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과열된 진영 대결에 혐오와 증오 답습하는 시민들…"이러니 칼부림 난다"
박정연 기자(=인천) | 기사입력 2024.04.03. 08:59:55 최종수정 2024.04.03. 09:03:49
'명룡대전'.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의 빅매치를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대전'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계양구민들은 이번 총선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결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정책현안에 대한 호불호가 아닌 이 대결에서 누구에게 '승기'를 쥐어주느냐에 몰입하며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 전반을 관통하는 '윤석열 vs 이재명'의 대결구도가 이 대표의 지역구인 계양을에서 더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8일과 지난 1일 인천 계양구를 찾아 시민들의 민심을 청취했다. 이재명 대표와 원희룡 전 장관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의 등판에 지역구민들 사이에는 "대통령 후보한 사람도 오고 국토부 장관한 사람도 오면 지역이 바뀌어도 바뀌겠지"하는 개발에 대한 기대와, "계양구 현안을 챙기는 정치보다는 자신의 몸집을 불리는 정치를 할 것 같다"는 우려가 공존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번 선거를 '결투'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증오섞인 언어가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에 녹아있었다. 이들은 지지하는 후보의 정책적 차별성보다는 상대 진영을 '심판'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인천 계양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선거구다. 특히 이 지역에서만 5선을 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민주당의 지역으로 자리 잡은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 계양구는 쉽게 나서기 힘든 '험지'다. 여권의 잠룡으로 불리는 원 전 장관이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 대표의 지역구인 계양을에 '자객공천'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세라는 기반 위에 현역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져 유리한 위치에서 치르는 선거이긴 하나 여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원 전 장관이 상대 후보로 오면서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의 '거친' 심판론을 답습하는 시민들…"윤석열 정권에 치가 떨려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8일,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기도 한 이 대표는 첫 일정으로 계양역에서 1시간 20여분 동안 출근인사를 진행했다. 오전 7시 5분쯤 계양역에 도착한 이 대표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 대표는 계양역 개찰구 앞에 자리를 잡고 '계양이 대한민국 입니다'라는 피켓을 목에 건 채로 민주당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바쁜 출근길임에도 시민들은 이 대표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강조하며 '정권 심판론'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회초리로도 안 되면 몽둥이로 때려서라도"(지난달 11일 충남 홍성군 유세), "정신나간 집단들, 반역의 집단들을 반드시 심판해 주시길 바란다"(지난달 21일 광주 북구 유세) 등 점점 더 거센 표현으로 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이 대표는 "심판의 날"이라며 "국민들께서 맡긴 권력과 예산을 사적 이익을 위해서, 고속도로 노선을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부패 집단, 국민을 업신여기는 반민주적 집단에게 여러분이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