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공격
머스크는 영국 집권 노동당 당수이자 총리 키어 스타머에 대해서도 근거 불확실한 소녀 성착취문제 개입을 이유로 줄기차게 비판하며 “사임하라”고 요구해 왔다. 스타머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잉글랜드 북서부 그레이트 맨체스터의 올덤에서 파키스탄계 범죄 혐의자가 백인 소녀들을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그를 “영국역사상 최악의 집단범죄에 가담한 죄로 고발돼야 한다”고 머스크는 주장해 왔다. 뿐만 아니라 스타머 정권의 다른 고위관리도 “교도소에 들어가야 한다”고 공격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6일 머스크를 직접 지칭하지느 않았지만, “허위정보를 확산시키는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주목받기를 바랄 뿐”이라며, 자신은 검찰총장 시절 그 사건 혐의자를 기소하고 정면으로 대처했다고 반박했다. “그런 수법은 몇 번이나 봐 왔다. 그들은 위협을 부채질해서 언론이 그것을 증폭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9일 머스크가 노리는 것은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노동당을 약체화시켜 자신들이 지지하는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 ‘개혁 영국’(Reform UK)의 세력 확장을 획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9일 머스크가 영국의 다음 총선거 이전에 스타머 총리를 사임으로 몰고 갈 방책을 관계자들과 협의했다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기사는 머스크가 영국 소녀 성폭행 사건을 자신의 X에서 계속 거론하면서 스타머의 사임을 요구하고, 2월 총선을 앞둔 독일 극우정당 AfD를 지지하는 글도 계속 올리고 있다면서, “머스크가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권을 어떻게 하면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방안을 강구하면서 노동당을 대체할 정치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정보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머스크가 서양문명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우파 머스크는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서방의 좌파를 혐오하고 비판하면서 우파의 집권을 바라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본노선과도 합치한다. 게다가 백인 우월주의, 서방 우월주의의 인종차별적 양태를 보이고 있는 점도 닮았다. 아시아계 범죄 혐의자의 백인 소녀 성폭행 사건에 대한 머스크의 유별난 반감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유럽 주요국 정치인들 머스크의 내정개입 우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10년 전에 세계 최대급 소셜 네트워크(X) 오너가 새로운 국제적 반동운동을 지지하고, 독일 등의 선거에 직접 개입한다고 했다면 누가 믿었겠나”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큰 영향력을 기지고 있고, 엄청난 경제력을 지닌 인물이 타국의 내정에 이토록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스페인의 정부 대변인 피라르 알레그리아는 X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는 “절대적인 중립성, 무엇보다 어떤 간섭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조르쟈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등 우파 정치인들은 머스크의 행보를 환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우파 연립정권을 이끌고 있는 극우 멜로니 총리는 머스크를 “천재” “뛰어난 혁신가”로 칭송하면서 그가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의 좌파 공격을 옹호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머스크의 우주사업체인 스페이스X와 1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 이탈리아 정부에 암호화된 인터넷과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골자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야당들이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파 리더 카를로 카렌다가 “머스크가 유럽에서 극우세력을 지원하고, 페이크뉴스(가짜 뉴스)를 확산하면서 각국 내정에 간섭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민감한 기능을 그에게 넘겨 준다는 선택지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지난 8일 <BBC>는 보도했다.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유명한 금융투기꾼이자 대규모 자선사업가인 자국 출신 조지 소로스를 혐오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머스크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지난 달 트럼프의 플로리다 사저 마라라고에서 만났다.(<아사히신문> 1월 8일)
극우 전략가 스티브 베넌 “머스크는 진짜 악당”
이에 대해 같은 우파 포퓰리스트로 트럼프 1기 정권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베넌은 지난 14일 머스크를 “진짜 악당”이라고 비난했다. 베넌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데라세라>와의 언터뷰에서 “IT(정보기술)업계는 HIB비자(높은 기술력을 지닌 전문직 취업비자)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벨리 기술자의 76%는 외국인”이라며 HIB비자를 활용해 외국의 고급인재를 불러들이자고 주장하는 머스크를 비판했다.
베넌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를 향해 남아공의 예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 정책을 염두에 두고 “남아공의 백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사람들이다. 어떻게 그들이 미국 일에 참견을 하나”라며 불만을 표시한 뒤 “머스크는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진영에) 거액을 냈으니까 참으려 했는데, 더는 참을 수 없다. 남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베넌 자신이 트럼프 1.0 시절에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말썽을 빚기도 했다. 두 사람의 언쟁은 트럼프 진영 ‘이너 써클’ 내부의 마찰이 표면화 된 것으로, 트럼프와 머스크의 밀월이 얼마나 지속될지와 관련해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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