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선별적 기소를 사유로 형사사건을 공소기각 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선별기소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 중대한 차별에 이르면 법원이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 이 법리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우리 헌법에도 예를 들어 제10조 행복추구권이 있다. 제11조 평등권도 있다. 또 검찰청법 제4조3항에 권한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지금처럼 상대가 권력의 정적이면 무한정 파고, 조사하고, 끝없이 기소하고, 반면에 자기 편이면 한없이 관대하고... 정치적 목적에 따른 선별적 기소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므로 법원이 헌법적 권리와 기본 인권 관점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헌법에도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있고 검찰청법에 권한 남용을 금지하고 있다"
- 하지만 우리 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판례가 유우성 건 딱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공소권을 남용한 안동완 검사를 국회가 탄핵소추했는데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냐는 회의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 회의론이 있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문제제기도 제한적이었다. 재판의 공방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고, 법리를 제대로 주장하고, 특정한 조건에서 선별되고 차별적 의도에 근거해서 진행됐다는 것을 입증하고, 법원이 헌법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요구하고, 그래서 법원이 그 부분까지 판단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예가 없다.
방금 질문할 때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표현했는데, 그건 아니다. 사실 미국 법원이 더 사법소극주의다. 법원이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은 미국이 더 강하다. 그런데 적어도 사법 절차 내에서 미국 법원은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우리 법원은 기소되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헌법에 어긋나는 선별적 차별적 기소에 대해 과연 어떤 고려를 하면서 판단을 하는가, 그 부분이 없다. 우리 법원이 할 권한도 있고 해야 될 일인데도 안 하고 있는 거다."
- 계속 그걸 안 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결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어질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군사독재의 시녀가 된 과거를 법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를 사법 절차를 통해 제거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정부 자체를 겨누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회의적이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탄핵 재판을 두 번이나 거쳤다, 다른 나라 같으면 탄핵 상황이 벌어지면 쿠데타가 일어난다, 그냥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가 권력이 평화적으로 교체되는 건 참 기적적인 일"이라며 "우리에겐 민주적인 대응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검찰의 도전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지만, 악이, 부정의가, 끝없이 계속되는 건 불가능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현재 고비도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수사권-기소권 분리나 감찰권의 독립, 검사 탄핵 등 각종 입법·제도적 개혁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르게 그의 방점은 '소프트웨어'에 찍혀 있었다. 그는 "하나의 제도를 바꾸면 그게 모든 문제를 연쇄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적 접근이 때로 잘 안 맞을 수도 있다"면서 "껍데기만 큰 얘기를 하면서 내용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의 목표에 대해 "검찰을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는 것, 사법을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거 검사들은 영수증 하나하나 탈탈 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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