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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스러운 윤석열의 재등장...누가 정쟁을 부추기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2/31 06:58
  • 수정일
    2024/12/31 06: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정훈이 박정훈에게] 제주항공 참사 '정치적 기회'로 여기는 내란 세력

24.12.30 18:56최종 업데이트 24.12.30 18:56

지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수색견을 동반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아들 내일 오지"

"왜 전화가 안 돼"

29일 제주항공 7C2216편에 탔던 승객들에게 가족들이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메시지 옆의 1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한순간에 잃은 가족의 심정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웠고, 애도의 말 또한 쉽사리 남길 수 없던 비통한 하루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윤석열의 등장과 국가애도기간

그런 와중에 윤석열의 등장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직무 정지 상태인 그가 돌연 페이스북에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이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라고 쓴 것입니다. 참사 상황을 틈타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 듯 행동한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애도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윤석열 페이스북

대통령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회의를 소집하고,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참사가 '정치적 기회'인 모양입니다.

윤석열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국가애도기간을 정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분이 듭니다. 이태원 참사 때의 기억 때문일 겁니다.

정훈님,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당시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국가애도기간을 일종의 정치적 방어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윤석열은 애도기간에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는다며 민감한 질문을 피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으로 추궁의 시간이 아니고 추모의 시간"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라며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 된다"라고 썼습니다.

심지어 이채익(국민의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애도기간이라는 이유로 행안위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 과정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금은 추모와 애도의 기간이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정부의 사고 수습이 이루어지고 난 후 충분히 실시하고자 한다"라고 말해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과 이태원 참사현장 부근에 정부가 설치한 이태원 압사 참사 합동분향소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고 표기되어 있다.이희훈/권우성

이렇듯 정부·여당은 국가애도기간을 통해 '정부 책임론'을 막아내고, 사건 축소에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가애도기간 중 '이태원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합동 분향소 명칭에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고 사망자'라고 쓰기까지 했으니까요.

갑자기 튀어나온 윤석열과 2년 전 국가애도기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 있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그들이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를 '정국 전환'의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황당한 '줄탄핵' 타령, '정쟁 중단'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실제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참사를 '역공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줄탄핵' 운운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에 국정 공백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줄탄핵의 후과'라는 글을 통해 "더불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우리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도 없는 상황이다(...)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내란죄 피의자'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입니다.

보수 언론도 '줄탄핵'을 언급하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에 돌립니다. 30일 <조선일보>는 "국가 재난 앞에... 정부는 비정상, 국회는 4시간 후에야 회의"라는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총리,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로 국가 시스템의 공백 상태를 만들어 놓고 국가적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에 최선을 다하라는 게 정상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라는 문장을 말미에 넣었습니다.

29일 <중앙일보>는 "무안으로 달려간 이재명… 줄탄핵 책임론에 숨죽인 민주당" 기사에서 전직 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해 "사고 수습과 희생자 애도가 끝나고 나면 여권을 중심으로 연쇄 탄핵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 호남 지지층 여론도 급변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대통령·총리·장관 모두 '대행'…여권 '줄탄핵에 재난 컨트롤타워 붕괴'" 기사에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탄핵당하고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공석인 상태라 재난 컨트롤타워가 직무대행 체제로 부실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썼습니다.

정훈님, 위의 기사들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왜 탄핵을 당했는지, 탄핵을 앞둔 행정안전부 장관이 왜 사진 사퇴했는지는 쏙 빼놓고 있습니다. 바로 '12.3 내란'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과 그를 감싼 국무총리가 문제일까요, 아니면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그들을 탄핵한 민주당이 문제일까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질문 아니겠습니까.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수습방안 등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참사를 이용한 '민주당 책임론'보다 더 교묘한 것은 '정쟁을 멈추라'라는 주장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정치권은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모든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습니다.

'정쟁을 멈추라'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표현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공격당할 거리가 많은 세력일수록 정쟁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 그 세력이 누구일까요? 윤석열이 탄핵 심판·내란 수사에 관해서 '지연 전략'을 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참사를 정치적 공세를 막아주는 도구로 사용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30일 <국민일보>는 사설 "권력 공백에 대형 사고까지… 당장 모든 정쟁 중단하라"를 통해 "우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주장대로 정치권은 무안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최 대행 탄핵 시도 등 모든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민주당을 다그쳤습니다. '정쟁 중단'이라는 수사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애도와 탄핵은 함께 갈 수 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학생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정훈님, 저는 우리 사회에서 애도가 상시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슬픔 속에 살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잊지 않고 애도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극을 더 오랜 시간 기억하고, 더 넓고 깊은 연대가 이뤄져야 하니까요.

애도는 단순히 슬퍼하고 기도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요구 등을 포함하는 감정이자 행위입니다. 지금껏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의 유가족이 해왔던 것처럼요. 물론 그건 정부가 원하는 애도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애도는 불온하고, 반사회적이며, 무지몽매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참사라고 해서 유가족을 고립시키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여객기 참사 조사 기간이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라고 밝혔습니다. 하루아침에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애도가 쉽게 끝나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동시에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를 촉구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희생자들을 향해 묵념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윤석열 구속'을 외치는 것이 왜 대립되는 행위란 말입니까? 오히려 '애도기간'이라며 애도의 형태를 침묵이나 중립에 가두는 일이, 참사를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법정 시한은 1월 1일입니다.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은 한시가 시급합니다. 최상목 대행이 '국가애도기간'을 이유로, 내란 수사와 탄핵 심판 절차에 필요한 일을 회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정훈이박정훈에게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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