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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불복' 협박하는 새누리당, 대체 무슨 속내일까요

[오마이 댓댓글] 내밀 카드가 없어서? 건망증이 심해서?

13.10.25 21:03l최종 업데이트 13.10.25 21:28l
이주연(ld84)

 

 

<오마이뉴스>가 '찾아가는 댓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으셨나요? 꽉 막힌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으시다고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정치부 기자들이 댓글을 선정해 직접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오마이 댓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가려운 속, 정치부 기자가 시원하게 긁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국정원 직원 체포 필요성을 보고하니) 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주기냐'며 격노했다."

지난 21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발언에 국감장이 발칵 뒤집어졌었죠.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팀에 현 정부 윗선의 '외압' 이 있었다는 내용의 폭로는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21일 <오마이뉴스> 안홍기·박소희 기자가 쓴 "민주주의 국가에 어떻게 이런 일이... 수사팀 검사들 트위터 보고 상당히 분노" 이 기사에 독자 '퉁산'님이 "이래놓고 대선불복이냐고 협박하는 새누리당은 도대체 뭘까요?"라는 댓글을 남겨주셨는데요, 답변 드리겠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는 마당에, 더군다나 현 정권에서 댓글 사건 수사를 막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 시점에, '부정선거'를 얘기하는 민주당을 향해 새누리당이 '대선 불복'이냐고 따져 묻는 이유가 궁금하신 건데요.

이건 말이죠, 새누리당이 내걸 카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해 "고작 73개 댓글"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으나, 5만 5689개의 트위터 글이 새로이 밝혀지자 할 말을 잃은 거죠.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은 하나, "그래서 대선 불복 하자는 거냐"인 겁니다.
 

기사 관련 사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에 대해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은 우리 국민이 참으로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최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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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말합니다. "대선 불복의 유혹은 악마가 야당에 내미는 손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응수합니다. "민주당의 요구는 대선 승패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라고요.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새누리당은 변명 거리가 없어지자 대선 불복할 셈이냐고 말을 바꿨다"고 꼬집었습니다.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또 다른 논리는 이겁니다. '한강 물에 물 한 바가지 부은 격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말합니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5만5천여건의 트위터는 4개월 동안 생산된 트위터의 0.02%에 불과하다. 그런 미미한 양으로 대선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라고요. 그러나 '양'이 문제가 아닙니다. 국정원 직원 혹은 군 사이버 사령부 요원이 '몇 개'의 대선 개입 글을 남겼냐는 중요한 지점이긴 하지만 본질은 아닙니다. 그들이 국민의 세금을 받고 한 일이 '불법 선거 개입'이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단 한 건만을 남겼어도 그건 '불법'이거든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말마따나 "국정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 7조와 군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 5조를 각각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기에 문제인 겁니다.

김 대표는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은 명백한 헌법 불복행위이며, 이를 비호하고 은폐하는 행위 역시 헌법 불복"이라며 "헌법 수호 세력과 헌법 불복 세력 간 한 판 승부가 대한민국 미래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인데요. 김 대표는 "댓글과 트위터에 의한 여론조작은 국민들이 마시는 우물에 독극물을 풀어 놓은 것으로, 한 바가지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공격 포인트는 "역대 대선 불복 사례가 없다"입니다. 대선 불복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새누리당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아마도 10년도 넘은 일이라 까맣게 잊은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재검표와 선거 무효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57만 표로 지자 '전자 개표 조작설'이 튀어 나왔습니다. 결국 재검표를 했습니다. 그 결과 노무현 후보 표는 816표 줄고 이회창 후보 표는 88표 늘게 됐습니다. 어떻게 됐냐고요? 서청원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야 했습니다. 수개표 작업에 소요된 비용 5억 원은 누가 보상해 줄까요.

이런데도, 새누리당은 도돌이표처럼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대선 불복 국감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죽하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나섰습니다. 그는 "여당을 책임진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가려서 하는 '절제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며 여당 수뇌부에 '말을 자제하라'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레퍼토리,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몽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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