 북한이 반국가세력을 선전선동에 활용하는 것을 분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지만 평시에 ‘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3국 동맹화 합의는 불가역적 성격이 강해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게 한다. 다양하고 중층적인 3국 협의 기제와 기구들의 설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들 간의 ‘최소한’ 연례적인 회담,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장관급 협의체, 사이버우주전 실무협의체 등이 합의대로 설치·가동되고 다개년 대북 공동군사계획이 시행되면 3국 동맹화는 제도화할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 인태조정관은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솔직하고 명확하게 표현했다.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공조 진전을 세 나라 정치에 착근시켜 어느 나라의 어떠한 지도자도 쉽게 이탈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번 정상회의의 목표”였다고.

안보와 경제를 위한 다양한 협력은 국가이익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결과와 그것이 가져올 미래는 재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최강대국들과 나란히 찍은 정상회담 기념사진 속에 숨겨진 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길을 잘못 들었으면 너무 늦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

전 국방대 교수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국방담당,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군사과학 기술의 이해’ 등의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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