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일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양말’의 존재를 모르기란 쉽지 않다. 민주노총 통일국장이던 엄미경 위원장은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양말을 판매하는 모금 사업을 제안했고, 전국 각지의 조합원들이 양말 2만 세트를 구매했다.
그가 ‘통일’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건 부산민주청년회를 하면서다. 그러나 당시엔 통일운동이 ‘나의 일, 내 일부가 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민족문제보다 노동해방에 꽂혀 20대를 보냈다”고 했다.
북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청년회 ‘통일반’에서 활동하며 ‘통일’을 접하면서, 노동자 통일사업을 담당하는 민주노총 통일국장으로 10여 년을 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운동’이다.
2014년,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물밑 협상으로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던 때, ‘반일운동’은 막연하기만 했다. 강제징용노동자들의 삶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역사기행을 시작하면서 무릎을 ‘탁’ 쳤던 때가 있었다.
“일본 강제징용 현장에 가보니, 말 그대로 충격이었어요. ‘민족문제’와 ‘계급문제’를 따로 해석할 필요도 없이 해명되더라고요. ‘노동자들이 나라를 잃으면 이렇게 살게 되는구나’ 알게 됐죠. 현장에서 보고 듣는 힘이 커요. 그래서 강제징용 기행을 확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년 만인 2015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자’고 마음먹었다. ‘소녀상’을 세우는 것처럼, 노동자 대중의 힘을 발동해 ‘노동자상’을 세우는 것.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노동자의 민족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겠다는 결심이었다. 그 과정 자체가 ‘노동자 통일운동’이었다.
2015년 9월, 노동자상 건립 운동을 시작했고, 양말 세트를 판매해 종잣돈을 모았다.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6년 8월, 일본 단바 망간 광산에 1호 노동자상이 세워졌다. 그리고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노동자상을 세우기 위한 모금 활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2017년 서울 용산을 시작으로 인천, 부산, 경남, 울산, 전남, 충남, 대전, 제주에 노동자상이 세워져 있다.
그는 “노동자상을 세우는 운동은 노동자들의 ‘반일운동’이며, 노동자의 민족의식이 자주의식으로 이어지는 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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