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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 대선 때처럼 사과로 퉁치고 넘길 수 있을까

김건희 명품 수수 “오죽하면 여당에서도 사과 얘기 분출하나, 수사해야”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받는 장면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캡쳐
국민의힘 일부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건’ 등에 대해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사건을 “몰카 공작”으로 치부하던 여당에서도 여론의 등에 떠밀려 사실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선거 때처럼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대통령 가족의 여러 중대범죄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벌써 “사과로 어물쩍 넘기려는 꿈은 꾸지도 말게 해야 한다”거나, “성역 없는 조사·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몰카 공작”이라던 여권
여론 심상치 않자 “사과하면 해결”
야권에서는 성역 없는 조사 요구 분출


당초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과 관련해서 한 치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해 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원장직을 수용하기 전인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건을 “기본적으로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관해서도, 한 비대위원장은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악법”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행위 등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야권에서 “청탁금지법을 어기고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을 거절하지도 돌려주지도 않고 수수한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닌가?”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여권은 흔들림 없이 김 여사를 비호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조·중·동 보수언론에서조차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고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비평이 나오고, 여론도 좋지 않은 게 확인되면서 최근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자료사진 ⓒ뉴스1

여권 내에서는 “사과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말은 국민의힘 영입인재 1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이 교수는 지난 17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만약 선물이 보존돼 있으면 준 사람에게 돌려주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렇게 하면 좀 쉽게 해결될 방법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한 비대위원장도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해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사건의 본질은 몰카 공작이고 정치 공작”이라고 하자, 하태경 의원이 “수도권 선거 망칠 일 있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한 보수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지금 분노하는 이유는 여사에게 귀책 사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성역 없는 조사’ 대신 ‘김건희 여사의 사과’가 나오는 이유는 총선 전에 사과로 여론을 달래자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영상과 그동안 쌓인 각종 의혹은 대통령선거 때처럼 사과 몇 마디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도 성역 없는 조사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관계자들과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등이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정권 규탄! 쌍특검, 이태원 특별법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 거부권을 규탄하고 있다. 2023.12.27 ⓒ민중의소리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국민권익위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건이) 신고된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신고인에 대한 대면조사 요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 권익을 지켜야 할 국민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구하기’에 몰두해 ‘김건희 권익위’로 전락한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건희 (여사) 디올백 문제를 이수정·김경율 두 분이 심각성을 얘기하는 척하며, 대국민 사과를 띄우더니,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군불을 땐다”며 “민주당은 (해당 사건을) 특검에 포함해 사과로 어물쩍 넘기려는 꿈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검찰과 경찰 모두 침묵하고, 대통령실도 침묵으로 뭉개는 이 상황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오죽 민망하면 여당에서 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분출하겠나”라며 “진정한 사과와 바로잡음은 성역 없는 엄중한 조사와 의혹 없는 진상규명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품 수수 논란뿐만 아니라 주가조작과 양평 땅 등 김건희 여사에 대한 중대한 국민적 의혹이 쌓여있는데, 한두 가지에 대한 사과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여권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신당에서도 사과로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1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처음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바로 돌려주고 사과했다면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면서도 “그런데 굉장히 장시간 뭉개지 않았나? 이렇게 되면 국민도 사과뿐만 아니라 수사와 처벌의 대상까지 가야 한다고 보는 분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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