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는 기다리던 코로나 팬데믹이 왔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미중 전략갈등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난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데다 올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한반도는 큰 틀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이 유지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한반도 정세의 주요 축인 남북미가 각각 마이웨이를 외치며 제 갈 길을 간 형국이었습니다한마디로 정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남북 대화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습니다몇 년 간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굳건함’(?)에 아쉬움을 보내고새해 2024년에 있을 3월 러시아 대선,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그리고 ·중 수교 75주년’ 등이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를 기대하면서 통일뉴스가 ‘2023년 한반도 10대뉴스를 선정 발표합니다. / 편집자 주

 

1.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킨 김정은–푸틴 북러 정상회담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방러로 이뤄진 이 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켰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방러로 이뤄진 이 회담은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켰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회담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두 정상이 마주 앉은 것. 북러 정상회담이 세계적 이목을 끈 이유는 두 나라가 ‘무기거래’와 ‘군사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합의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 핵심은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북한에게 위성 개발 등 첨단기술을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양국은 군사분야를 중심으로 경제, 문화 등 다방면적인 협력에 합의했으며, 특히 북한은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공동전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지속적인 미중 전략 갈등과 코로나 엔데믹 시기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첫 외유가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켰다.

2. 윤석열-바이든 한미 정상회담 (4월 26일)과 ‘핵협의그룹’ 설립

백악관에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선언에는 ‘핵협의그룹’ 설립 내용이 담겼다. [사진-대통령실 갈무리]
백악관에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선언에는 ‘핵협의그룹’ 설립 내용이 담겼다. [사진-대통령실 갈무리]

올초부터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대두된 가운데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가 관심을 끌었다.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워싱턴선언이 발표되었고 그 핵심은 ‘핵협의그룹’(NCG) 설립이었다. 핵협의그룹은 △확장억제 강화, △핵 및 전략 기획 토의,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 관리 등을 위한 한미 간 고위급 상설협의체. 즉,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신뢰하는 조건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확산 의지를 천명한 셈이 되었다. 핵협의그룹은 지난 7월 서울 1차 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12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핵협의그룹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친 문재인 정부 때의 ‘한미 워킹그룹’이라는 기시감을 주고 있다.

3. 북,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11월 21일)과 ‘화성-18형’ 발사 (12월 18일)

북한은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5월과 8월 실패에 이은 11월 세 번의 시도 끝에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만리경 1’호가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 괌·하와이 미군기지, 한국의 진해·부산·울산·포항·대구·강릉 등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은 1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는 ‘시험발사’라고 명명했지만 세 번째는 ‘발사훈련’이라고 밝혀, ICBM 개발 완료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한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9월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를 헌법에 명기해 국가 핵무력정책 ‘헌법화’를 이뤘다. 정찰위성과 ICBM 등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북한의 집념이 돋보인 한해였다.

4. 윤 정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 제시 (3월 6일)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3월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만여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3월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만여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가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한국 대법원판결에 대한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됐지만, 시민사회단체 등 민심은 들끓었다. ‘제3자 변제’란 한마디로 일제 전범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 우리 기업이 내겠다는 것. 이는 강제징용의 일본 책임을 덮는 일로서, 결국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은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거절했으며,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에 나서자 ‘제3자 변제’ 안은 그 빛이 바랬다. 이후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5.7~8),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5.19~21) 참관이 이어지면서 윤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를 묵인하는 지경까지 나아갔다.

5. 북-중-러 연대 과시한 북한 ‘전승 70주년 열병식’ (7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7.27전승절 70주년 경축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7.27전승절 70주년 경축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좌우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함께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김일성광장 주석단에 나란히 선 김정은 위원장,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모습이 국제사회에 전파됐기 때문. 앞서,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직접 신형 무기를 소개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해 주목을 받은 터였다. ‘반제전선’을 추구해온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핵·미사일 전력이 등장하는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의 대표단을 초청한 의도가 한미일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의 결속을 과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6. 9.19 군사합의 무효화 (9월 22-23일)

2018년 9월 19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2018년 9월 19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정부는 22일 “9.19 군사합의의 제1조 제3항에 대한 효력 정지를 추진하고,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다음날인 23일 북한 국방성도 성명을 통해 “9.19 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군사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남과 북이 각각 외통장군을 부르며 ‘강대강’의 면모를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9.19 군사합의라는 안전장치가 뽑힌 셈이 되었고, 향후 한반도 정세의 안전관리가 예측불허의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7. 북, 남한에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용어 사용 (7월 10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7월 10일자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7월 10일자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냉랭한 남북관계가 지속되던 중 북한이 7월 들어 남한을 향해 ‘남조선’이라는 기존 용어 대신 갑자기 ‘대한민국’ 용어를 사용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용어 사용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7월 10일과 11일 담화를 시작으로, 강순남 국방상의 7월 24일 담화와 7.27열병식 연설문을 거쳐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의 해군절(8월 29일) 기념 축하연설에서도 나타났다. 북한 매체는 강조의 의미를 담는 용도인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특정한 의도를 담은 표현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조선중앙TV>가 10월 2일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을 보도하면서 남측을 ‘괴뢰’(꼭두각시)라 부르고 자막에도 그렇게 표기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북측의 《대한민국》 용어 사용을 두고 ‘두개 국가론 등장’과 ‘항구적인 대남정책 변화가 아닌 일시적인 대적투쟁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8. 뉴라이트 성향 김영호 통일부장관 임명 (6월 29일)

‘2023년 제1차 남북관계발전위원회’(10월 18일)를 주재하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통일뉴스 자료사진]
‘2023년 제1차 남북관계발전위원회’(10월 18일)를 주재하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통일뉴스 자료사진]

뉴라이트 성향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정치권은 물론 진보·통일운동권이 일제히 지명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자신의 유튜브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 타도’, ‘흡수통일’, ‘북한 자유화’ 등을 주장해온 터였다. 한마디로 적대적 대북관과 극우적 시각을 지녔기에 일부에서 “통일부 파괴 공작원”, “태극기 집회에서나 마주할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의 적대적 대북관은 남북 당국 간 합의 중에서도 특히 2018년 9.19 군사합의를 문제 삼을 정도였고, 결국 9.19 군사합의는 올해 11월에 사실상 폐기됐다. 이후 김영호 통일부는 남북교류와 평화통일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을 기치로 내걸고 정책과 사업을 펼치는 등 북한을 철저히 고립화시켰다.

9, 윤 정부의 대북지원 단체 옥죄기 본격화

북민협, 민화협, 시민평화포럼 등 시민사회단체가 2022년 5월 19일 기자회견 통해 북측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남북간 인도협력 재개를 촉구하면서 1천만 달러 규모의 물자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민협, 민화협, 시민평화포럼 등 시민사회단체가 2022년 5월 19일 기자회견 통해 북측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남북간 인도협력 재개를 촉구하면서 1천만 달러 규모의 물자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의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을 재조사해 온 윤석열 정부가 올해 들어 민간차원의 남북교류 및 대북지원 영역까지 넓혀 전방면적인 수사를 본격화됐다. 지자체 경기도의 대북관련 사업과 민화협의 '대북 소금 지원 사업'이 수사의 도마에 오르고, 63개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로 구성된 ‘북민협’의 주요 단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 특히 7월 윤 대통령의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다”는 발언을 신호로 대북지원 단체들에 대한 수사가 낱낱이 진행됐다. 통일부가 9월 남북평화재단 등이 정부 승인 없이 묘목과 학용품 등을 북한으로 무단 반출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지어 그간 인도적 차원에서 묵인해 온 탈북민의 대북 송금에 대해 이례적인 수사도 진행됐다. 한마디로 대북지원 단체들을 옥죄 남북교류의 씨를 말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10. 헌재,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결정 (9월 26일)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26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결정을 선고하자, 6.15남측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26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결정을 선고하자, 6.15남측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주된 이유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불린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발의돼, 그해 12월 국회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통과됐었다. 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위헌결정되자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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