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신 전술 핵폭탄 B61-12를 유럽에 배치하며 NATO의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조치는 동맹국들의 안보를 보장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러시아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B61-12: 첨단 전술 핵무기의 등장

B61-12는 기존 B61 시리즈를 대체하는 최신 개량형 전술 핵무기로, 활강 핀(Glide Fin)과 정밀 유도 시스템을 탑재해 고고도에서도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 활강 핀은 폭탄이 단순히 중력에 의해 낙하하는 것을 넘어 멀리 활공하며 비행 경로를 안정화하고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 미국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5개 NATO 회원국의 기지에 약 100개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으며, 이들 무기를 B61-12로 교체하고 있다.

질 흐루비(Jill Hruby) 미국 국가핵안보청(NNSA) 청장은 2024년 1월 16일(현지시각), 허드슨 연구소 회의에서 “새로운 B61-12 배치를 통해 NATO의 핵 억지력은 한층 더 가시성을 갖추게 됐다”며 이번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반발: 강경 대응 천명

 

F-35A 스텔스 전투기가 B61-12를 투하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2020.11.24)
F-35A 스텔스 전투기가 B61-12를 투하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2020.11.24)

러시아는 미국의 핵무기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24년 12월 29일, 러시아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무기 배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며, 이는 글로벌 안보에 대한 도발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중거리 핵전력조약(INF)과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행동이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대응 조치로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4년 9월에는 자국의 핵 독트린을 수정해 핵무기의 운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유라시아 핵 긴장 고조 심화

미국의 이번 조치는 NATO 동맹국들에게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 이러한 움직임은 핵군비 경쟁을 촉진하고, 유럽 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새로운 핵 운용 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을 승인했다. 해당 지침은 비밀 문서로 소수의 국가 안보 관리와 군사 지휘관들에게만 배포되며, 나토의 핵 전략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전선으로부터 심각한 핵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작전상 핵탄두가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핵탄두를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신 핵무기가 전진배치되는 불안한 안보상황이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한반도에서도 250차례 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진행한 바 있고, 전략자산을 26차례 전개했다.

신냉전 정세가 격화되면서 핵전쟁의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장창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