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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그런 기자 한명쯤은 있어야 된다

국민참여재판 당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최후진술
 
페북뉴스 | 등록:2013-10-26 11:56:40 | 최종:2013-10-27 10:06:0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및 주진우 시사인 기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당시 김어준 총수의 최후진술의 요지가 언론을 통해 일부 알려진 바 있습니다만, 대하여 페이스북의 이상곤님이 당시 재판에 참여한 방청객들이 메모한 것을 취합하고, 방청객 가운데 지인분들에게까지 물어가며 정리한 전문입니다. 이상곤님의 열정과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편집자주>

 

 

지난 국민참여 재판 당시 김어준 총수 최후 진술입니다. 여러 사람이 받아 적은걸 모아 제일 비슷한걸 정리해서 올린다고 좀 늦었습니다. 이미 개략적인 내용을 보신 분들은 뒷북이 되겠지만 전 전문을 올리는게 가장 좋을듯해서 당시 방청한 지인들에게 묻고해서 정리해서 올립니다. <페이스북 이상곤님>

 

 

 

 

 

 

김어준 총수 최후 진술

네. 고민이 많았습니다.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지 이 재판이 우리에게 유리할까 검찰 측 주장에 허점을 반박해 볼까 혹은 공직선거법위반의 문제점을 이야기해 볼까 아니면 살인현장 자살현장의 의문점들을 나열해 볼까 그거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살현장 또는 살인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내가 알고 있는가 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정말로 박용수가 박용철을 죽이고 자살했는지... 아님 제3자가 개입했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만 모르는 게 아니고 사실은 저희에게 계속해서 죄가 있다고 거짓말 한다고 주장하는 검찰 측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잘 모릅니다. 왜냐면 그날 우리 모두 거기 있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는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저한텐 유리하게 할 게 아니라 제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자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문제가 된 나꼼수 방송은 2007년 4월 방송을 처음 했습니다. 제가 그 방송을 한 이유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도 그 이야기를 대신해 주지 않았기에 그랬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직접 만들자고 생각 했어요 처음에는 세 명이 했습니다. 낙선한 전직 국회의원, 라디오에서 시사평론을 하는 친구, 저 그렇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시간에 2만원을 주고 골방에서 첫 방송을 했습니다.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에 2만원을 주고 첫 방송을 하고 난 뒤 5천원짜리 백반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기자가 필요하다, 팩트가 필요하다 그 생각을 하자 가장 먼저, 저 이 바닥에 꽤 오래 있었습니다. 한 10여년 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기자가 주진우 기자였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주진우 기자가 다뤘던 기사들, 예를 들어, 주진우 기자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개인문제 기사를 쓰려고 하다가 쓰지도 못했어요. 발행 되지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회사 전체가 공중분해 되어버립니다. 기자들이 다 길바닥으로 쫓겨납니다. 그리고 그 기자들이 일 년 동안 길바닥에서 돈을 모아 만든 매체가 <시사IN>입니다.

그리고 주진우 기자는 세상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라고 알려진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의 개인 비리를 찾아내 기사를 씁니다. 그리고나서 만명 신도들의 항의 방문을 받습니다. 기사를 쓰고 누군가의 항의방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5명,100명이 아니고 만명의 신도들이 찾아옵니다. 주진우 기자를 따라 다니며 사탄이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여러번 거론 되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 노건평 기사를 특종보도합니다. 그때도 진보진영으로부터 진보적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다고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니까 가장강한 경제권력, 가장강한 종교권력, 가장강한 정치권력 즉 가장 힘센 사람들과 싸워왔어요. <나는꼼수다>는 어떤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달랑 4명이 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그정도 배포가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그때까지만 해도 주진우 기자가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기자사회에서나 좀 알려졌는데, 그것도 뭐 독종 그런 정도 였어요, 그런데 저는 일반인들에게도 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주진우 기자보고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중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보시다시피 제가 올해 47입니다. 한국나이로 그런데 저도 세상에 태어나 이때까지 살면서 누구한테 기죽지 않았고, 또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행색을 보면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 주진우 기자를 만나고 나서 물론 그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방송을 본격적으로 하며 주진우 기자한테 물어봤습니다. 나도 내 맘대로 살았는데,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살았는데, 그 정도 힘센 사람들 불편하게 하는 기사를 쓰면 그 보복이 두렵지 않냐고 말입니다.

주진우 기자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무섭다. 특히 혼자 집에 돌아갈 때 밤에 으슥한 곳에서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장면을 항상 생각한다. 근데 즉사하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내가 빗맞아서 살아서 식물인간이 되어 남은 가족들에게 평생 짐이 될까봐 그게 걱정이다."

그게 가장 두렵다고 합디다. 그 이야기 있고나서 한참 있다가, 그런데 왜 월급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기사 썼다고 갑자기 부자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 짓을 계속 하느냐" 그랬더니 한참동안 이야기 하지 않다가.. 그런 질문 처음 받아 본거죠. 자기도 그런 생각 안해본거죠. "뭐, 기자 잖아요" 주진우 기자가 한 말은 그게 다였어요. 맞죠. 그러라고 기자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기자 잘 없어요 잘 생각해 보시면 그런 기자 잘 없습니다.

배심원들에게 요청합니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 하더라도 의심이 가면 끝까지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기자로, 주진우 기자로 남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제2, 제3의 주진우 기자 나올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그런 기자 한명쯤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기자가 대한민국에 한명쯤은 필요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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