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태영건설, 총선까지 '땜빵식' 워크아웃‥ 갈 길은 첩첩산중

  •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4.01.14 10:01
  •  
  •  댓글 0

일단 총선만 넘기자

태영의 꼼수

에코비트와 KKR

SBS는 어떻게 되나

부동산PF부실 71조원

부동산PF 대개혁 필요

빚내서 집 한 채 더 사라

부도위기에 처했던 태영건설이 논란 끝에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우려했던 ‘부동산PF 위기’ 가 수면위로 올라왔다는 반응이다.

50년 역사의 태영건설은 국내 도급순위 16위 업체로서 ‘데시앙’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방송국 ‘SBS’도 태영건설 소유다. 이런 대형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개시한 의미와 파장에 대해 알아본다.

일단 총선만 넘기자

‘워크아웃’이란 채권단의 관리하에서 기업회생을 도모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와 달리 ‘법정관리’는 법원의 주관하에 기업회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워크아웃에 실패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도 실패하면 사실상 파산수순을 밟게된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채권단 구성이 복잡한 건설업체 워크아웃은 합의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태영건설은 96.1%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워크아웃 절차에 동의하였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앞세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다음 수순은 4월 11일까지 즉, 한달동안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고 여기에 합의해야 한다. 따라서 진짜 워크아웃절차는 4월 11일 기업개선계획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가 확정되어야 본격 개시된다. 공교롭게도 4월 11일은 총선 다음날이다. 워크아웃플랜 법정마감시한은 한달 후인 5월 11일이다. 이 기간 동안 채권단은 채권행사를 유예하게 된다. 4월 11일전까지는 잡음이 있겠지만 큰 일은 일단 틀어막은 셈이다.

태영의 꼼수

애초에 태영이 내놓은 워크아웃 자구안은 4가지였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었다.

그런데 태영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을 전부 태영건설에 집어넣지 않고, 890억원을 지주회사인 TY홀딩스의 빚을 갚는데 썼다. 채권단에서는 난리가 났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깍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급기야 대통령실까지 나섰다.

원래 태영의 지주회사는 태영건설이었다. 그런데 태영건설과 TY홀딩스로 인적분할하고 TY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변경하면서 태영건설이 지고있던 부동산PF부채를 TY홀딩스도 자동으로 연대보증을 서게되었다. 이 연대보증을 털기 위해 태영이 TY홀딩스 빚을 먼저 갚은 것이다. 태영은 사실상 태영건설을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정부와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아 워크아웃은 한때 위기에 봉착했다.

결국 태영은 TY홀딩스 차원에서 484억원 규모의 사주 일가 사재출연을 포함하여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다시 지원하였다. 나아가 ▲필요시 TY홀딩스·SBS 지분 담보 제공 ▲공사현장 노무비 최우선 해결·상거래 채권 변제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놓음으로써 겨우 워크아웃 절차에 동의를 얻게 되었다.

에코비트와 KKR

자구안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해서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의 문제가 있다.

TY홀딩스는 KKR에 4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있다. 에코비트는 TY홀딩스와 KKR이 각 절반씩 지분을 가진 폐기물 처리업체이다. 지난 해 매출 6천427억원에 영업이익이 1천209억을 기록하여 3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가진 알짜회사이다. 그런데 TY홀딩스가 KKR에 회사채를 발행할 때 맺은 특약에는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했을 뿐만 아니라 TY홀딩스에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할 시 KKR이 담보를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 연대보증문제로 TY홀딩스에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1조5천억원에 해당하는 에코비트 지분이 그대로 KKR에 넘어갈 위험이 있었다. 당연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으로 TY홀딩스 빚을 먼저 갚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에코비트 매각문제가 변수로 떠오른다. KKR이 에코비트의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매각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급해진 TY홀딩스가 낮은 가격에 에코비트 지분을 KKR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부동산PF라는 난리통 속에서도 미국투기자본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SBS는 어떻게 되나

태영 자구안에는 ‘필요시 TY홀딩스·SBS 지분 담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필요시’라는 전제조건은 태영이 태영건설은 버리더라도 TY홀딩스와 SBS는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태영은 TY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세우면서 태영건설 밑으로는 리스크가 높은 계열사를 집중배치하고, SBS, 에코비트, 싸이로 등 알짜기업은 TY홀딩스 밑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레저와 골프장 업체인 블루윈은 딸에게 상속한 것으로 현금덩어리이다.

이런 조건에서 태영건설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하여 부동산PF에 올인하였다. 원래 군부대건설, 지역관급건설, 역세권 개발 등으로 탄탄한 기반을 쌓아오던 태영건설은 투자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도 부동산 경기의 상승세를 믿고 공격적 투자를 펼쳤다.

태영 건설은 현재 60개 현장에 공사가 진행 중이고, 22개 현장에서 19800세대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워크아웃의 계기점은 성수동 단지 개발사업이었다. 태영건설은 5천만원 짜리 땅을 1억 5천만원에 매입할 정도로 위험도가 큰 투자를 하였다. 성수동에서 일으킨 브릿지론은 480억이었는데, 12월 28일 돌아오는 432억원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다. 김해대동첨단산업단지 개발사업도 분양율이 70%정도에 불과하다.

태영건설은 35위내 주요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480%로 가장 높았다. 특히 시행사와 시공사를 겸하는 자기공사가 많고, 타건설사에 비해 PF 비중도 매우 높았다.

태영건설은 전체 22조원의 채무 가운데 대출채무가 1조3000억원, PF보증채무가 9조 5000억원에 달하고, 우발채무 2조 5000억원, 위험채무는 1조원 정도나 된다. 우발채무란 현재 채무는 아니지만 사업상 문제로 장차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잠재채무를 말한다. 이중 브릿지론이 1조 2000억원, 분양율이 75%이하로 예측되는 채무가 1조 3000억원이다. 제2금융권 위험노출액도 증권사 9229억원, 캐피탈 6552억원, 저축은행 128억원, 부동산신탁 911억원 등 1조 6천억 규모이다.

결국 앞으로 한달 동안 워크아웃 실사과정에서 추가로 채무와 부실규모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태영의 자구책도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필요시’에 내놓겠다던 TY홀딩스·SBS 지분 담보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태영은 다시 SBS를 지켜야 할 지 포기해야할 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애초부터 태영은 '태영건설은 포기하고 SBS 등 알짜기업은 지킨다'는 입장에서 정부에 ‘배째라’는 식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도 지금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채권단은 회생이 어려운 기업에 워크아웃이라는 이름으로 추가투자를 부담하여 손해가 날 경우 배임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일단 총선까지는 가야한다. 금감원이 ‘비조치 의견서’까지 내주면서 강력하게 워크아웃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비조치 의견서란 정부금융당국이 태영건설을 지원하여 발생하는 손해나 ‘배임’소지 등의 법적 문제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일종의 면책권을 발행한 셈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정리해야할 브릿지론 규모는 3조원이나 된다. 반드시 지급해야 할 상거래채무와 관련된 하도급업체가 450여 곳이나 되고 공사규모도 3조원에 달한다. 3개월 유예된 채무도 만기가 돌아오면 다 갚아야 한다. 4월 이후 과연 태영건설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PF부실 71조원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그 동안 계속 위험성이 경고된 부동산PF위기의 첫 사례이다. 그렇다면 태영 이후에는 괜찮은가?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PF규모는 133조원이고, 이중 71조원이 부실로 드러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30조원 가운데 브릿지론이 30조원, 본PF가 10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만기연장비율이다. 그런데 브릿지론은 70%, 본PF는 50% 가량이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브릿지론은 21조원, 본PF는 50조원이 부실이라는 소리이다.

결국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될 경우 다수의 건설사가 부도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주요 해당 금융기관은 보험회사, 증권사, 카드사, 새마을금고같은 제2금융권이다. 만기연장을 통한 ‘부실연장’, ‘폭탄돌리기’의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부채주도 부동산 개발방식을 투자중심, 공공 개발방식으로 대개혁해야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의 역사는 부채를 통한 개발역사였다. 건설사가 책임질 때는 ‘선분양’제도를 통해 수분양자의 빚을 땡겨 부동산을 개발하였다. 97년 IMF 이후에는 건설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행사와 시공사를 분리하고, 시행사가 부채를 일으키고 시공사인 건설사는 지급보증을 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2008년 금융공황 이후에는 건설사는 채무보증과 책임준공을 하고, 신용은 증권사들을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도 선분양제도는 그대로 남아있었고, 청약제도, 보증제도로 이어졌다.

주기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때마다 이같은 변화를 주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10% 이하의 초기자금을 가지고 90%이상의 부채를 일으켜 부동산 개발을 한다는 것.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주택보급율과 건설시장의 포화도에 비추어 보면 부채주도 방식의 개발에서 자기자본금이 30%를 넘는 투자중심의 부동산 개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연금 등 투자주도 자본도 축적된 편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서민주거권을 강화하는 공공개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때마다 요동치는 건설사 부도사태, 금융위기 사태를 완화시키려면 투기성 부채주도 개발방식에서 투자중심, 공공개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빚내서 집 한 채 더 사라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금투세 폐지에 이어 핵폭탄급 재개발 정책을 발표했다. 재건축사업에서 안전진단 절차를 사실상 없애고, 용적율을 250%에서 500%까지 올려주며, 개발 초기자금을 50억원까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다주택자에게는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제2금융권 대신 정부가 브릿지론을 담당하겠다는 선언이며, “빚내서 집한 채 더 사라”라는 이야기이다. 서울은 다시 한번 투기장으로 만들고 지방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이야기이다. 지금도 남양주 진주아파트단지는 공사가 중단되어 있을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하강기에 들어서 있고 거품을 더 빼야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개발 실패의 최종 부담은 결국 지역주민에게 들씌워진다. 아무리 총선용이라고 해도 너무나 무분별하고 맹동적인 정책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