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미성년자를 대리 가입으로 초고위험 상품에 가입시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후 은행은 수입이 없던 대학생인 저를 똑같은 방식으로 ELS에 재가입시켰다"고 폭로했다. 그는 "(은행) 담당자는 어머니의 생명보험도 해지해 ELS에 넣게 했고, 그렇게 제 가족의 전 재산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17만명의 가입자들이 맡긴 19조원에는 생명보험금, 암 진단비, 사망보험금, 학자금 대출, 상속금, 전세자금, 노후 자산, 퇴직금이 다 포함돼 있다"며 "안전하게 예·적금하려고 은행을 방문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전국적인 대사기극"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예금-적금 차이도 몰랐는데 전문투자자라니...금감원 책임져야"
20대 사회초년생 피해자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26살 당시, 그동안 열심히 모은 전 재산을 예금하기 위해 은행에 갔었다"며 "당시 저는 예금과 적금의 차이를 모를 정도로 금융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고, 은행원 말만 듣고 ELS와 예금 같은 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투자성향 분석표를 보니, 처음 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것임에도 연 2회 또는 연 3회, 3년 이상 투자했던 사람으로 돼 있었다"며 "이게 정상적인 가입인가"라고 항변했다. 이어 "전문투자자라면 1~2%의 이율을 더 받자고 이런 위험한 상품에 전 재산을 탈탈 털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위험한 상품을 무분별하게 판매하도록 허가한 금감원은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자신을 전업주부로 소개한 한 피해자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피해를 털어놨다. 그는 "여기 모인 모든 분처럼 저 또한 사회초년생인 24살 딸과 함께 예금인 줄 알고 가입했다"며 "저와 딸은 '예금밖에 모르고, 펀드 같은 것은 절대 안 한다', '안전한 게 맞냐'고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ELS라는 것이 이렇게 위험하고, 원금이 손실됐다는 걸 알았을 때 저의 일상은 다 파괴됐다"며 "몸도, 마음도 너무나 고통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 피해자는 "금감원장께 간곡히 호소한다"며 "원금 회복과 피해 보상을 조치해줄 것을 강력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은행들, 금융소비자보호법 명백히 위반...손실 보상하라"
▲ 19일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앞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는 20~70대 등 다양한 연령층의 피해자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 |
ⓒ 조선혜 |
피해자들은 은행이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강조했다. 피해자 모임은 이날 결의문에서 "이번 사태는 홍콩 지수가 2016년에도 '녹인(Knock-in: 원금 손실)'을 찍은 적이 있는 위험한 상품임에도, 은행이 상품 판매 시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의인지, 과실인지 금융소비자들에게 상품에 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형식적이고, 성의 없는, 이해하기도 힘든 빠른 속도의 기계음을 활용해 안내하며 부당하게 권유했다"며 "이는 명백하게 금융위원회 지침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 판매 당사자인 은행으로부터의 보상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정책 당국은 은행권에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책임을 묻고, 관리·감독을 강화해 다시는 동일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처해달라"고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은행은 판매 직원들로 꼬리 자르기 하지 말고, 은행의 과실을 책임지고 배상해야 한다"며 "금감원도 사모펀드 때처럼 시간 끌기, 피해자 갈라치기 하지 말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며 삭발에 나서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국민 신뢰를 이용한 제1금융의 대국민 사기극', '재가입자, 신규 가입자 차별 없이 모두 원금 보상하라', '은행은 금감원 탓, 금감원은 은행 탓, 우리는 누가 지켜주나' 등 피켓을 들고 2시간 동안 집회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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