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은 전체 22조원의 채무 가운데 대출채무가 1조3000억원, PF보증채무가 9조 5000억원에 달하고, 우발채무 2조 5000억원, 위험채무는 1조원 정도나 된다. 우발채무란 현재 채무는 아니지만 사업상 문제로 장차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잠재채무를 말한다. 이중 브릿지론이 1조 2000억원, 분양율이 75%이하로 예측되는 채무가 1조 3000억원이다. 제2금융권 위험노출액도 증권사 9229억원, 캐피탈 6552억원, 저축은행 128억원, 부동산신탁 911억원 등 1조 6천억 규모이다.
결국 앞으로 한달 동안 워크아웃 실사과정에서 추가로 채무와 부실규모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태영의 자구책도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필요시’에 내놓겠다던 TY홀딩스·SBS 지분 담보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태영은 다시 SBS를 지켜야 할 지 포기해야할 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애초부터 태영은 '태영건설은 포기하고 SBS 등 알짜기업은 지킨다'는 입장에서 정부에 ‘배째라’는 식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도 지금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채권단은 회생이 어려운 기업에 워크아웃이라는 이름으로 추가투자를 부담하여 손해가 날 경우 배임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일단 총선까지는 가야한다. 금감원이 ‘비조치 의견서’까지 내주면서 강력하게 워크아웃을 밀고 있기 때문이다. 비조치 의견서란 정부금융당국이 태영건설을 지원하여 발생하는 손해나 ‘배임’소지 등의 법적 문제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일종의 면책권을 발행한 셈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정리해야할 브릿지론 규모는 3조원이나 된다. 반드시 지급해야 할 상거래채무와 관련된 하도급업체가 450여 곳이나 되고 공사규모도 3조원에 달한다. 3개월 유예된 채무도 만기가 돌아오면 다 갚아야 한다. 4월 이후 과연 태영건설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PF부실 71조원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그 동안 계속 위험성이 경고된 부동산PF위기의 첫 사례이다. 그렇다면 태영 이후에는 괜찮은가?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PF규모는 133조원이고, 이중 71조원이 부실로 드러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30조원 가운데 브릿지론이 30조원, 본PF가 10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만기연장비율이다. 그런데 브릿지론은 70%, 본PF는 50% 가량이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브릿지론은 21조원, 본PF는 50조원이 부실이라는 소리이다.
결국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될 경우 다수의 건설사가 부도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주요 해당 금융기관은 보험회사, 증권사, 카드사, 새마을금고같은 제2금융권이다. 만기연장을 통한 ‘부실연장’, ‘폭탄돌리기’의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부채주도 부동산 개발방식을 투자중심, 공공 개발방식으로 대개혁해야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의 역사는 부채를 통한 개발역사였다. 건설사가 책임질 때는 ‘선분양’제도를 통해 수분양자의 빚을 땡겨 부동산을 개발하였다. 97년 IMF 이후에는 건설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행사와 시공사를 분리하고, 시행사가 부채를 일으키고 시공사인 건설사는 지급보증을 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2008년 금융공황 이후에는 건설사는 채무보증과 책임준공을 하고, 신용은 증권사들을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도 선분양제도는 그대로 남아있었고, 청약제도, 보증제도로 이어졌다.
주기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때마다 이같은 변화를 주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10% 이하의 초기자금을 가지고 90%이상의 부채를 일으켜 부동산 개발을 한다는 것.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주택보급율과 건설시장의 포화도에 비추어 보면 부채주도 방식의 개발에서 자기자본금이 30%를 넘는 투자중심의 부동산 개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연금 등 투자주도 자본도 축적된 편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서민주거권을 강화하는 공공개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때마다 요동치는 건설사 부도사태, 금융위기 사태를 완화시키려면 투기성 부채주도 개발방식에서 투자중심, 공공개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빚내서 집 한 채 더 사라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금투세 폐지에 이어 핵폭탄급 재개발 정책을 발표했다. 재건축사업에서 안전진단 절차를 사실상 없애고, 용적율을 250%에서 500%까지 올려주며, 개발 초기자금을 50억원까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다주택자에게는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제2금융권 대신 정부가 브릿지론을 담당하겠다는 선언이며, “빚내서 집한 채 더 사라”라는 이야기이다. 서울은 다시 한번 투기장으로 만들고 지방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이야기이다. 지금도 남양주 진주아파트단지는 공사가 중단되어 있을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하강기에 들어서 있고 거품을 더 빼야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개발 실패의 최종 부담은 결국 지역주민에게 들씌워진다. 아무리 총선용이라고 해도 너무나 무분별하고 맹동적인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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