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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 '동원된' 미성년자, 바로 접니다

[주장] 우리 모두 '내부세력'이 돼 송전탑을 막아내자

13.10.08 20:02l최종 업데이트 13.10.08 20:02l
채동주(coehdw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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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헬기장은 항상 경찰과 대치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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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지난 2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이후 송전탑 공사가 7일째(8일 기준) 강행되고 있습니다. 공사 강행을 두고 반대 주민들과 공권력의 현장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양 할머니들은 경찰과 대치한 상황입니다. 공사현장에 있는 할머니들에게 식수와 잠자리를 제공하려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모두 봉쇄되어 할머니들은 추위에 떨며 식사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과 공권력은 일방적인 통행금지로 고령의 할머니들은 길도 없는 산길을 몇 시간 헤맵니다.

정부는 현재 전력난 때문에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해야 한다고, 그러려면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초고압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그러나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장착된 부품을 가진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된다면 그 안전성은 보장될 수 없고, 설사 신고리 3호기가 완공된다 하더라도 밀양 송전탑이 필요없다는 게 지난 전문가협의체 조사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신고리 3호기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송전탑 공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신고리 3호기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한전은 이런 근본적 문제를 갖고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8년째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를 반대해왔고, "보상금은 필요없다. 이 땅에서 살게 해다오"라고 하였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보상이 아닙니다. 단지 이 땅에서 사는 것입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궈온 땅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초고압 전류가 땅에 흘러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고, 송전선로 인근 토지는 공시지가가 바로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한해 수확을 하기 전에는 농부는 현금수입이 없기에 농토를 두고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송전선로 인근의 땅은 재산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담보대출을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농토에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를 개탄하지 않을 농민이 어디 있을까요?

무너진 펜스로 밀려들어간 사람들... 우리는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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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공사자재를 운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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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농업고등학교 학생입니다. 학교에서 주로 요즘에는 꽃을 재배해서, 국화를 키우는 방법을 배웁니다. 학교에선 땀 흘려 농사를 짓고, 지역사회와 농촌을 되살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며, 자발적으로 농업 정책과 농지문제를 공부해왔습니다. 저는 밀양 송전탑 공사도 학교에서 하는 공부와 연계해 지켜봐 왔습니다. 그러던 도중 10월 3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할머니들이 굉장히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밀양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밀양의 아픔은 저의 아픔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오전에 금곡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공사자재가 쌓여 있는 곳으로, 헬기가 공사 현장으로 실어 나르는 물건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굉음을 내는 헬기가 매번 오가고, 이 헬기는 공사 강행을 위한 공사 자재를 실어 나릅니다. 헬기로 공사 자재가 운송된다는 건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날 70여명의 밀양시청 직원들이 헬기장 앞에 배치되었고, 400여명의 경찰이 헬기장 입구와 주변 울타리를 봉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약 80명의 주민과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항의를 이어갔습니다. "헬기 멈춰라!"는 주민의 요구에 한전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헬기가 운송작업을 하니 시위참가자들은 헬기운송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저도 이 대열에 동참해 함께 "헬기 멈춰라"고 요구했습니다.

당시 헬기가 공사 자재를 싣고 뜨는 것을 보며 한 고령의 여성 주민이 오열하며 도로에 드러누웠습니다. 이에 갑자기 경찰들은 달려들어 집회 참여자와 대치하였습니다. 그분은 어디가 편찮아서 도로에 누운 것이 아니라 공사 강행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누운 것인데, 경찰은 "이 사람 구급차로 가야 한다"며 여성 주민을 길에서 '치워버리려' 했습니다. 그래서 시위대가 항의했고, 경찰은 항의하는 집회 참여자를 채증하면서 또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했습니다.

그날 오전 집회에서 경찰과 한전 직원이 불법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채증했습니다. 시위참여자들은 경찰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펜스 일부가 무너졌고, 그 바람에 뒤 행렬에 떠밀려 제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야적장에 들어간 사람은 모두 연행되었습니다.

이날 체포된 사람은 모두 11명이고, 10월 4일, 경찰은 이들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저와 같은 혐의로 공무집행방해, 건조물 침입죄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입니다. 그리고 10월 7일, 법원은 4명 중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국장에게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송전탑 공사를 방해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입니다. 저도 그날 함께 연행되었지만, 이상홍 국장은 경찰을 폭행하지 않았습니다. 펜스를 넘어가 연행되었지만, 순전히 우발적인 상황에 의해서였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장 이상홍 국장을 석방해야 합니다. 이상홍 국장은 죄가 없습니다.

'핵 없는' 안전한 사회, 우리가 원하는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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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머니들은 8년째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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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은 이날 체포된 11명을 모두 '외부세력'이라 규정한 후, 밀양의 할머니들을 선동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가담한 불온세력이라 하였습니다. 그 중, "연행된 시위참가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성년자마저 집회에 동원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 이 사안에 대한 대다수 언론의 관점이었습니다.

이때 "동원된 미성년자"는 저를 지칭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하겠습니다. 저는 어느 단체의 지령이나 명령에 따라 밀양에 동원된 게 아닙니다. 어떠한 집단의 명령도 없었습니다. 저는 농사를 배우는 농업고등학교 학생의 입장으로, 농민이 농토를 빼앗긴 밀양 송전탑 상황에 한탄해서 왔을 뿐입니다.

또, 송전탑은 핵발전소의 그늘입니다. 그간 핵발전소 문제가 누누이 지적됐고, 그게 후쿠시마 사고로 드러났습니다. 저는 핵발전소는 폐기해야 하는 게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렇기에 밀양에 온 것입니다.

밀양에 온 많은 사람이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밀양의 아픔에 공감하고, 밀양과 청도에 세워질 송전탑에 반대해서 온 것입니다. 그들은 저를 두고 동원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밀양경찰서 경찰이 아닌, 각기 다른 경찰서에서 나온 3000명의 경찰 역시 동원된 게 아닌가요.

경찰은 조사 중에 단체에 속해 있는지 계속 물었습니다. 저는 어떠한 단체에도 속해 있지 않고, 밀양의 눈물에 공감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밀양의 눈물에 가슴 아파서 온 우리가 외부세력인가요? 아닙니다. 우리가 바로 당사자입니다. 앞으로의 전기, 에너지 정책에서 송전탑과 핵발전소가 없어지길 원하고, '핵 없는' 안전한 사회에서 살길 원하는 우리가 바로 당사자입니다. 모두가 평등한 에너지를 안전하게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밀양 송전탑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기를 쓰는 게 우리 모두인데,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있겠습니까. 전기는 대도시에서 마구 쓰면서, 전기를 나르는 밀양을, 청도를 두고 마냥 고립시킨다면, 이는 약자가 항상 희생하는 사회구조를 증폭시키는 결과이며, 그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내부세력입니다.

그럼 진짜 외부세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눈물을 타고 흐르는 이 전기를 두고, 전기를 보내는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고, 그건 밀양과 같은 낙후한 지역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한전 아닐까요? 한전은 희생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더 이상 한전의 거짓 논리에 희생되지 않아야 합니다. 다른 에너지 구조를 밀양 할머니들은 요구합니다. 그리고 '지역 분산형 발전'과 같은 다른 에너지구조는 가능합니다.

한전과 경찰, 보수언론이야말로 진짜 '외부세력'

밀양 송전탑 공사에서 진짜 외부세력은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과 경찰입니다. 대대손손 물려줄 이 산천초목을 불능의 땅으로 만들고, 철탑을 세워 마을을 파탄내는 한전이야말로 가장 불온한 외부세력입니다. 그리고 한전을 비호하는 경찰이 외부세력입니다. 중립을 지키고, 국민에 봉사할 경찰이 밀양에서는 주민을 폭행하고, 한전의 공사강행을 반대할 경우 모두 체포하고 있습니다.

또 편파보도를 일삼는 언론 또한 외부세력입니다. 이들은 저를 '동원된 미성년자'로 몰아세우며 '외부세력에 밀양이 놀아나고 있다'고 왜곡 보도해 밀양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흐려놓고 있습니다.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한전, 한전을 비호하는 경찰, 사건을 왜곡하는 보수언론, 이들이야말로 진짜 외부세력입니다.

나날이 밀양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선 이 문제를 공감하는 '내부세력'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합니다. 인권이 짓밟히고, 생존권이 위태로운 현장이 밀양입니다. 어떠한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도 없이 강행하는, 소통과 상생이 없는 송전탑 공사는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양심을 가지고 동참한 무고한 시민을 석방해야 합니다.

결국 밀양이 이렇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기 없이 살 수 없지만, 그 전기가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것이라면, 그 삶이 결코 정당한 것일 수 없습니다. 밀양 할머니들의 눈물로 흐르는 전기를 이제 다시 쓰지 않으려면, 우리가 내부세력이 되어 밀양에 동참합시다. 우리 모두가 밀양 주민과 연대해 송전탑을 막아냅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풀무학교 고등부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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