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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거짓말은 거짓말 탐지기에도 안 걸리겠다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의 거짓말은 거짓말 탐지기에도 안 걸리겠다

 
인간은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하고 살까? 이건 사실 매우 검증하기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들이 “아빠, 오늘 피곤해?”라고 물었을 때 “아니, 괜찮아”라고 답한 것이 거짓말이냐, 아니냐부터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도 천양지차다. 우리는 흔히 “인간은 하루에 평균 200회, 8분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한다”라는 연구를 인용하는데 이것은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제리 젤리슨(Jerry Jellison)의 연구다. 그런데 잠도 안자고 8분에 한 번씩 24시간 내내 거짓말을 한다고? 일단 말 자체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 나로서는 결코 믿을 수 없는 수치다.

반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이 하는 거짓말의 횟수는 하루 평균 2.19번에 불과하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가장 많은 거짓말을 하는데 이 경우도 하루 평균 2.8회 정도다.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정직하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 티모시 르바인(Timothy Levine)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상위 1%에 해당하는 상습적 거짓말쟁이도 하루에 15개 정도의 거짓말만 한다. 630명 연구 대상자 중 4분의 3이 하루 0~2회의 거짓말에 그쳤다.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르바인 교수는 단언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정직하다”라고 말이다.

너무 확신에 찬 윤석열의 거짓말

지난주 하이라이트는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서 “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고 단언한 대목이었다. 이게 왜 웃겼냐면 이 말을 한 뒤 불과 1분 30초 후에 윤석열이 인원이 어쩌고 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언론의 팩트체크를 보니 윤석열은 평소에도 ‘인원’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거짓말 수준이 너무 낮아 큰 웃음을 준 케이스다.

내가 의아했던 점은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저건 그냥 곧 들통이 날 질 낮은 거짓말일 뿐이었다. 그런데 당시 저 거짓말을 할 때 윤석열의 표정은 너무나 확신에 찼다. 그때 나는 속된 말로 확 깨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 “나는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 이런 말은 어떤 사람도 확신에 차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나는 두산 베어스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확신에 차서 말을 할 자신이 있다. 트윈스 골수팬인 나에게 이것은 진짜 팩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나는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라는 말을 확신에 차서 할 수 있을까? 못한다. 왜냐? 내가 평소 ‘인원’이라는 단어를 잘 안 쓸 수는 있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라고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뒤져보면 한 번쯤 했을 수도 있겠지! 그걸 어떻게 태연히 “나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을 한단 말인가?

나는 팩트체크를 하기도 전에 윤석열의 저 말은 거짓말이라고 확신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라고 확신하기에는 ‘인원’이라는 단어가 너무 범용의 단어기 때문이다.

“나는 개새끼라는 욕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개새끼는 범용의 단어가 아니니까. 하지만 ‘인원’은 전혀 그런 범주의 단어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윤석열의 머리가 나쁘다는 거다. 이 인간이야말로 거짓말을 일상적으로 하는데 그걸 너무 허접하게 한다.

앞으로 더 큰 거짓말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지난 대선 때 무속 논란이 일자 윤석열은 “우리 집사람이 구약을 다 외운다. 지금도 구약을 줄줄 외운다”라고 말했다. 이게 거짓말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냥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구약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이게 절대 사람이 암기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여기서 핵심은 윤석열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은 당연히 한 건데 거짓말을 하는 아이큐가 너무 낮다는 게 핵심이다. “우리 집사람은 지금도 구약을 열심히 읽는다” 정도로만 거짓말을 했어도 사람들이 욕이나 하고 말 일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 자체로 성립될 수 없는 거짓말을 하고 자빠졌으니 코미디가 돼버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2025.2.6 ⓒ뉴스1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거짓말은 하는 사람 스스로 면역이 되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자 탈리 샤롯(Tali Sharot)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소뇌의 편도체가 반응을 한다. 거짓말 탓에 편도체가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이 어색한 반응이야말로 사람을 정직으로 이끈다. 거짓말을 하면 어색하고, 정직하면 속이 편하니 사람들은 정직함을 선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뇌의 편도체 반응이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점점 감소한다는 점이다.

무슨 뜻이냐? 사람은 거짓말을 할수록 적응을 한다는 뜻이다. 거짓말에 대한 어색함이나 죄책감은 거짓말 횟수가 거듭될수록 줄어든다. 그래서 연구팀은 “소뇌의 편도체 활동이 줄어들 경우 미래에 더 큰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는 사람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을 말할 때의 신체반응을 먼저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진짜 묻고 싶은 것을 물었을 때(“네가 사람 죽였냐?” 같은) 나타나는 반응을 앞에서 기록한 신체반응과 비교한다.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본 질문을 하기 전에 반드시 그 사람으로부터 거짓말을 한 번 들어야 한다. 그때 나타나는 이상반응이 진짜 탐문 때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도 되면 거짓말 탐지기가 제 기능을 아예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뇌도 거짓말에 반응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자기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구분도 못 할 것이다.

웃기면서 슬픈 이야기인데, 사실은 매우 위험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샤롯 박사의 말처럼 소뇌의 편도체 활동이 줄어들면 미래에 더 큰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인간을 격리시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거짓말을 할 것이다.

그래서 끔찍하다. 이 인간이 계속 대통령이라면? “영일만에서 석유가 펑펑 나온다” 정도가 아니라 “대왕고래 뱃속에서 석유가 펑펑 나온다”는 개뻥도 칠 것 같다. 이 작자를 빨리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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