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성격을 보면 과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이유는 직권남용 등이었고 이번에는 비상계엄 선포이니 이번이 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스캔들성 내용을 담은 주장이 언론과 뉴미디어에 많이 쏟아졌다. 심지어 외신에서도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 내용을 다룰 정도였다. 이런 이슈에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같은 편이라고 목소리 높일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 대선 때 지지했던 유권자의 지지 철회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철저히 이념의 문제가 됐다. 물론 비상계엄을 선포한 측이 제시한 이유가 그렇다는 거다. 근거가 있건 없건 그런 주장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일관되게 '애국' 프레임에 호소하고 있고, 그에 따라 대선 시기 지지했던 유권자가 지지를 표명하는 데 심리적 부담감이 낮아졌다. 또한 대통령이 어떻든 간에 보수 성향자 자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애국심에 불타오른다고 주장하는 게 문제될 게 없으니,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도 덩달아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같이 이념에 호소하는 애국심 프레임은 갈등 상황을 만들기 충분한 것 같다. 스캔들의 경우 한쪽 진영에서 터진다고 해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세력을 탓하거나 공격하기 어렵지만, 이념에 의한 갈등은 다른 진영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만들기 충분한 것이다. 보수 성향자들의 적극성이 여론조사 응답에만 그치지 않고 폭력행위로도 이어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프레임 설정과 이슈 파이팅, 그리고 민주당의 대응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화된 이유 중 셋째로 생각해볼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의 구속까지 일련의 상황에서 보수 성향자와 진보 성향자의 관여도가 상반된 방향으로 달라져 왔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크게 흐름을 훑는다면, 비상계엄 선포→국회의 계엄 해제→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후 가결→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 가결→탄핵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철회→윤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의 흐름이었다. 이 과정에서 진보 성향자들은 긴장감이 풀릴 수 있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보수 성향자들은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속담에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생각이 달라진다'라고 하는데, 진보 성향자가 화장실을 다녀온 심리상태라면, 보수 성향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간절함이 다르기에 여론조사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넷째로는 행위자 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의 대응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내란 프레임'이 갖는 중요성이 너무 커 오히려 하위 프레임 개발과 이슈 파이팅을 진척시키는 데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내란'이라고 하면 사실상 전면전을 연상시키고 절박감이 대단히 고양된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느끼는 다급함을 정치권에서 받아들이면, 조급함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 다수는 '내란의 종식'과 민생에 미칠 '악영향 최소화'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런 다급함이 정치권으로 오면 정당 간 갈등 양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관련 우려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렇지만, 언론은 오히려 정치적 갈등 양상에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여권은 야권의 민생 행보를 두고 '벌써부터 대통령처럼 군다'라는 등의 지적을 하고 나섰지만, 정작 눈에 띄는 민생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미래 권력은 중도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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