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세월호는 "제일 위험한 배"이자 "열려 있는 배"였기 때문에 침몰했다"
세월호 선체가 바다에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자(2017년 3월), 그동안 의혹이 난무했던 침몰 원인 규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선조위는 1년 4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2018년 6월), 기계 결함 등의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내인설'과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는 '열린안', 즉 '외력설' 두 가지 결론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냈다.
선조위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참위는 대한조선학회의 검토 의견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보고서 모두 잠수함 충돌을 비롯해 외력에 의한 세월호 침몰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에도 외력설 입증에 매달렸다. 결국 사참위는 '외력설(잠수함 충돌설)의 가능성은 낮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2022년 6월).
기록팀은 초판 당시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비교적 짧게 정리했지만, 선조위와 사참위의 기록을 바탕으로 개정판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얘기할 때 4월 16일 아침 기계 결함이 있었던 것이냐, 아니면 잠수함 같은 물체와 충돌한 것이냐에 대한 여러 의혹과 설명이 제시되었지만, 그날 세월호 침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세월호 도입 당시로 돌아가 선원들이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전사(全史)부터 밟아와야 한다는 게 기록팀의 생각이었다.
차분하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세월호가 왜 이렇게 위험한 상태로 출항하게 되었는지, 이 과정에 개입한 사람과 조직은 누구였는지 이런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이렇게 위험한 출항과 침몰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도 전사를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알 수 있다."
또 기록팀은 국가 조사기구의 애매한 결론과 달리, 나름대로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참위의 종합보고서에는 '외력 충돌 외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며 외력이 침몰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허용되어 있어서 침몰 원인을 확인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해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쓰여 있었다.
기록팀이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고 여러 가지 보고서를 분석한 바로는, 사참위에서 주력했던 외력설에 대한 분쟁 또는 잠수함 충돌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대한 결론을 이제는 내릴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잠수함 충돌설은 그동안의 오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외력이나 잠수함과 같은 개념은 세월호 침몰에 관한 설명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기록팀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이자 '열려 있는 배'였기 때문에 침몰했다. (…) 방향타가 평소보다 큰 각도로 돌아간 것은 솔레노이드 밸즈의 고장으로 촉발됐지만, 세월호는 정상 조타 범위 내의 선회도 감당하지 할 정도로 복원성이 나쁜 배였기 때문에 침몰했다. 세월호의 침몰은 솔레노이드 밸브가 아니라 배 전체의 문제였다. (…) 또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들이 평소처럼 기관실 각 구역을 활짝 열린 상태로 둔 채 승객들을 버리고 배를 빠져나옴으로써 세월호의 전복은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로 확대됐다.
세월호 침몰은 기술적인 사고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세월호 침몰의 책임은 4월 16일 아침에 고착된 솔레노이드 밸브에 물을 것이 아니라 4월 15일 밤 지극히 위험한 배를 출항시킨 사람과 조직과 제도에, 일본에서 들여온 배를 결국 그런 상태가 되도록 만든 사람과 조직과 제도에 물어야 한다."(403~404쪽)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