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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미향 간토대지진 학살 추모 ‘빨갱이’ 딱지에 “철 지난 색깔론”

  • 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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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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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주최 행사 참석에 정부 “반국가행위”

윤미향·정의연 ‘때리기’ 나선 신문들, 한겨레 “홍범도 여론 싸늘하자 돌파구 찾는다”

김만배 ‘허위인터뷰’ 논란, 조선 “대선 가짜뉴스 뒤에 KBS MBC”

‘공교육 정상화’ 외친 교사들에 조선 “평일 무더기 출근 거부…국민 공감 힘들 것”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로 일본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하자 정부·여당이 일제히 ‘색깔론’ 공격에 나섰다. 정부는 조총련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며 윤 의원을 향해 ‘반국가행위’라고 했고 여당은 윤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한겨레는 ‘지지율을 위한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윤 의원과 더불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비판 기사를 1면에 같이 실었다.

▲ 5일자 한국일보 5면 사진기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 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조총련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고 확정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며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은) 헌법 가치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윤 의원은 지난 1일 행사에 참석했다.

국민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가 이를 1면에 실었다. 국민, 세계, 조선은 “반국가행위, 진영 불문 단호히 대응” 등 윤 대통령 발언을 1면 제목으로 뽑았고, 한겨레는 “간토대학살 한마디 않던 정부, 윤미향 총련 추모식엔 ‘색깔론’”이라고 했다. 정부가 100년 전 조선인 겨냥 대학살을 놓고 일본에 사과나 유감 표명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 5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윤미향·정의연 때리기 나선 신문들, 한겨레 “야단법석 떨 일 아냐”

▲ 5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5일자 조선일보 3면 사진기사.

보수신문은 정부·여당 주장에 힘 싣는 기사를 잇달아 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윤미향 의원 기사와 함께 정의연 비판 기사를 실었다. 서울시가 지난 4일 위안부 추모 공원 ‘기억의 터’에 있는 미술가 임옥상씨의 작품 철거를 정의연이 막자 <‘성추행’ 작가 작품 지키는 여성단체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임씨가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정했”다며 정의연과 함께 철거를 막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을 겨냥해 “상대에 따라 다른 잣대로 선택적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서울시가 임옥상씨를 핑계로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3면에 <윤미향 의원 뒤에 정의연 이사장>이라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 현장 사진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위안부 피해자들 편에 서서 여성 인권 운동을 해왔다는 단체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의연에는 ‘위안부 할머니 돕기’나 ‘여성 인권’보다 ‘민중예술가 지키기’가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정의연 이사장 출신으로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 사건도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 5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

중앙일보는 4, 5면에 <국정원, 윤미향 ‘국보법 위반’ 검토…“사실관계 확인 중”> 기사를 내고 “국가정보원이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지난 1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행사 참석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4일 중앙일보에 밝혔다”며 “국보법 7조는 반국가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8조는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과 회합·통신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윤미향 의원은 사퇴해야 … 민주당 책임도 크다> 사설에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국회의원 자격이 의심스럽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으로 지칭한 재조총련 주최 행사에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다”며 “윤 의원의 일탈은 개인 윤미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사실상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 5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반면 한겨레는 정부·여당의 공세를 놓고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등 이념 전쟁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윤 대통령과 여권이 윤 의원을 지렛대 삼아 반전을 꾀하려는 모습”이라고 했다.

1면 <간토대학살 한마디 않던 정부, 윤미향 총련 추모식엔 ‘색깔론’> 기사에서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일본 도쿄를 비롯한 간토 일대에 발생한 규모 7.9의 강진으로, 당시 일본 경찰이 개입해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조선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이 일어났다. 하지만 한·일 정부 모두 이 문제와 관련한 진상규명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대통령실도 이에 대해 일본의 사과 등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 5일자 한겨레 3면 기사.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한겨레에 “간토학살 추모는 조총련뿐 아니라 일본 시민사회가 주도해 수십년간 해온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학살에) 침묵했음에도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연대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에 <반세기 이어온 총련·일 시민사회 연대 행사에 ‘빨갱이 딱지’> 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행사의 성격과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게 야단법석 떨 일이 아니”라며 “여러 일본 시민단체와의 공동주최다. 이를 총련 주최라고 말하는 건 고의적 왜곡이고, 의도적인 침소봉대다. 총련이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반국가단체’로 확정 판결을 받긴 했다. 하지만 재일 조선인 희생자 문제의 진상 규명에 오랜 기간 앞장선 사실까지 폄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으로 여론이 싸늘하자, 이 건으로 돌파구를 삼으려는 것처럼 비친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철 지난 색깔론’을 계속 봐야 하는가”라고 했다.

 

김만배 ‘허위인터뷰’ 논란에 조선 “대선 가짜뉴스 뒤에 KBS MBC”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에 관한 허위 인터뷰를 하고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만배씨가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사실이 아니었다고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조씨의 진술이 검찰로부터 전해졌다. 조선일보, 세계일보, 서울신문,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 다수 신문이 검찰을 인용하며 조씨 발언을 보도했다.

▲ 5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대장동 몸통 의혹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가짜뉴스로 ‘대선 공작’을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대장동 비리 핵심인 김만배씨와 일부 언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과 문재인정부 검찰이 두루 연루됐을 개연성이 크다”며 “검찰은 김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었다는 관련자 진술과 정황을 확보했다. 사실이라면 국기를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소설 같은 거짓말로 대선판을 흔든 의혹이 털끝만큼이라도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근간을 농락한 희대의 선거 범죄”라며 “조작된 인터뷰는 MBC 등 일부 방송매체에서 집중 보도했고 이를 뒷배 삼아 대선 과정 내내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프레임의 정치 공세를 폈다. 당시 검찰은 두세 달 뒤 김씨의 농간을 알고서도 가짜뉴스를 바로잡지 않았다”고 했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지난 대선 불거진 ‘대장동’ 프레임 싸움 뒤에 공영방송까지 있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임기 내내 불거진 정부-공영방송 대립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사설 <지난 대선 가짜뉴스 뒤에도 정치 브로커와 검찰·KBS·MBC 있었나>에서 “대선 3일 전 김만배씨 인터뷰 녹음 파일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보도했고, 이를 KBS, MBC 등이 받아썼다. MBC는 네 꼭지나 할애했다. 지금도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라는 황당한 말을 믿는 사람이 국민 40%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는데, 그 근원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선 가짜 뉴스는 국민 모두를 속이는 국가적 사기다. 나중에 허위로 판명돼도 대선 결과를 뒤집을 방법이 없다. 거짓말 사기극을 벌여서라도 권력을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공작이 지난 대선 때도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정치 브로커와 검찰, KBS, MBC 등 등장 기관들이 같다”고 했다.

 

집회 나선 교사에 조선 “평일 무더기 출근 거부…국민 공감 힘들 것”

 

▲ 5일자 경향신문 4면 사진기사.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행사에 전국의 교사들이 참석하며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했다. 교육부의 징계 엄포에도 ‘공교육 멈춤의 날’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교사들에 지지 목소리를 내는 기사와 사설이 이어졌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굳이 평일에 무더기 출근 거부라는 집단행동을 한 것은 국민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정부 엄포에 굴함 없는 교사 추모행렬, 더 이상의 죽음 없어야>에서 “교사들의 요구 사항은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특정 단체만의 주장도 아니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안도 아니다”며 “이런 와중에 지난 3일 경기 용인에서는 현직 교사가 또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에 이어 나흘 새 3명째다. 교사들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생명의 가치보다 우선할 상황은 없습니다> 사설에서 “생명의 존엄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훼손되지 말아야 할 가치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릴 만큼 극단적인 현실을 감내하면서 선생님들이 지켜온 교단을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가야 한다”고 했고, 서울신문은 <그래도 선생님뿐… 교사 존경하는 사회 만들어야> 사설을 냈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여의도 국회 앞이나 각 지방교육청 등에서 집회를 연 교사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사설 <학부모 지지 받을 수 있는 교권 회복 운동을>에서 “교사들의 주장은 상당 부분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다”면서도 “정부와 국회가 교권 회복을 위한 법 개정에 착수해 절차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중략) 큰 줄기는 잡혀 있는 것이다. 현재 대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굳이 평일에 무더기 출근 거부라는 집단행동을 한 것은 국민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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