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정부·여당은 국가애도기간을 통해 '정부 책임론'을 막아내고, 사건 축소에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가애도기간 중 '이태원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합동 분향소 명칭에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고 사망자'라고 쓰기까지 했으니까요.
갑자기 튀어나온 윤석열과 2년 전 국가애도기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 있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그들이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를 '정국 전환'의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황당한 '줄탄핵' 타령, '정쟁 중단'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실제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참사를 '역공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줄탄핵' 운운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에 국정 공백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줄탄핵의 후과'라는 글을 통해 "더불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우리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도 없는 상황이다(...)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내란죄 피의자'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입니다.
보수 언론도 '줄탄핵'을 언급하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에 돌립니다. 30일 <조선일보>는 "국가 재난 앞에... 정부는 비정상, 국회는 4시간 후에야 회의"라는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총리,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로 국가 시스템의 공백 상태를 만들어 놓고 국가적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에 최선을 다하라는 게 정상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라는 문장을 말미에 넣었습니다.
29일 <중앙일보>는 "무안으로 달려간 이재명… 줄탄핵 책임론에 숨죽인 민주당" 기사에서 전직 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해 "사고 수습과 희생자 애도가 끝나고 나면 여권을 중심으로 연쇄 탄핵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 호남 지지층 여론도 급변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대통령·총리·장관 모두 '대행'…여권 '줄탄핵에 재난 컨트롤타워 붕괴'" 기사에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탄핵당하고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공석인 상태라 재난 컨트롤타워가 직무대행 체제로 부실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썼습니다.
정훈님, 위의 기사들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왜 탄핵을 당했는지, 탄핵을 앞둔 행정안전부 장관이 왜 사진 사퇴했는지는 쏙 빼놓고 있습니다. 바로 '12.3 내란'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과 그를 감싼 국무총리가 문제일까요, 아니면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그들을 탄핵한 민주당이 문제일까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질문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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