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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검찰, 수사기록에 “사령관 비화폰 포렌식 불능” 써놓고 영장엔 “했다”

국방부 검찰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구속영장 심사 전 구인영장을 집행할 당시 모습. 2023.09.01. ⓒ뉴시스
국방부 검찰단(이하 군검찰단)이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다가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구속영장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비화폰’(도청 방지 보안용 휴대전화) 포렌식 여부에 대해 수사보고서와 다르게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군검찰은 8월 16일자 수사보고서에 김 사령관의 비화폰에 대해 “포렌식 의뢰하였으나 비화폰은 데이터 빈출 불가 목적으로 제작된 휴대폰으로 포렌식 불능”이라고 기재했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임의제출받은 비화폰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 수신 내역 11건을 캡쳐해 수사보고서에 첨부했다. ‘포렌식 불능’이라는 군검찰 기록대로면 김 사령관이 통화기록 및 문자메시지를 삭제해서 제출하더라도 삭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해당 수사보고서 기록은 군검찰이 지난 8월 30일 청구한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사실과 완전히 상반된다.

군검찰은 박 대령의 구속영장에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통화내역, ‘비화폰과 일반폰에 대한 포렌식 자료‘에서도 국방부 차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내역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수사보고서에서는 불가능하다던 김 사령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구속영장에서는 ‘했다’고 적은 것이다
김 사령관의 비화폰 포렌식 여부는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다. 박정훈 대령은 김 사령관이 집무실에서 채상병 사건 초동수사 결과와 관련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이 보낸 문자 메시지라면서 ‘혐의자와 죄명을 빼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느냐’는 내용을 읽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해당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며,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해당 문자메시지의 진위는 김 사령관 비화폰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거치면 확인될 수 있다.

군검찰이 박 대령에 대한 수사기록과 구속영장에 비화폰 포렌식 여부에 대해 각각 다른 사실관계를 적시했다는 건 매우 중대한 오류다. 군검찰이 박 대령 영장 발부를 목적으로 포렌식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허위 적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검찰은 정작 김 사령관 비화폰 포렌식을 할 수 없었다는 수사기록을 박 대령 항명죄 사건을 심리하는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해당 기록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제출되면 군검찰이 포렌식 여부에 대해 두 공식 자료에 각기 다르게 적시한 사실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 측 역시 지난 14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내용을 문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보고서 등에 명백한 허위사실이 기재돼 있고, 이는 공소권 남용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보고서에 허위사실이 가득한 이유는 ‘대통령 개입설’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군검찰이 이를 막기 위해 허겁지겁 구속영장을 청구하다가 발생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군사법원은 8월 1일 군검찰이 청구한 박 대령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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